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술 : 19세기부터 현재까지
샬롯 홀릭 지음, 이연식 옮김 / 재승출판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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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미술에 관심을 가진 이후로 여러 전시들을 통해 한국 미술의 큰 흐름은 대략 파악을 했지만 정작 책으론

한국 미술 전반을 다룬 책을 아직 보지 못한 것 같다. 미술 관련 책들은 주로 서양미술을 다루고 있고

간혹 접하는 한국 미술 책들은 유명 작가들에 한정해 다루고 있어 한국 미술의 전반적인 역사를 제대로

정리할 기회를 갖지 못했는데 회사 도서실에서 우연히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책에선 19세기부터 현재까지의 한국 근현대미술을 정리하는데 특이한 것은 저자가 한국인이 아닌

영국인이고 번역서라는 점이다. 한국인이 한국미술사를 정리하기도 쉽지 않은데 외국인이 이를 정리한

것도 신기하지만 이를 다시 한글로 번역을 해서 소개하는 것도 특별한 일인 것 같다. 근대 초기부터

2000년대 미술까지를 총 6장에 걸쳐 시대별로 정리하는데 한국이 전통 서화에서 벗어나 서양의 미술

사조를 받아들이는 시점부터 다룬다. 1880년대에 미술이란 용어를 한국에서 처음 사용했다고 하는데

1872년 독일어 쿤스트게베르베와 빌덴데 쿤스트를 번역한 일본 용어 '비주쓰'를 한국식으로 발음한 

것이라 한다. 아무래도 서양 문물을 대부분 일본을 통해 접하다 보니 철학 등 각종 용어도 일본이 만든 

걸 그대로 사용하게 되었다. 아놀드 헨리 새비지 랜더, 휴버트 보스 등 서양화가들이 그린 한국인의

초상화를 필두로 근대 초기와 일제강점기의 미술사를 다루는데, 최초의 서양화가라는 고희동이나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라는 나혜석 등 친숙한 이름도 등장하지만 일제시대라는 특수성 속에 어떻게

미술을 배우고 활동을 했는지를 자세히 알게 되었다. 다음으론 북한의 사회주의 사실주의 형성을

다루는데 이 부분은 아마 다른 책에서 접하기 힘든 부분이 아닐까 싶다. OCI미술관에서 북한 유화 

전시를 본 적이 있지만 북한 미술은 대부분 김씨 일가를 찬양하거나 사상 선동, 선전물 정도로만 인식을

했는데 그런 경향이 많은 건 사실이나 나름의 사회주의적 사실주의란 이름으로 작품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졌다.


1950년대에서 1970년까지는 추상회화의 시대라 할 수 있는데 이는 북한 등 공산권이 사회주의적 사실

주의란 이름의 미술이 유행하는 것에 맞서 미국 등 자유진영에선 추상미술이 유행한 것에 발맞춘 측면이

있다. 이어 단색화까지 유행하며 현재까지도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 다음 시대인 1980년대와

1990년대 미술에선 민중미술에 주목한다. 민중미술이 다른 책에서도 다뤄지긴 하지만 이 책에서처럼

비중 있게 다뤄지는 건 드물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1990년대와 2000년대 미술에선 다양한 소재와

표현 방식을 사용하는 최근 한국 작가들의 작품들을 소개하며 마무리한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외국인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한국 근현대미술에 대한 조예가 깊었는데 정작 한국인이 제대로

주목하지 못한 부분들까지 잘 정리를 하면서 좀 더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본 한국 미술의 흐름을 잘

살펴볼 수 있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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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북한 문화유산답사기 - 하 - 금강예찬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유홍준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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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교수의 '나의 북한 문화유산답사기' 1권이 평양 일대의 문화유산을 다뤘다면 이 책 2권에선

금강산에 집중한다. 아마 북한의 문화유산 중에 남한 사람이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이 금강산일 것 같은데

한때 현대아산에서 금강산 관광상품을 운영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 책은 그 이전의 방북 답사와 함께

현대 금강호를 타고 네 번이나 추가로 가서 답사한 내용을 담았다.


이 책에선 1부 '금강 입문', 2부 '외금강', 3부 '내금강'의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금강산에 얽힌

우리 역사 속의 각종 글과 그림 등을 총망라해 소개한다. 워낙 극강의 미모(?)로 유명한 산이지만 현재

남한 사람들 중에는 직접 가본 사람들이 극소수이다 보니 여전히 막연한 동경의 대상이라 할 수 있는데

저자가 처음 방북 답사로 금강산을 가게 되었을 때의 심경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이 책에선 주로

금강산 관광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이전의 방북 답사때 시인 고은과 소설가 김주영과 동행한 얘기가

소개되는데 미투 사건으로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 고은이 미화(?)되어 등장하고 있어 좀 거슬렸다.

