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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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엔에 처음 진출해 첫 경기에서 9회말 2사 쓰리 볼 투 스트라이크에서

스다 다케시의 마구가 폭투가 되면서 안타깝게 패하며 파란을 일으켰던

가이요 고등학교 야구부의 포수 기타요카가 의문의 변사체로 발견된다.

기타요카와 배터리를 이뤘던 용의자 중 한 명인 스타 투수 스다마저 얼마 지나지 않아

오른 팔이 잘린 채로 발견되자 사건은 미궁에 빠지게 되는데... 

 

오늘부터 2015년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시작되어 본격적인 야구 시즌이 돌아왔다.

야구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여서 좋아하는 팀의 경기는 거의 빼놓지 않고 찾아보고

관련 기사도 다 확인하는 정도인데 야구를 소재로 하는 미스터리라면 그야말로 일석이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예상 외로 야구를 소재로 하는 미스터리물은 시마다 소지의 '최후의 일구' 외엔

그다지 기억에 남아 있지 않는데 일본의 대표 작가 중 한 명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 책은

제목부터 뭔가가 있겠구나 하는 강렬한 인상을 줘서 예전부터 보고 싶은 책 리스트에 들어가 있었다.

마침 야구 시즌이 시작되는 것에 맞춰 보게 되었는데 역시 야구팬이라서 그런지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배터리를 이뤘던 투수와 포수의 죽음, 그리고 기타요카의 앨범에 적힌 '나는 마구를 보았다'는

글과 스다 다케시의 사체 옆에 남겨진 '마구'란 다잉 메시지는 분명 스다 다케시가 고시엔 때

마지막으로 던졌던 '마구'가 살인사건에 중요한 단서임을 보여주지만 좀처럼 사건은 진척이 되지 않는다.

스다 다케시 집안과 관련된 여러 인물들을 조사해 보니 홀어머니와 함께 사는 가난한 집안의

장남으로서 야구로 성공해야 했던 스다의 절실함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래도 초고교급 투수로 각광을 받던 스다를 시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 과연 누가 범인일까

하는 궁금증이 더해 갔는데 스다 다케시의 출생의 비밀과 도자이 전기의 폭발물 설치사건까지

연결되면서 사건은 전혀 의외의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사실 전혀 별개의 사건들처럼 보였던 일들이 모두 스다 다케시와 연관되어 있다는 게

조금은 억지같이 보이기도 했지만 스다 다케시의 인간적인 드라마는 나름 인상적이었다.

결국 진실은 전혀 뜻밖인 곳에서 드러나게 되는데

마구가 역시 사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보통 범인은 아무리 사정이 있어도 살인이란 용서받지 못할 짓을 저지른 사실은 변함이 없기에 그리 동정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 사건의 범인은 좀 극단적이었다 싶지만

나름 안타까운 부분이 있었다. 자기 자신이 아닌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기꺼이 내던지는

모습은 범죄로 연결되어 바람직하진 않지만 측은한 마음이 들기엔 충분했다.

암튼 첫 장면부터 각본 없는 드라마로 불리는 야구의 9회말 투아웃의 극적인 장면에서 시작해서

감동의 핏빛 투구를 본 듯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작이라 그런지

완성도면에서는 조금 아쉬운 면이 없진 않았지만 감동과 미스터리의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그의 능력은 초창기때부터 빛났음을 확인하게 만들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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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선비 살해사건 1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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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 독살 사건' 등 신선한 역사적 인식으로 대중역사서의 새로운 지평을 연

이덕일의 이 책은 제목만 보면 마치 내가 즐겨 읽는 추리소설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지만 

제목 그대로 조선의 건국과정부터 있었던 수없이 많았던 선비들의 죽음을 다루고 있다.

흔히 4대 사화로 잘 알려진 사림들이 대거 죽은 사건들은 아마 2권에서 다뤄지는 것 같고

1권에서는 고려 말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할 때부터

예종 때 훈구파에 의해 남이 장군이 옥사당하는 사건까지를 다루고 있다.


사실 조선의 역사에 대해선 나름 잘 아는 편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들이 그렇게 생소하진 않았다.

특히 조선 건국 초의 얘기는 드라마 등으로 워낙 많이 다뤄져서 친숙하다 할 수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되는 사실도 적지 않았다.

