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도시 Z
데이비드 그랜 지음, 박지영 옮김 / 홍익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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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곧 개봉할 영화의 원작소설이라고 하고 왠지 영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가 연상되어서

아마존의 밀림 속을 탐험하는 흥미진진한 모험담이 펼쳐질 거라 기대하고 본 책이었는데

실존했던 극지 탐험가 퍼시 포셋에 얽힌 실화에 가까운 얘기들을 담고 있었다.

퍼시 포셋은 사실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20세기 가장 유명한 극지 탐험가로

인디아나 존스의 롤 모델이라 할 수 있었다. 그는 아마존에 실재했다고 믿어지는 고대 문명의 전설을

찾아 여러 차례 떠났다가 돌연 실종되고, 이번에는 그를 찾기 위해 무수한 사람들이 나섰다가 사라지는

기이한 일이 발생한다. 이 책은 퍼시 포셋이 아마존 밀림 속에 존재했던 전설의 왕국인 잃어버린 도시

Z를 찾아다니는 모험담과 함께 현재 시점에서 퍼시 포셋의 흔적을 찾아나서는 얘기가 번갈아 진행된다.

예전에 '훔볼트의 대륙'이라는 책을 통해 미지의 대륙이라고 할 수 있었던 남미대륙을 탐험했던

훔볼트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겪게 되는 모험담이 흥미로웠는데 이 책에선 좀 더 험난한 여정이 펼쳐진다.

대부분의 유럽 출신 탐험가들이 황금으로 가득한 엘도라도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아마존의 밀림

속을 들어가지만 그곳에서 살고 있는 원주민들과 부딪히게 되고 무더운 기후와 질병, 위험한 동식물들에

노출되면서 생사를 위협하는 각종 위험에 맞서 싸우게 된다. 원주민들에게 희생되는 탐험가들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원주민들을 학살하는 탐험가들도 있는 가운데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퍼시 포셋을 비롯한 

탐험가들의 치열한 경쟁이 그려지지만 과연 이들이 목숨을 걸고 오지를 탐험하는 이유가 개인적으론

잘 이해가 되진 않았다. 물론 이런 사람들이 있었기에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고 인류의 활동무대와

지식이 한층 더 확장되는 결과를 낳았지만 그들이 얻을 수 있는 명예나 부에 비해 치러야 할 대가가

훨씬 큰 게 아닌가 싶었다. 퍼시 포셋도 왕립 지리학회의 후원 하에 잃어버린 도시를 찾기 위한

수차례 탐험길에 나서는데 그 과정에서 겪게 되는 일들이 정말 사실적으로 묘사된다. 

왠지 소설이라기보단 논픽션에 가까운 느낌도 들었는데 탐험가들과 원주민들이 벌이는 아슬아슬한

밀당(?)을 비롯해 마치 여러 탐험가들과 함께 아마존 밀림 속을 누비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퍼시 포셋의 행적을 추적한 끝에 얻은 결론은 뭔가 아쉬움이 남았지만, 방어 목적으로 파놓은

도랑을 뜻하는 해자가 1,000년 전에 존재했다는 사실 등을 근거로 아마존 유역에 고대 문명이

있었다는 퍼시 포셋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의 믿음이 터무니없는 것만은 아님을 알게 되었다. 

사실 인디아나 존스가 종횡무진하는 모험담과 같은 스릴 넘치는 얘기가 담겨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예능쪽보다는 다큐에 가까운 소설이어서 담담하게 밀림 속을 따라갔다 온 느낌이 든다.

올 하반기에 영화로도 개봉한다는 데 영화로 보면 훨씬 더 실감나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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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말 엔시 씨와 나 시리즈 1
기타무라 가오루 지음, 정경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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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추리소설에도 다양한 하위 장르가 있지만 일상 미스터리도 당당하게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제목부터 대놓고 커밍아웃한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을 비롯한 와카타케 나나미의 여러 작품들을 비롯해

종종 일상 미스터리 스타일의 작품들을 만나곤 하는데 솔직히 선호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나름의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는지라 수위가 높은 작품들을 읽고 나서 마음을 정화하는 기능도 했다.

이 책은 나오키상,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본격미스터리 대상의 화려한 수상경력을 가진

기타무라 가오루의 일상 미스터리의 전설같은 작품이라고 해서 과연 어떤 작품이기에

이런 평가를 하는지 기대가 되었다.

