Digital Masta (Feat. Masta Woo) - 망가진 청색 호랑이
생물학 상으로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동물을 ‘크립티드(Cryptid)’라고 한다. 이러한 생명체를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 ‘미확인동물학(Cryptozoology)’이다. 신비 동물학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신비 동물학이 하나의 학문으로 정립된 데는 이유가 있다. 전설상의 괴생물체가 실제로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생물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생물이 대왕오징어다. 대왕오징어는 옛날부터 뱃사람들에게 배를 집어삼키는 전설상의 괴물로 알려졌다. 오리너구리는 세상에 처음 알려졌을 때, 학자들은 오리너구리의 실체를 부정했다. 크립티드가 실제 동물로 확인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전 세계에 네시의 존재를 알리게 해준 유명한 사진.
그러나 사진 촬영자의 조작으로 밝혀졌다.
크립티드로 알려진 미확인 동물들은 소문으로만 전해져 있을 뿐이다. 히말라야의 설인 예티, 빅풋, 백두산 천지의 괴물 등이 크립티드에 포함된다. 영국 네스 호의 괴물 네시는 세상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크립티드다. 하지만 크립티드 대부분은 허구에 가깝다. 네시의 존재를 믿는 사람은 대부분 사라졌다. 네시가 찍힌 사진과 동영상이 조작된 것으로 드러나 네시의 실체가 거짓으로 판명되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일부 사람들은 네시의 존재를 믿고 있으나 네시의 실체를 확실하게 밝혀줄 증거를 찾지 못하고 있다.
크립티드를 맹신하는 사람들은 과학적 추론을 간과하는 경우가 있다. 확연한 증거는 없지만 ‘카더라’식의 막연한 소문과 밑도 끝도 없는 목격자들의 증언을 단서로 삼아 크립티드를 찾으려고 한다. 과학은 정확한 자연현상이 증명되어야 한다. 신비동물학은 과학의 한 분야로 보기보다는 오컬트 분야에 더 어울린다. 사실 크립티드 목록으로 분류되는 기준이 모호하다. 이렇다 보니 과학 칼럼니스트 이인식은 신비동물을 소개한 자신의 책에 페가수스, 바실리스크, 스킬라 등을 포함시켰다. 이들은 신화에 나오는 상상의 동물들이다.

우리나라에도 미확인 동물들의 목격담이 전해지고 있다. 백두산 천지의 괴물, 장산 범, 청호(청색 호랑이) 등이 있다. 청호는 원래 중국에서 서식한 전설의 동물로 알려졌다. 6.25 전쟁이 발발했던 1950년대에 미군이 비무장지대에서 청호를 목격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 목격담은 영국 런던동물학회 및 세계신비동물학회 회원으로 활동했던 동물학자 칼 P.N. 슈커가 처음 공개했다. (칼 P.N. 슈커는 특이한 동물을 소개한 책을 몇 권 남겼는데, 동물들의 예지 능력을 다룬 책도 펴냈다. 이 책은 《우리가 모르는 동물들의 신비한 능력》이라는 제목으로 2004년에 출간되었다) 흔히 사람들은 비무장지대에 사람 때를 타지 않은 동식물들이 살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상당 부분 맞는 사실이긴 하지만, 남방한계선과 북방한계선의 철책선으로 차단된 곳은 동물들이 살기에 부적합하다. 비무장지대 동물들은 다른 지역의 생태계와의 교배할 수 없다. 그래서 비무장지대 동물들이 근친교배를 할 가능성이 있다. 근친교배로 태어난 동물은 학계에서 알려진 동물의 형태와 큰 차이가 있다. 가끔 기괴한 모습으로 태어나기도 하는데, 근친교배로 태어난 동물들이 가지는 치명적 단점이다. 생전 처음 보는 야생 동물의 등장에 비무장지대 주변에 근무하는 군인들이 ‘괴물’로 오해할 수 있다. 만약에 비무장지대에 미지의 생물체가 목격되었다는 뉴스를 보게 되면, 일단 괴물의 정체에 의심해야 한다.
청호는 볼 수 없어도, 서울에 있는 ‘환상의 나라’ ○○랜드에 가면 ‘백호(白虎)’를 만날 수 있다. 백호는 동양권에서 상서로운 동물로 여겨졌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백호는 벵골호랑이 또는 시베리아호랑이의 돌연변이다. 하얀 색깔을 발현시키는 열성 유전자에 의하여 백호가 태어난다. 야생에서 열성 인자를 가진 암컷 호랑이와 수컷 호랑이를 교접하여 백호가 태어날 확률은 상당히 낮다. 그래서 백호는 일반 호랑이보다 상품 가치가 높다.

기형 백호 케니 (사진출처: 뉴스원)
한국에서는 백호가 상서로운 동물로 추앙받고 있으나, 백호의 입장에서는 태어나선 안 될 저주받은 존재다. 백호의 흰털은 위장 역할을 하지 못하므로 사냥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근친교배 동물의 특성상 유전병을 평생 안고 자라야 한다. ‘빅 캣 레스큐(Big Cat Rescue)’는 동물원의 백호 사육을 반대하는 미국의 동물보호단체다. 이들은 백호를 얻으려고 교배를 시도하는 동물원의 실체를 고발했다. 어제 국내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기형 백호’ 케니의 소식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었다. 케니는 납작하게 눌러진 얼굴에 비뚤어진 치아를 가지고 태어났다. 일반적인 호랑이의 모습과 다르다. 빅 캣 레스큐 관계자들은 동물원이 기형 백호를 도살 처분하고, 멀쩡하게 태어난 백호를 사육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 대해서 동물원 측은 반박한다. 기형 동물들도 사육하며 관람객들 앞에서 공개한다고 밝혔다. (동물원 관계자의 반박을 실은 기사)
일부 동물원에서는 기형 동물들이 집단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특별 관리해 줄 것이다. 하지만 무분별한 근친교배는 동물원 밖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얼굴이 눌린 시츄와 털 없는 스핑크스 고양이는 인간들을 만족하게 해주기 위해 만들어진 품종이다. 우리는 시츄와 스핑크스 고양이를 귀엽게 느껴지지만, 그들은 심각한 병에 고통스럽게 살아간다. 그만큼 수명도 짧아진다. 유전병을 가진 채 태어나거나 기형으로 태어난 반려동물을 끝까지 책임지고 키울 사람이 얼마나 될까. 반려동물 판매업자들에게는 허약한 기형 반려동물은 상품 가치가 없다. 이들을 돌봐 줄 주인을 만나지 못하면 안락사 된다. 케니 이야기를 처음 소개한 언론 매체의 기자는 헤드라인에 ‘흉물 괴수 케니’라고 썼다. 기자의 언어 선택이 불편하게 느껴진다. 인간은 특이한 모습의 동물을 만나면 위험한 괴물로 취급했다. 인간에게 위협한 적이 없음에도 이들은 괴물이라는 이유로 죽어야만 했다. 그들의 가죽은 인간들 앞에 전시되었다. 인간의 선택으로 태어난 근친교배 동물들은 버림받다가 인간의 선택에 희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