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즈가 보낸 편지 - 제6회 대한민국 디지털작가상 수상작
윤해환 지음 / 노블마인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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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을 즐겨 읽지만 여전히 한국 추리소설을 접하기는 쉽지 않다.

예전에 비하면 그래도 여러 작가들이 작품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은 소수의 마니아층만 즐기는 장르인지라 그리 대중성을 확보하고 있진 못한 것 같다.

서양이나 일본의 추리소설의 경우 고전이라 불리는 예전 작품들도 찾아보지만

정작 국내의 추리소설 고전(?)들은 어떤 작품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게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한국 최초의 추리소설가 김내성과 여전히 세계 제일의 명탐정 셜록 홈즈가

편지를 통해 만나는 설정을 한 이 책은 그야말로 신선한 발상의 작품이라 할 수 있었다.

 

코넌 도일이 셜록 홈즈를 주인공으로 하여 남긴 60편의 작품은

여전히 전세계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고,

셜로키언이라 불리는 팬들에 의해 끊임없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

마치 셜록 홈즈를 실존인물인 것처럼 일대기를 쓴 작품('베이커가의 셜록 홈즈' )도 있고,

'실크 하우스의 비밀'처럼 다른 작가가 셜록 홈즈를 주인공으로 쓴 작품들도 지속적으로 소개되고 있어

과연 그가 정말 실존했던 인물이 아닌가 착각이 들 지경인데, 우리와는 아무런 접점이 없을 것

같은 셜록 홈즈를 한국 최초 추리소설가 김내성과 연결시킨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였다.

두 사람을 이어준 것은 카트라이트라는 소년으로 '바스커빌 가문의 개'에 등장한다는데

이 책을 초딩때 읽었던 지라 기억이 나진 않았다.

암튼 기미년 3. 1. 운동이 있던 바로 그때 평양에서 처음 만난 두 소년 김내성과 카트라이트.

언어도 다르고 국적도, 피부색도 다른 두 소년이 만나 우정을 나누고, 사건을 해결해나간다는 게

어찌 보면 좀 낯설면서도 신기한 느낌이 들었다.

사건 자체는 '보헤미안 스캔들' 등에서 영감을 얻은 것 같은데, 힌트를 담은 셜록 홈즈의 편지와

신문광고를 통해 드러나는 사건의 진실은 일제시대의 아픈 역사를 담아내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한국 추리작가의 작품으로는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

 

지금까지 내가 있었던 작품들은 역사 팩션이거나 얼마 전에 읽었던 '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4'

등에 수록된 현대물이 전부인데, 굳이 이 작품의 성격을 규정하자면 '경성 탐정 이상'

비슷한 느낌의 추리소설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의미를 부여하자면 조선 최초의 추리소설가 김내성을 제대로 알렸다는 점이 아닌가 싶다.

추리소설을 좋아한다는 나조차도 잘 몰랐던 김내성을 재조명하고 부활시킨 작품이라 할 수 있었는데,

한국 최초의 추리소설들이 어떤 작품인지 꼭 찾아봐야 할 것 같다.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아는 작가의 작품을 만나니 더욱 반가웠던 것 같은데,

뒤에 수록된 깨알같은 주석을 읽으면 마치 작품을 쓰는 과정을 엿보는 느낌이 들었다.

앞으로 윤해환 작가의 좋은 작품들을 꾸준히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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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람
김휘 감독, 김윤진 외 출연 / 이오스엔터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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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멀리 사는 친척보다는 오히려 이웃이 더 가까운

사이였지만 요즘에는 이웃에 누가 사는지, 어떤 사람인지 모를 정도로 각박한 세상이 되었다.

이 영화는 강풀의 원작만화를 영화로 만들었는데 이런 익명성의 세상 속에서

이웃사람이 줄 수 있는 공포를 극대화시키고 있다. 바로 이웃사람이 연쇄살인범이라는 설정인데

진짜 옆집에 연쇄살인범이 살아도 알 수 없는 게 요즘의 현실이다.

서로 무관심하고 소통할 일이 없다 보니 이웃에 살인마가 살아도, 이웃 노인이 시체가 되어

썩어 나가도 모르는 세상. 바로 이런 세상을 고발하는 영화가 아닌가 싶었다.

만화를 보진 않아서 원작과 영화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영화 자체는 전형적인 스릴러 영화의 재미를 주기에 충분했다.

정말 연쇄살인범 같은 102호 남자 김성균의 연기가 돋보였는데, 그가 왜 연쇄살인범이 되었는지는

전혀 알 수 없다는 점이 이 영화의 초점이 어디 맞춰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웃사람이 연쇄살인범인지는 밝혀져 경악하지만, 왜 그가 그렇게 되었는지는

알 수도 관심도 없음이 바로 우리가 처한 현실임을 잘 보여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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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호의 고전강독 4 - 아리스토텔레스에게 희망의 정치를 묻다 공병호의 고전강독 4
공병호 지음 / 해냄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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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 전문가인 공병호 박사가 서양 고전들을 다시 읽고 소개하는

고전강독 시리즈를 계속 내놓고 있다.