책 출간 당시를 감안하면 저자가 추앙하는 인물로 대접받던 시절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1부에선 금강산에 접근하는 경로부터 여러 얘기들이 등장하는데 조선 세조가 40일에 걸쳐 온정리 온천

행차를 했다는 건 이번에 알게 되었다. 단종 등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왕이 된 세조가 피부병 등으로

고생하다 금강산에 있는 온천에 가서 일대를 관광하고 온 얘기는 좀 어이가 없었다.   


2부부터는 본격적인 금강산 유람기가 나오는데 바다쪽인 외금강부터 다룬다. 궁궐 등 고건축물 수선

등에 사용되는 금강송 얘기부터 시작해 외금강 탐승의 양대 코스인 만물상과 구룡폭 일대의 절경을

사진으로나마 감상할 수 있었다. 3부 내금강은 과거 금강산 관광 당시에도 개방되지 않았던 곳인지라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었는데 방북 답사 때도 간신히 허가가 되었다고 한다. 경사가 가파른 외금강이

굳센 남성미를 보여준다면 완만한 내금강은 온화한 여성미가 있다고 표현하는데, 과거 금강산 유람을

했던 양반들은 가마와 나귀를 타고 갔다고 한다. 특히 가마중이 있었다고 하니 조선시대 당시 불교의

위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였다. 장안사터, 표훈사, 정양사 등 유명 사찰 등 다양한 볼거리들이

있었지만 역시 가장 압권은 묘길상의 마애불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전형적인 고려 초기 불상으로 고려

불상의 자존심이라고 할 만한 명작이라 평가한다. 아쉽게도 금강산 최고봉인 비로봉에는 오르지 못하고

금강산 탐승기를 마무리하는데 부록처럼 북한 답사 여록을 수록하고 진짜 부록으로 금강산의 역사와

문화유산으로 북한 문화유산답사의 대단원의 막이 내린다. 개성과 백두산 등도 답사를 했다고 하는데

실제 답사기로는 나오지 않은 게 아쉬움이 크다. 저자는 북한 문화유산답사기를 내면서 북한에 너무

우호적인 게 아니냐는 비판도 받았다고 하는데 오히려 북한이 실제 자랑스레 보여준 평양산원, 만경대

학생소년궁전 등은 한번도 언급하지 않을 정도로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사실 북한이

자신들의 문화유산을 광고하기 위해 특별히 방북을 허락했던 것이기 때문에 그 결과물인 이 책도 분명

확인을 했을 것이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발언 수위를 나름 신경써야 했던 저자의 고뇌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암튼 유홍준 교수의 안내로 책으로나마 금강산을 둘러볼 수 있어 소중한 시간이

되었는데 생전에 금강산을 꼭 가볼 기회가 생겨 다시 한 번 이 책을 펼쳐볼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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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북한 문화유산답사기 - 상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유홍준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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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교수의 '한 권으로 읽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읽고 나니 앞서 나왔던 책들 중 못 본 책을

보고 싶었다. 특히 북한편은 작년에 통일교육을 받으면서 나름 활용(?)을 했던 책이라 실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궁금했다. 사실 전 정권때 북한과 잠시 분위기가 좋을 때 혹시나 북한을 갈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한 적이 있었는데 역시나 허황된 꿈에 지나지 않아 책으로나마 북한을

여행할 기회가 생긴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이 책은 유홍준 교수를 비롯한 네 명이 1997년 9월 북한 평양 일대의 문화유적을 답사한 결과물로서

김영삼 정권 말기 IMF 사태가 터지기 직전에 있었던 답사기이다. 이제 거의 30년이 다 되어 가는 옛날(?)