 

추리소설의 공식이라 할 수 있는 홈즈와 왓슨 콤비가 이 책에서는 라쿠고 예능인인 엔시 씨가 탐정

역할을, 여대생인 화자가 조수 역할을 맡고 있는데 총 5편의 단편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펼쳐진다. 일본 특유의 이야기 예술이라는 라쿠고는 화술을 기반으로 예능을 펼치는 거라는 데 잘은 모르겠지만

일본 전통 만담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암튼 라쿠고를 좋아하는 여대생 주인공 나는 교수님의 소개로

라쿠고 장인인 엔시 씨를 만나 다섯 개의 일상 미스터리를 해결하게 된다. 교수님의 트라우마에 얽힌 진실을 시작으로 해서 홍차집에서 벌어진 기묘한 장난의 실체, 여행지에서 발생한 차 시트커버의 분실,

동화 '빨간 모자'를 소재로 한 빨간 모자 소녀의 정체, 크리스마스 선물인 목마에 얽힌 비밀까지 

그야말로 일상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일들 속에 숨겨진 진실을 밝혀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진다.

사실 추리소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스토리들은 살인사건이 바탕이 되어 범인이나 범행과정,

범행동기가 뭔지를 맞춰가는 재미를 어떻게 요리할 것인가에 중점을 둔다. 그래서 일상의 소소한(?)

사건들에 숨겨진 비밀을 밝히는 일상 미스터리는 왠지 좀 가벼우면서도 묵직하고 진지한, 비장감이

결여된 느낌을 주는 게 사실이다. 사람의 생사와 인생을 두고 벌이는 범인과 탐정의 한판 대결에

비하면 마음을 짓누르는 압박감이 덜하다고 할 수 있는 반면 나와는 무관한 얘기가 아닌 주변에서

충분히 접할 수 있는 얘기라는 점에서 좀 더 피부에 와닿는 얘기들이라 할 수 있었다. 어린 시절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트라우마나 악의에 찬 장난질, 절박한 심정으로 저지르는 일들은 세상을 살다

보면 충분히 내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인데 이 책에선 마치 아빠와 딸같은 엔시 씨와 여대생

주인공이 절묘한 호흡으로 차분하게 묘한 사건들의 진실을 풀어나간다. 일상 미스터리라 충격적이거나 

자극적인 얘기들이 담겨 있지도 않고 전반적으로 부드럽게 술술 읽어나갈 수 있는 책이었는데

시리즈의 후속편인 '밤의 매미'에선 두 사람이 어떤 얘기들을 들려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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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장 행복한 탐정 시리즈 4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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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기무로 사부로가 드디어 탐정사무소를 개업했다니 정말 기대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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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견만리 : 새로운 사회 편 - 정치, 생애, 직업, 탐구 편 명견만리 시리즈
KBS '명견만리' 제작진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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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하는 시대에 필요한 밝은 통찰과 과감한 상상력을 보여준 '명견만리' 시리즈의 3편인 이 책은

새로운 사회라는 큰 주제 하에 정치, 생애, 직업, 탐구의 네 가지 분야에 대해 살펴본다.

'미래의 기회'란 주제로 윤리, 기술, 중국, 교육의 네 가지 문제를 다뤘던 2권을 통해 충분히 진가를

확인했기에 이 책도 여러모로 기대가 되었는데 역시나 의미 있는 내용들을 많이 포함하고 있었다.

 

먼저 정치편에서는 전 세계에 불어닥치는 시민 직접 참여 열풍과 갈등을 해결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기술 등을 통해 개인의 일생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정치 시스템의 변화를 다룬다.

잘못된 지도자를 뽑으면 어떤 결과를 낳게 되는지를 뼈저리게 경험한 대한민국이지만

여전히 사회적 갈등은 심각하고 이를 조정하고 해결할 수 있는 정치력은 부재인 상태이다.

사용후핵연료 최종처분장 후보지 결정을 위해 무려 12년간 토론과 합의 과정을 진행할 스위스의 사례나

사회복지를 줄이고 개인에게 더 많은 책임을 요구하는 개혁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무수한 토론과 합의

과정을 거치는 독일의 사례는 제대로 된 토론이나 합의 노력이 부실하기 짝이 없는 우리에게 좋은

본보기라 할 수 있었다. 뭐든지 조급증에 걸려 효율성만 추구하다 보니 대충 흉내만 내고 결국에는

밀어 붙이기로 진행하는 정부나 국회의 일처리 방식은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세계적으로 국민들의 적극 참여를 바탕으로 한 신생 정당들의 돌풍이 있는 상황인데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선거 등에서 정치적 의사표현의 규제가 심한 우리나라에선 보다 국민들의 적극적이고

직접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와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할 것 같다.

 

다음으로 생애편에선 100세 시대를 넘어서 120세 시대에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제안하고 있는데,

중년과 노년 사이의 새로운 생애 단계를 '서드에이지'라고 명명하면서 이들을 비영리영역인

제3섹터에서 활용하는 일본의 사례를 제시한다. 사실 수명은 연장되지만 은퇴 후의 삶을 위한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오히려 재앙이라 할 수 있는데 셀프부양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은

자식에게 기댈 수도 없고 국가나 사회가 이들을 부양할 수도 없어 향후 큰 사회문제가 될 것 같다.