1권을 통해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명저들을 맛보기했는데

아무래도 원전을 직접 읽는 것만은 못하지만

쉽게 시도하지 못하는 고전들의 입문서의 역할은 충분히 하는 책이라 할 수 있었다.

마침 18대 대선이 한창 진행되던 중이라 과연 '정치'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을 때였는데,

정치학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을 통해

그 당시의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정치와 오늘날의 정치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엿볼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은 당시 고대 그리스의 상황을 전제로 하고 있다.

도시국가들 사이의 끊임없는 전쟁으로 인한 혼란과 빈부 격차 확대 등

갈등과 분열의 시대에 훌륭한 정치를 통한 현실의 개선을 희망하는 마음에서 이 책을 쓰게 된 것인데

이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부분이 아닌가 싶다.

먼저 국가의 본질과 이상적인 국가에 대한 논의로 시작하는데,

훌륭한 국가를 다양성이 존중되는 가운데 통일성을 갖춘 합주에 비유하고 있다.

그리고 올바른 정체에 대한 논의를 하는데, 오늘날 당연시되는 민주정이

왜곡된 정치체제로 취급당하는 이외의 결과를 보여준다.

플라톤도 그렇지만 아리스토텔레스도 다수의 지배가 반드시 선이라곤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인데

이는 그 당시 상황에서는 어떻게 보면 불가피한 측면이 있을 것 같다.

시민이 행복한 나라가 훌륭한 나라고, 개인이 행복해야 국가도 행복하다는 오늘날엔 당연한 얘기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얘기하면서 행복한 나라가 되기 위한 여러 가지 필요한 조건들과

올바른 시민들을 길러내기 위한 교육의 중요성을 얘기하는 것으로 책을 마무리한다.

 

뜬구름 잡기와 원론적인 얘기가 되기 쉬운 올바른 국가에 대한 얘기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살았던 시대적 상황과 오늘날의 현실을 연결시켜 보면서

올바른 정치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었다.

아쉬운 점은 '정치학'이라는 책의 내용보다는 공병호 박사 자신의 사견을 너무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란 주제 자체가 상당히 민감한 주제이긴 하지만

특정한 시각에서 바라보면 너무 한쪽으로 치우칠 수밖에 없는데, 보수적인 견해를 가진 저자는

자신의 관점에서 과거나 현재의 정치를 바라보며 비판적인 견해를 보였다.

포퓰리즘이나 선동정치를 언급하는 부분에 대해선 원론적인 수준에선 타당한 부분이 있지만

과연 어디까지를 포퓰리즘이라 하고 어디까지를 국민을 위하는 정치라 할 것인지

쉽게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특히 이번 대선을 통해 드러난 것처럼 좌우 진영의 첨예한 대립이 계속되는 우리의 정치환경에서는

구체적인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비판은 그냥 상대방에 대한 맹목적 비난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이 책을 읽은 48% 이상의 사람들은 저자의 사견에 거슬리는 부분들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이 드는데, 그만큼 같은 책을 읽어도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내용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 책이라 할 수 있었다.

암튼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은

훌륭한 국가와 정체에 대한 기초를 정립한 고전이라 생각된다.

그 책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보려면 역시 원전을 직접 읽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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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하루 - 실록과 사관이 미처 쓰지 못한 비밀의 역사 하루 시리즈
이한우 지음 / 김영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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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조국가에서는 왕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관심의 대상이 될 정도로

왕이라는 존재는 절대적인 의미를 갖는다.

모든 역사가 왕을 중심으로 서술되고 왕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나라의 운명이 좌우되기도 한다.

이처럼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왕의 하루는 역사의 한 장면을 장식하기도 하는데,

이 책에서는 조선 국왕들의 역사적인 하루를 흥미롭게 서술하고 있다.

 

먼저 기상에서 취침까지 왕의 하루 일과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간단하게 보여준다.

새벽 4시 파루에서 시작해 밤 10시 인정까지 왕의 하루는 정말 너무 빡빡했다.

기본적으로 아침형 인간만이 가능한 일과인데다, 문안인사, 조회, 경연은 물론

기본적인 업무까지 5시까지 공식적인 일과를 소화해내야 했다.

항상 사관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는 왕은 5시 이후에야 자신의 사생활을 가질 수 있었는데,

궁 안의 여자가 모두 자기 여자라지만 몰래 비밀연애를 할 수도 없었고

성생활마저 만인의 주목을 받게 되니 왕이라는 자리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역사를 바꾼 운명의 하루라는 소제목 하에 태조 이성계, 연산군 이융,

광해군 이혼, 소현세자 이왕, 정조 이산의 운명적인 하루가 소개되는데,

기존에 내가 알고 있던 내용들과 사뭇 다른 내용들도 담겨 있었다.