시점이다 보니 괜스레 그 시절로의 추억여행을 떠나는 기분도 들었다. 아무래도 북한이란 곳 자체가

비정상인 동네다 보니 뭔가 조심스럽게 불안한 느낌도 들 것 같은데 그래도 당시는 남북 사이의 분위기가

지금처럼 험악하진 않아서 그런지 나름의 여유와 유머가 있었다. 평양 대동강 일대의 대동문으로 

본격적인 답사가 시작되는데 대동문은 평양성의 정문격으로 작년 리움 전시를 통해 북한의 국보 1호가 

평양성이란 사실을 알게 되어 우리로 치면 숭례문(남대문)부터 답사를 시작한 셈이다. 연광정, 부벽부, 

을밀대 등 대동강변과 모란봉 일대의 명승지들을 책으로나마 둘러보는 감회가 남달랐다. 다음으론 

보통강 보통문을 가는데 여기는 북한 국보 제3호이다. 이렇게 북한의 핵심 문화재들을 소개하는 가운데 

북한의 여러 흥미로운 얘기들을 접할 수 있었다. 특히 호칭 관련해서 흔히 알고 있는 '동무', '동지', 

'아바이'가 쓰임새가 달랐다. '동무'는 친구나 손아랫사람의 이름이나 관직에, '동지'는 윗사람이나 

나이든 사람의 이름이나 직함에 붙이는 존칭이고 동지라 부르기에 나이가 많으면 '아바이'라 붙인다고 

한다. 우리가 존칭으로 흔히 쓰는 '님'은 오직 김일성 일가에게나 붙이는 극존칭(?)이고 '선생'은 체제 

밖에 있는 사람 모두 이름이나 직함 뒤에 붙이는 우리로 말하면 '~씨'에 해당되었다. 


북한 유적 중에는 동명왕릉이나 단군릉 등이 등장하지만 이들은 복원이라 하지 않고 '개건'이란 개념을

사용한다. 즉 옛 모습대로 살린 게 아니라 현재의 입장에서 새로 세운 것이라는 건데 어떻게 보면 이게

더 맞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최대한 옛 모습을 재현해 복원하는 게 원칙이겠지만 그것조차 어려운

경우에는 솔직하게 현재 관점에서 재건했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화재 이후 복원된 숭례문 같은 

경우에도 논란이 있었지만 숭례문은 여러 자료가 많아 원래 모습대로 복원이라 하는 게 맞을 것이다.

묘향산 일대도 답사를 하는데 서산대사는 "금강산은 수려하나 장엄하지 못하고 지리산은 장엄하나 

수려하지 못하지만 묘향산은 장엄하고도 수려하다'며 극찬하기도 했다. 보현사의 주지의 안내를 받으며

북한의 스님은 대개 대처승이라 하는데 오직 김일성 일가를 신적 존재로 우상화하며 종교보다 강력한

이데올로기 신앙을 가진 북한에 우리가 아는 종교가 제대로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후반부는

강서의 고구려 벽화무덤들을 둘러보는 일정이었는데 국립중앙박물관 고구려실에 있는 강서대묘 

모사도를 직접 관람하면서 그중에서도 현무도가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한다. 저자는 세계미술사 무대에

당당히 내세울 수 있는 우리 유물 10점 중 하나로도 강서큰무덤의 현무도를 꼽았는데 이를 두고 그보다

훨씬 전인 알타미라, 라스코 동굴벽화보다도 못하다고 질문하자 고구려벽화가 그려질 당시를 기준으로

하면 세계 최고였다고 반론한다. 이 부분은 정말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놀라운 평가였는데 역시 어떤

관점을 가지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음을 새삼 실감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북한의 여러 문화

유산을 직접 가볼 수 있는 날이 언제가 될지 기약할 수 없는 게 너무 안타까웠다. 김정은 정권이 붕괴

되지 않는 한 불가능할 것 같은데 이 책을 통해서나마 북한 평양 일대의 주요 문화재들과 북한 사람들의

언어생활과 생활 모습을 살짝 엿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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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렌디피티 - 위대한 발명은 ‘우연한 실수’에서 탄생한다!
오스카 파리네티 지음, 안희태 그림, 최경남 옮김 / 레몬한스푼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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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발견이나 행운을 뜻하는 이 책의 제목은 예전에 존 쿠삭과 케이트 베켄세일이 주연으로 등장한

영화와 같아 약간은 설렘이 담겨 있는데 이 책에선 우연한 실수에서 탄생한 다양한 음식들의 얘기를

다룬다. 총 48가지의 세렌디피티 사례들을 소개하는데 여전히 음료의 대표주자인 코카콜라로 포문을

연다. 


각 에피소드마다 관련된 전문가와의 인터뷰를 수록하고 있는데 코카콜라편은 2007년부터 2017년까지

CEO로 있었던 무타르 켄트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코카콜라가 처음엔 약으로 탄생했다는 등의 내용은

사실 예전에 읽은 '오리지널의 탄생'과 '세계사를 바꾼 6가지 음료' 등에서 이미 접했던 내용이라 그리

새롭진 않았다. 그러나 다음 타자인 초코잼 누텔라 등은 제품 자체가 친숙하지 않아(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은 들지만) 나름 흥미롭고 신선했다. 커피도 여러 책에서 자주 다루는 얘기인데 에디오피아의

칼디라는 양치기가 염소들이 먹던 열매를 가지고 최초의 커피를 만들었다는 얘기로 뜬금없이 작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갔던 칼디 커피 매장이 생각났다. 요거트는 칭기즈칸의 병사 물병에 적군이 우유가

상해서 중독되라고 채워준 것이 발효가 되면서 칭기즈칸 병사들의 에네지 음료가 되었다는 그야말로

세렌디피티 얘기를 들려준다. 브라우니는 콜럼버스의 미 대륙 발견 400주년 기념(1892년) 세계 만국

박람회에 초대받은 여성들이 작은 디저트를 먹은 후 손가락을 닦으러 화장실에 달려가게 만들고 싶지

않았던 파머 하우스 호텔 주인이 자신의 파티시에게 주문해 처음 만들어졌다고 한다. 브라우니는 특별히

세 가지 버전의 레시피까지 소개하고 있다.   