직업편에선 자영업자가 660만 명이 넘지만 카페, 호프집, 치킨집, 편의점 등 유사업종에만 몰려서

출혈경쟁을 벌어고 있는 암담한 현실을 조명하고 있는데 자영업을 살리기 위한 대책과 자영업자

스스로의 차별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았다. 무엇보다 젊은이들이 공무원을 비롯한 식상한(?)

직업들을 희망하기보단 다양한 분야의 '덕후'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급선무일 것 같다.

마지막으로 탐구편에선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능력인 호기심을 장려하지 않아서 결코 선진국

수준을 따라갈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당장 돈이 될 만한 게 아니면 투자도

하지 않고 반드시 성과를 강조하면서 지원을 하되 엄청난 간섭을 하는 현재의 연구개발지원은

아무리 많은 돈을 써도 기존의 기술을 답습하고 모방하는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미래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해야 함에도 지식암기 위주의 구태의연한

교육도 디지털 시대에 걸맞는 인재를 만들어내기엔 역부족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얼마나 미래에 대한 준비가 취약한지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사실 당장 하루하루 먹고 살기도 힘든데 무슨 미래를 생각할 여유가 있겠느냐만은 아무 준비 없이

맞게 될 미래는 그야말로 끔찍한 악몽이 될 것이 뻔하기에 지금부터라도 차근차근 조금씩이라도

국가는 물론 사회와 개인 차원에서 미래에 대한 확실한 준비가 필요할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 책은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고 새로운 사회를 준비해야 함을 깨닫게 해주는

자극제 역할을 하기에 충분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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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너를 잃었는가 미드나잇 스릴러
제니 블랙허스트 지음, 박지선 옮김 / 나무의철학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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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 우울증으로 인해 생후 3개월 된 아들을 죽인 혐의로 치료감호소에서 3년을 보내고 출소한

수전 웹스터는 엠마라는 이름으로 새 인생을 시작하려던 중 봉투 속에 아들 딜런이라고 적힌

어린 아이의 사진을 받게 된다. 아들을 죽인 기억 자체가 없던 수전은 자신이 아들을 죽인 게 아니라

아들이 살아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하는데...

 

'나는 12주 된 아들을 죽인 엄마입니다'라는 충격적인 띠지의 광고문구가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을까

하는 강렬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이 책은 아들을 죽인 엄마라는 멍에를 쓴 수전에게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를 밝혀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다. 가끔 어린 미혼모들이 낙태나 영아살해

등을 하는 사건들을 뉴스를 통해 접하곤 해서 산후 우울증으로 영아를 살해했다는 설정이 완전히 낯선

사건은 아니라 할 수 있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상태가 안 좋은 엄마가 아이를 죽게 만든

불행하고 안타까운 사건으로 치부할 수 있는 일인데, 이 책의 주인공 수전은 자신이 정말 아들 딜런을

죽인 것인지조차 실감하지 못하던 상태에서 현재의 딜런 사진이라고 누군가 보낸 걸 받게 되자

장난으로만 치부할 수 없어 복역 중에 만난 캐시와 우연히 알게 된 기자 닉 화이틀리의 도움을 받아  아들의 죽음에 얽힌 진실에 차근차근 접근해간다. 한편 수전의 진실찾기와 번갈아 잭이란 인물과

그의 친구들의 얘기가 실려 있는데 아무래도 수전의 아들 사건과 직접 관계가 있음을 직감하지만

어떻게 연결이 될 것인지 쉽게 실마리를 찾을 수가 없었다. 수전과 닉, 캐시가 딜런의 죽음과 관련하여

사건 기록이나 관계자들을 만나고 다니자 여기저기서 태클이 들어온다. 무엇보다 딜런의 죽음과

수전의 당시 상태에 대한 판단 및 결정과정이 뭔가 석연치 않은 부분들이 많아서 상당한 의혹의

냄새를 풍겼다. 남편인 마크조차 뭔가를 숨기는 것 같은 인상을 줘서 엄청난 음모가 도사리고

있음을 짐작하게 했는데 역시나 드러나는 진실은 과히 충격적이었다. 잭과 친구들의 얘기가 결국 딜런의 죽음과 연결되었는데 잭과 친구들의 벌이는 끔찍한 짓들은 이런 일이 아직도 일어날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결국 엄청난 비밀들을 숨기던 자들에 의해 수전만 억울한

일을 당하게 된 꼴이었는데 뒤늦게나마 잘못된 일들이 바로잡혀 다행이었지만 현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과연 진실과 정의가 이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12주된 아들을 죽였다는 엄마의

처절한 진실찾기 과정에 저절로 감정이입이 된 작품이었는데 스릴러의 진수를 제대로 보여준

작품이었다. 제니 블랙허스트의 데뷔작이라고 하는데 앞으로 그녀의 행보를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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