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뿌리는 자 스토리콜렉터 8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풍력발전소를 건설하려는 윈드프로와 이를 저지하려는 시민단체 간의 힘겨루기가

타우누스를 시끌벅적하게 만드는 가운데 윈드프로의 건물에서 경비원이 사망하고

사장 타이센의 사무실에선 죽은 햄스터가 발견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전직 윈드프로 직원이자 시민단체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풍력발전소 건설 저지에 앞장서던

재니스와 타이센 사이의 첨예한 대립이 점점 격화되는 가운데

윈드프로의 땅을 팔라는 요구를 거부하던 시민단체 소속

히르트라이터가 무참히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이혼 등으로 제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보덴슈타인 반장을 대신해

피아 형사가 사건 수사를 주도적으로 진행하지만

거짓과 위선으로 가득찬 용의자들 속에서 진실을 밝혀내기란 결코 쉽지 않는데...


국내에서도 미스터리 작품으로는 드물게 베스트셀러가 된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의 후속작이라

더욱 기대를 모았던 이 책은 풍력발전소 건설을 둘러싼 기업과 시민단체 사이의 살벌한 대결과

관련된 여러 인물들의 진실 게임을 보여주는 작품인데

기존의 타우누스 시리즈보다 좀 더 복잡한 갈등양상을 담아내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환경문제가 점점 중요한 이슈로 부각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와 관련된 범죄를 다뤘다는 점에서 작가의 시의적절한 소재선택 능력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었는데 문제는 너무 얽히고 설킨 관계가 사건을 미궁으로 빠지게 만들었다.

먼저 악연이라 할 수밖에 없는 타이센과 재니스는 보통 시민단체 쪽에 좀 더 명분이 있어 재니스를

옹호해야 할 것 같지만 이 책에 나오는 재니스는 복수혈안이 된 이기적인 악당에 불과했다. 

재니스의 애인 리키와 리키의 친구이자 재니스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 니카,

타이센의 아들이면서 리키를 사랑하는 마르크까지 삼각관계를 넘어서 사각관계

이상의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 미묘한 갈등이 끊이지 않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었다.

아버지가 남긴 유산에만 관심 있는 히르트라이터의 자식들이나 엄청난 과거를 숨기고 있는 니카와

그녀를 찾고 있는 아이젠후트까지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비밀투성이에다

자기밖에 모르고 거짓말만 일삼는 인간들이라 모두 의심의 눈초리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수사를 주도해야 할 보덴슈타인마저 사생활로 인해 엉망인 상태인데다

니카에게 반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니 모든 부담은 피아 형사가 고스란히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아이젠후트가 나타나 니카를 찾기 위해 재니스를 폭행하는 등 점점 갈등이 격화되고

그런 와중에 거짓말들이 탄로나서 진실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타우누스 시리즈를 읽을 때마다 너무 등장인물들이 많고 관계가 복잡해서 혼란스러웠는데

좀 불만인 것은 등장인물들을 성으로 말했다 이름으로 말했다 갈지자 행보를 하니

동일인물을 두 사람으로 착각하게 만들 정도였다.

지구온난화와 관련된 음모론은 물론 작가적 상상력으로 봐줄 수도 있지만 아직 그 심각성을

대중들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잘못된 생각을 심어주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되었다.

그리고 너무 많은 인물들의 거짓과 위선으로 포장하다 보니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는 것보단

어부지리로 사건이 해결된 감이 있다. 게다가 니카와 아이젠후트의 얘기까지 너무 많은 걸 담아

내려 무리수를 쓰다 보니 결말이 좀 흐지부지된 것 같아 아쉬움을 주었다.

그래도 타우누스 시리즈의 매력만은 변함이 없었는데 다양한 개성의 인물들을 복잡한 사건으로

엮어내는 작가의 재능과 이젠 친구같이 익숙해진 보덴슈타인 반장과 

피아 형사 콤비 등의 변화과정을 지켜보는 재미도 나름 솔솔했다.

그동안 다양한 얘기들을 담아낸 타우누스 시리즈가 다음 작품에선

과연 어떤 얘기를 들려줄지 기대가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