초반부에는 감자튀김, 고추, 팝콘 등 친숙한 음식들이 등장하는데 특히 아이스크림을 누구나 맛볼 수

있게 해준 사회적 평등의 상징인 아이스크림콘이 인상적이었다. 우리가 흔히 돈가스로 즐겨 먹는

빵가루를 입힌 커틀릿이 기원이 밀라노라는 생소한 얘기와 함께 나폴리식 커틀릿이 등장하는 등 주로

이탈리아의 음식 얘기가 많이 나와 좀 낯선 측면도 없지 않았는데 이탈리아 중심의 서양 음식이 주를

이루다 보니 구색(?)을 맞추려고 두부가 등장한다. 마지막은 최고의 세렌디피티인 '인류'를 등장시켜

대단원의 마무리를 하는데 이 세상에서 인간보다 더 우연하고 불완전한 방식으로 창조되고 자율적으로

형성된 것도 없다고 말하며 우주의 탄생부터 현재 인류까지 인간에게 일어난 세렌디피티를 압축적으로

소개한다. 의심과 실수가 만들어낸 세렌디피티의 다양한 사례들을 음식을 위주로 만나볼 수 있는 이

책을 통해 우연이 만들어낸 행운의 결과도 결국 열정과 노력의 산물임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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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눈동자에 건배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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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 형사 시리즈를 모두 읽고 나니 이제 뭘 읽을까 고민하던 차에 아직 보지 못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이 여럿 있어 그중에서 이 책을 골랐다. 책 제목은 영화 '카라블랑카'에서

험프리 보가트가 잉글리드 버그만에게 했던 대사여서 히가시노 게이고가 로맨스에 도전했냐 싶더니

'외사랑' 때처럼 제목에 좀 낚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알고 보니 총 9편의 단편이 실린 이 책의 단편

중 하나의 제목이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단편집은 그리 많이 만나보진 못했는데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각기 다른 매력을

간직하고 있었다. 먼저 '새해 첫날의 결심'은 새해를 맞아 신사에 갔던 부부가 속옷 차림으로 쓰러진

군수를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얘기를 담고 있다. 드러나는 진실은 좀 황당했지만 극단적인 결심을 했던

부부가 저런 인간들도 사는데 우리도 살아야겠다는 삶의 용기를 되찾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요즘

범죄자들이 큰소리 치는 세상이다 보니 점점 뻔뻔한 인간들이 늘어나지만 오히려 그런 인간들을 보며

의도하지 않은 위안(?)을 받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10년 만의 발렌타인데이'도 제목만 보면 로맨틱한

얘기인가 싶지만 뒤로 갈수록 놀라운 반전을 선보이는 흥미로운 얘기였다. '오늘 밤은 나 홀로 히나

마쓰리'는 딸을 명문가에 시집보내야 하는 아빠의 걱정이 죽은 아내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어느

정도 해소되는 얘기였고, 책 제목인 '그대 눈동자에 건배'는 앞서 본 '10년 만의 발렌타인데이'와 비슷한

느낌의 작품이었다.


'렌털 베이비'는 로봇 아기를 키우면서 발생하는 에피소드를 그렸고 '고장 난 시계'는 완전범죄를 꿈꾸다

오히려 자기 꾀에 당하고 마는 범인의 허탈한 얘기를, '사파이어의 기적'은 파란색의 페르시아 고양이에 

얽힌 흥미진진한 사연을 들려준다. '크리스마스 미스터리'는 '고장 난 시계'처럼 완전범죄를 계획하다

오히려 자기가 놓은 덫에 빠져 꼼짝달싹 못하게 되는 범인의 얘기를, 마지막 '수정 염주'는 딱 한 번

시간 여행을 가능하게 해주는 집안의 가보 '수정 염주'를 죽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으면서 깨닫게 되는

부정을 담아냈다. 9편의 단편들이 모두 제각기 다른 개성을 지니면서도 색다른 매력을 발산하여 

그야말로 다양한 스타일의 미스터리들을 골라 먹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단편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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