이성계의 경우 마치 자신은 역성혁명을 할 생각이 없었는데 주위 사람들에 떠밀려 한 듯한

뉘앙스를 풍겼으며, 궁궐에서 태어난 첫 원자였던 연산군은

이미 왕위에 미련이 없어 반정세력의 역모를 알고도 묵인한 것처럼 그려졌다.

영화 등을 통해 재평가받고 있는 광해군에 대해선 선조의 인사원칙, 정책과 비교하면서 혹평하고 있고,

이덕일의 '조선왕 독살사건'에서도 아버지 인조에 의해 독살된 것으로 나왔던 소현세자는

이 책에서도 의심 많은 아버지에 의해 독살된 것으로 간주한다.

한편 이젠 기정사실이 되고 있는 정조의 독살설에 대해선 저자는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정조 독살설은 영남 남인 유생들의 좌절된 바람의 결과물이라 치부하지만

무엇이 진실인지는 결국 판단하기 나름이 아닌가 싶다.

 

조선시대는 개국 초부터 왕권과 신권의 격렬한 대립이 있었다.

왕권을 강화하려는 이방원에 의해 정도전 등 신권파가 제거된 왕자의 난이나 김종서를 제거하고

조카로부터 왕위를 빼앗인 수양대군의 계유정난은 왕권파의 승리를 보여주는 사건이라 할 수 있지만,

조선 중기 이후 사림이 정계로 진출하면서 서서히 왕권보다는 신권이 강해지기 시작한다.

특히 조선 후기는 서인들의 세상이라 할 수 있었는데 종묘배향보다

문묘배향을 더 영광스럽게 생각하는 서인들의 태도를 통해 그들의 생각을 적나라하게 알 수 있었다.

 

이 책의 저자는 알고 보니 전에 읽었던 '왜 조선은 정도전을 버렸는가'의 작가이기도 했는데

이전의 책에 이어 조선 역사, 특히 왕의 즉위부터 결혼, 묘호에 이르기까지

왕과 관련된 내용을 총정리하는 느낌의 책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조선 왕들의 묘호도 처음부터 그렇게 정해진 게 아니었다.

2대 임금 정종은 공정대왕이란 애매한 이름으로 불리다가 숙종때에 와서야 정종이 되었고,

단종도 노산군으로 불리다가 숙종때에 비로소 제대로 된 왕의 대접을 받게 된다.

영조, 정조, 순조도 원래는 영종, 정종, 순종이다가 고종때 현재의 이름을 갖게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조선의 역사에 대해선 나름 안다고 생각했지만

이 책을 읽다 보니 아직 모르는 게 훨씬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역시 공부는 조금 안다고 그만둘 게 아니라 끝없이 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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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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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세령호 살인사건으로 사형 확정판결을 받은 아버지 현수 때문에

세상의 따가운 눈초리와 친척들의 외면을 견디며 승환과 함께 자신을 아는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던 서원은 우연히 세령호 사건에 대해 승환이 쓴 원고를 발견하는데

과연 7년 전에 일어났던 세령호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2009년 세계문학상 수상작인 '내 심장을 쏴라'를 통해 처음 만났던 정유정 작가의 신작인 이 책은

소설이 보여줄 수 있는 서사의 힘을 전작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모습을 보여준다.

7년 전 세령호에서 발생한 충격적인 사건 속에 숨겨졌던 진실을 하나둘씩 파헤쳐나가는 가운데,

딸을 잃은 남자의 광기와 아들을 지켜야 했던 남자, 그리고 두 사람의 틈바구니 속에서

진실을 모른 채 7년을 방랑하며 보내야 했던 소년의 얘기는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역동적인 사건 전개와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잘 어우러져 소설의 재미를 한층 높여주었다.

 

7년 전 사건의 진실은 한 마디로 충격이었다. 서원의 아버지 현수가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사형판결을 받게 되지만, 현수는 사건의 발단이 된 불운한 교통사고의 가해자일뿐

엄청난 범죄를 저지른 살인마는 아니었다. 정작 괴물은 따로 있었는데

오히려 그가 모든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이라 할 수 있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광기에 사로잡혀 가족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르던 남자는

자신이 소유물처럼 생각하던 아내와 딸이 자신의 지배에서 벗어나려 하자 더욱 미쳐 날뛰게 되고,

어리숙하고 무능한 현수가 이런 남자와 얽히게 되면서 비극의 무대로 내몰리게 된다.

마치 운명의 장난처럼 벌어진 일들은 7년이 지난 후에도 끝나지 않고 다시 되살아나는데...

 

정신병원을 무대로 그곳에서 살아가는 환자들과 병원 직원들의 얘기를 생동감 있게 그려냈던

정유정 작가는 한층 더 힘이 느껴지는 얘기로 우리에게 돌아왔다.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를 선보여서 더욱 맘에 들었는데,

우리의 인생이 정말 한 순간의 뜻하지 않은 실수로 인해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음을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

가장 가까운 가족 간에 행해지는 폭력이 또다른 폭력을 낳고,

그런 가정의 붕괴가 결국 끔찍한 비극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실감나게 그려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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