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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견만리 : 미래의 기회 편 - 윤리, 기술, 중국, 교육 편 ㅣ 명견만리 시리즈
KBS '명견만리' 제작진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6년 9월
평점 :
세상이 워낙 급변하다 보니 미래를 위해 도대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모르고 무작정 사는 듯 하다.
얼마 전에 본 '증강현실'처럼 기술의 발전에 따른 새로운 미래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책들을 통해 다가올 미래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지만 막상 그런 미래를 맞이하기 위해 뭘 해야 할지는
막연하기만 한데 KBS의 다큐 프로그램 '명견만리'는 미래 사회의 주요 키워드들을 다루면서 우리가
밝은 미래를 맞이하기 위해 어디에 중점을 두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할 기회를 준다.
뛰어난 통찰력으로 미래의 일을 환하게 살펴서 알고 있음을 뜻하는 사자성어 '명견만리' 시리즈의
2편인 이 책에선 윤리, 기술, 중국, 교육의 네 가지 문제를 다루고 있다.
먼저 첫 번째 키워드 윤리에선 착한 소비와 속칭 '김영란법'의 시행으로 부패해소가 될 것인지에
주목한다. 특히 흔히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풍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며칠 전부터
시행되었는데 한국 사회의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꿀 정도로 그 효과가 강력하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얼마나 부패, 청탁 등에 관대하고 무감각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데, 각종 연줄과 돈으로 얽히고
설키면서 같은 편들끼리 편의를 봐주고 부정한 짓들을 당연스레 해왔던 부패공화국이 조금이나마
개선될 여지를 보여줘서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자정능력이 없는 한국사회의 부끄러운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씁한 면도 없지 않지만 이젠 일체의 부정한 청탁이나 접대가 사라지고 경조사 같은
사적인 행사에 안면 있는 사람 무조건 부르는 허례허식의 문화는 반드시 타파해야 할 게 아닌가 싶다.
이 책에 소개된 낯선 아프리카의 나라 보츠와나의 사례를 보면 부패척결은 그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문제임이 명확하지만 과연 법망을 회피하는 데 능한 한국인들에게 김영란법이 지속적으로
효과가 있을지, 한국사회의 문화가 근본적으로 바뀔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다음으로 기술편에선 인공지능, '플랫폼 시대', 4차 산업혁명이 불러올 사회를 살펴보는데,
비옥한 디지털 환경을 가지고 있음에도 제대로 된 꽃을 피우지 못하는 우리의 적나라한 현실이 엿볼 수 있다. 조선업 등 제조업이 붕괴되고 있는 시점에서 창조경제니 하며 말만 요란했지 과연
제대로 된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고 있는 것인지 심히 우려스럽다.
다음 편인 중국의 주링허우 세대(199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와 비교하면 우리의 청년들은 실업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는데, 창업에 있어 세 번의 기회가 주어지는 중국에 비해 오직 단 한 번의
기회밖에 없는 한국에서 슈퍼 차이나를 이끄는 중국 IT 기업들과 같은 회사들이 등장하길 기대하는
건 요원하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 교육편도 앞에 나왔던 문제들과 연결되는데 오직 주입식 교육으로
스펙 쌓기에 몰두하고 있는 한국식 교육으로 창의적인 인재를 길러낸다는 건 불가능이라 할 수 있다.
세계 최고의 교육강국이라는 핀란드는 기존 교육제도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음에도 여러 과목을 통합한 융합교육으로 교육제도를 개편하는 데 비하면 기득권 사수와 안이함으로 일관된 정부와
교육계, 학부모들에게 무슨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지 한숨이 나올 뿐이다.
이 책을 보면 대한민국은 총체적 난국에 빠져 과연 희망이 있는가 하는 부정적인 생각만 든다.
그럼에도 이런 책을 통해 잘못된 부분을 돌아보고 반성해서 변화를 추구할 줄 알면 일말의 기대를
할 수 있겠지만 지금 상황으론 결코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김영란법의 시행 등 과거의 잘못된
관례와 제도로부터 벗어나려는 시도가 없진 않기에 각자가 먼저 생각의 전환을 이루고 힘을 모으면
암울한 한국 사회를 조금씩이나마 바꿔나갈 동력을 얻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을 품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