먼저 이방원이 하여가로 정몽주를 설득하자 단심가로 거절했다는 에피소드가 유명한

선죽교에서의 정몽주 암살은 단순히 정몽주를 포섭하려다 실패한 것에 불과했던 게 아니라

이성계의 역성혁명파가 정체절명의 위기에서 정몽주를 제거함으로써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조선이 건국되면서 공신들이 대거 책봉되는데 조선이 정상적으로 기능을 못하게 된 건

공신들의 존재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조선 건국의 1등 공신인 정도전은 요동정벌을 꿈꾸는데

대국인 명나라를 공격할 수 없다며 위화도 회군을 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주장을 하고,

사병혁파를 강력히 주장했던 정도전 일파에 맞서 사병의 힘을 바탕으로 왕자의 난을 일으켰던

이방원이 정작 자신이 권력을 장악하자 사병을 모두 없애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는 게 흥미로웠다.

역시 자기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자기 편의적인 권력의 속성을 잘 보여주었다.


처가며 사돈이며 피도 눈물도 없이 숙청을 했던 태종 이방원은

아들 세종이 태평성대를 이끌 초석을 닦았다는 점에서 나름 인정받고 있는데

성군으로만 알려진 세종에게도 치명적인 실수가 있었다.

바로 수령고소금지법을 시행하여 악덕 수령들의 횡포를 방치한 점인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세종의 면모와는 좀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래도 세종 시절에는 무고한 선비들의 죽음이 거의 없었다고 할 수 있는데

아들인 병약한 문종이 이른 죽음과 나이 어린 단종의 즉위는 또 다른 피바람을 불고 온다.

'김종서와 조선의 눈물'에서도 본 것처럼 정상적인 통치체제를 무너뜨린 수양대군과

그 일파들의 쿠데타는 조선을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길로 가게 만들었다.

정통성이 취약했던 세조는 자신이 왕이 되게 만들어준 공신들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훈구파가 나라를 엉망으로 만드는 것을 방치하고 말았다.

차라리 태종처럼 집권 후에는 수족들을 과감히 잘라냈으면 모르겠지만

한명회를 비롯한 공신들에게 휘둘리면서 계유정난을 일으킬 때의 자신의 주장과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마는데 한 번 잘못 낀 단추를 다시 제대로 맞추기란 불가능함을 잘 보여준 사례였다.

이 책에서도 역시 이덕일 특유의 능수능란한 역사 요리가 돋보였는데

조선 선비 살해 사건의 진수라 할 수 있는 조선의 4대 사화를 다룬 2권에서는

훈구파와 사림파 간의 불꽃 튀는 대결을 보다 흥미진진하게 그려내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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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센셜리즘 - 본질에 집중하는 힘
그렉 맥커운 지음, 김원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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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것들을 추려내어 그것들에 역량을 집중하는 방식을 의미하는

에센셜리즘은 사실 이 책에서 처음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해야 할 일은 많고 엄청난 정보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는 요즘 사람들이

모든 걸 자기 혼자 힘으로 해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자연스레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게 되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선택과 집중은 말처럼 쉽지 않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들을 맡게 되는 경우도 있고,

전통적으로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하는 사람을 인정해주는 문화가 있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일들도 해야 하는 상황이 많은데

이런 난감한 상황이 생길 경우 당당하게 거절의 의사를 표시하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다.

이 책은 가장 중요한 일들을 선별적으로 하는 사람인 에센셜리스트가 되는 방법을

차근차근 알려주는데 예상 외로 즉시 활용가능한 실용적인 방법들인 것 같았다.

먼저 가장 중요한 것들을 선별적으로 추구하는 방법으로 옷장을 정리하는 것에 비유하여

설명하는데 평가하기, 버리기, 실행하기의 3단계 방법을 제시한다.

사실 옷장 속에 안 입는 옷이 많아도 쉽게 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선 내가 좋아하는 옷인지, 자주 입을지 등을 엄격하게 질문하는 냉정한 평가가 필요했다.

이렇게 평가를 한 후엔 과감하게 버리야 하는데 매몰비용 편향효과 때문에 맘처럼 쉽지 않다.

안 입는 옷을 버리는 것처럼 비생산적인 업무들을 버릴 줄 알아야 하고, 

마지막으로 깔끔하게 정리된 옷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옷장 정리를 위한 기본 방침이 

필요한 데 이 책이 바로 인생의 옷장을 정리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책이었다. 

1단계인 평가하기는 본질적인 극소수의 일들을 찾아내는 것이고,

2단계인 버리기는 다수를 차지하는 비본질적인 일들을 없애는 것이며, 

3단계인 실행하기는 업무의 장애물을 없애고 최대한 효율적으로 목표에 도달하는 방법을

얘기하는 것으로 이 책에선 각 단계마다 상세한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무의미한 다수와 본질적인 소수를 구분하는 1단계인 평가하기에선

생각의 공간을 마련하라, 제대로 살펴보라, 노는 것도 중요하다, 충분히 잠을 자라,

까다롭게 선택하라를 제시하는데 가장 어렵고 왕도가 없다는 올바른 선택의 방법을 알려준다.

각각의 방법들마다 에센셜리스트와 비에센셜리스트의 극명한 대조를 통해

본질적인 걸 가려내는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는데 놀이나 충분한 수면 등 

생각보다 여유를 가지는 게 상당히 중요한 것 같았다.

늘 쫓기듯 바쁜 현대인들에겐 사치스런 얘기인 줄도 모르지만 자신이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불필요한 일들을 줄이면 오히려 시간을 효율적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려면 가장 중요하면서도 정말 힘든 우아한 거부를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탁하는 사람과의 관계 등을 생각해 쉽게 거절하지 못하고 

오히려 부탁을 잘 들어주는 걸 미덕으로 여긴다.

이 책에서는 여덟 가지의 거부 방법을 소개하고 있는데 

나름 유효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들이었다.

이렇게 거부와 그만두기, 제한하기 등으로 비본질적인 것과의 이별을 고하는 게

어렵지만 정말 중요했다. 마지막으로 본질적인 소수를 추구하는 방법들이 소개되는데

돌발상황까지 미리 고려해 완충장치를 마련하고 장애물을 제거해 성과를 극대화하며

목표를 이루기 위해 올바른 습관을 기르고 현재에 집중하는 것 등 그리 낯설지 않은 방법들이었다.

전반적으로 특별한 방법들이 제시되는 건 아니지만 이 책은 에센셜리스트가 됨으로써

좀 더 본질적인 것에 집중하여 훨씬 더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있음을 깨닫게 해주었다.

나도 비본질적인 것들에 너무 힘을 낭비하다 보니 정작 제대로 하는 게 없는 것 같은 느낌이

항상 들곤 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삶의 비본질적인 부분들을 확실히 정리하고

요령 있게 거절하는 비법을 터득해 본질적인 것에 보다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좀 더 효율적인 시간관리와 능력발휘로 삶을 훨씬 풍요롭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되었는데 물론 실천이 결코 쉽진 않겠지만

이 책이 에센셜리스트로 살아가는 좋은 가이드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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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깨어있기
법륜 지음 / 정토출판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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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는 등 대중들과의 거리낌 없는 소통으로 이젠 대중문화에도 영향력 있는

멘토가 된 법률스님의 책은 '인생수업', '행복한 출근길'을 읽어봤는데 불교적인 배경이 바탕에

깔려 있으면서도 그리 종교적 색채가 강하지 않은 편안한 삶의 지혜를 가르쳐주는 책들이라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이 책도 내가 이전에 읽었던 책들과 크게 다른 스타일은 아니지만

좀 더 불교적인 가르침을 많이 담고 있어 불교를 통한 깨달음을 얻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법륜스님이 전하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아마

모든 게 자기 자신에게 비롯된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면서 자기의 소신대로 살기 보다는 남이 하니까, 부모가 하라는 대로

살아가는 경우가 많은데 그 어떤 권위에 따르는 것보단 자신이 직접 체험하고 판단하는 게 중요했다.

예민한 종교적인 반응이 제기될 얘기도 있었는데, 이 세상을 만든 게 신의 작품이라는

특정 종교의 전도자들에게 그럼 신은 누가 만들었느냐는 반문은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 을 떠올리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법륜스님은 이 얘기를 특정 종교를 비난하기 위해 거론한 게 아니라 

인간이 얼마나 자기 생각에만 사로잡혀 사는지를 알려주는 사례 중 하나로 제시한 것인데,

그만큼 아상에 사로잡혀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자기 생각만 옳다고 하다 보니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의 갈등이 많은데

특히 우리나라는 자기 의견만 주장하고 너무 의견대립이 심해서 다른 사람의 생각도 경청하고

자신이 아상에 빠져 있는 게 아닌가 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함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자신이 아상에 사로잡혀 있는지 돌아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그동안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볼 수 있고 깨달을 수 있음을 여러 사례들을 통해 잘 보여주었는데

'일체유심조'로 유명한 원효대사의 에피소드들을 보면

모든 건 자기 마음에 달려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보통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특별한 장소에서 엄청난 수행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자신이 처한 지금 현 상태에서 얼마든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음을 강조하며,

'지금', '여기', '왜'란 세 가지깨어 있으면 결코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스님은 얘기한다.

자기가 처한 상황으로 인한 여러 가지 고통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그 상황 자체가 자신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기회라는 발상의 전환을 한다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부딪히게 될 수많은 난관과 괴로움을 얼마든지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정도의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기에 일희일비하면서

아등바등거리며 힘겹게 살아가는데 이 책을 읽어 보니 그 어떤 상황을 겪게 되어도

늘 현재에 충실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소중한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었다.

삶의 모든 원인은 자기에게 있고 자신의 선택이란 사실을 자각한다면,

지금 여기에 깨어 있음으로써 마음의 평화를 얻고 그 어떤 일이 닥쳐도

행복과 자유를 만끽할 수 있음을 가르쳐준 책이었다.

문제는 이런 깨달음을 완전히 내 것으로 체화시켜야 속세의 번뇌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데

그러기 위해선 끝없는 수행과 정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속세에 사는 우리가 실천하긴 쉽지 않겠지만 법륜스님의 글을 통해 항상 깨어 있기 위해

노력한다면 어느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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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뿌리는 자 스토리콜렉터 8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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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발전소를 건설하려는 윈드프로와 이를 저지하려는 시민단체 간의 힘겨루기가

타우누스를 시끌벅적하게 만드는 가운데 윈드프로의 건물에서 경비원이 사망하고

사장 타이센의 사무실에선 죽은 햄스터가 발견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전직 윈드프로 직원이자 시민단체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풍력발전소 건설 저지에 앞장서던

재니스와 타이센 사이의 첨예한 대립이 점점 격화되는 가운데

윈드프로의 땅을 팔라는 요구를 거부하던 시민단체 소속

히르트라이터가 무참히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이혼 등으로 제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보덴슈타인 반장을 대신해

피아 형사가 사건 수사를 주도적으로 진행하지만

거짓과 위선으로 가득찬 용의자들 속에서 진실을 밝혀내기란 결코 쉽지 않는데...


국내에서도 미스터리 작품으로는 드물게 베스트셀러가 된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의 후속작이라

더욱 기대를 모았던 이 책은 풍력발전소 건설을 둘러싼 기업과 시민단체 사이의 살벌한 대결과

관련된 여러 인물들의 진실 게임을 보여주는 작품인데

기존의 타우누스 시리즈보다 좀 더 복잡한 갈등양상을 담아내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환경문제가 점점 중요한 이슈로 부각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와 관련된 범죄를 다뤘다는 점에서 작가의 시의적절한 소재선택 능력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었는데 문제는 너무 얽히고 설킨 관계가 사건을 미궁으로 빠지게 만들었다.

먼저 악연이라 할 수밖에 없는 타이센과 재니스는 보통 시민단체 쪽에 좀 더 명분이 있어 재니스를

옹호해야 할 것 같지만 이 책에 나오는 재니스는 복수혈안이 된 이기적인 악당에 불과했다. 

재니스의 애인 리키와 리키의 친구이자 재니스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 니카,

타이센의 아들이면서 리키를 사랑하는 마르크까지 삼각관계를 넘어서 사각관계

이상의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 미묘한 갈등이 끊이지 않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었다.

아버지가 남긴 유산에만 관심 있는 히르트라이터의 자식들이나 엄청난 과거를 숨기고 있는 니카와

그녀를 찾고 있는 아이젠후트까지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비밀투성이에다

자기밖에 모르고 거짓말만 일삼는 인간들이라 모두 의심의 눈초리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수사를 주도해야 할 보덴슈타인마저 사생활로 인해 엉망인 상태인데다

니카에게 반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니 모든 부담은 피아 형사가 고스란히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아이젠후트가 나타나 니카를 찾기 위해 재니스를 폭행하는 등 점점 갈등이 격화되고

그런 와중에 거짓말들이 탄로나서 진실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타우누스 시리즈를 읽을 때마다 너무 등장인물들이 많고 관계가 복잡해서 혼란스러웠는데

좀 불만인 것은 등장인물들을 성으로 말했다 이름으로 말했다 갈지자 행보를 하니

동일인물을 두 사람으로 착각하게 만들 정도였다.

지구온난화와 관련된 음모론은 물론 작가적 상상력으로 봐줄 수도 있지만 아직 그 심각성을

대중들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잘못된 생각을 심어주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되었다.

그리고 너무 많은 인물들의 거짓과 위선으로 포장하다 보니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는 것보단

어부지리로 사건이 해결된 감이 있다. 게다가 니카와 아이젠후트의 얘기까지 너무 많은 걸 담아

내려 무리수를 쓰다 보니 결말이 좀 흐지부지된 것 같아 아쉬움을 주었다.

그래도 타우누스 시리즈의 매력만은 변함이 없었는데 다양한 개성의 인물들을 복잡한 사건으로

엮어내는 작가의 재능과 이젠 친구같이 익숙해진 보덴슈타인 반장과 

피아 형사 콤비 등의 변화과정을 지켜보는 재미도 나름 솔솔했다.

그동안 다양한 얘기들을 담아낸 타우누스 시리즈가 다음 작품에선

과연 어떤 얘기를 들려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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