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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수집가
오야마 세이이치로 지음, 윤시안 옮김 / 리드비 / 2025년 8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제목부터 본격 미스터리에서 즐겨 애용되는 밀실을 내세운 이 책은 알고 보니 예전에 읽었던 '왓슨력'의
저자 오야마 세이이치로의 작품이었다. 2002년 본격 미스터리 대상에 빛나는 작품답게 다양한 밀실
트릭을 선보이는 다섯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흥미롭게도 1937년부터 2001년까지 60년을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사건을 해결하는 중심에는 홀연히 등장했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밀실수집가가
있었다.
먼저 1937년 류엔고등여학교에서 일어난 음악 선생의 총격사건을 우연히 목격한 여학생 지즈루가
숙직이던 영어 교사와 소사와 함께 사건 현장인 음악실에서 시신을 발견하는데 음악실은 밀실 상태였다.
범인이 어떻게 음악실에서 음악 선생을 살해하고 굳게 닫힌 음악실에서 빠져나갔는지 사건은 미궁에
빠지지만 갑자기 찾아온 밀실수집가가 지즈루와 형사인 지즈루의 삼촌의 설명을 듣고 바로 진상을
파악한다. 사실 밀실수집가가 들려준 사건의 진상은 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없진 않았는데 기발한
트릭이 있다기보다는 우연과 임기응변의 절묘한 결합인 듯한 느낌이었다. 다음은 1953년으로 넘어가
사귀던 소년과 소녀가 밀실 상태인 집에서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여러 가지 가능성이 검토되는데
역시나 밀실 냄새를 맡고 온 밀실수집가가 등장한다. 담당 형사로부터 얘기들 다 듣자 진상을 알았다며
마침 우연찮게 마주친(?) 범인을 바로 지목한다. 여기서도 밀실은 오해가 낳은 결과물이었는데 밀실
이론 중에 범인에게 상해를 입은 피해자가 잠시 목숨을 부지한 상황에서 스스로 밀실에 들어간 다음
세상을 떠나 만들어지는 밀실 유형을 내출혈 밀실이라 하고, 밀실 성립 이전에 살해당안 피해자가
밀실이 만들어진 후에 살해당했다는 오해가 생기면 범인이 피해자를 살해할 수 없었던 것처럼 보이는
것을 시간차 밀실이라고 부른다는 걸 새로 알게 되었다.
다시 시간을 건너 뛰어 1965년으로 가는데 결혼을 앞둔 여자의 집에 옛 애인이 찾아와 다시 만나자며
실랑이를 벌이던 중 두 사람은 윗층에서 사람이 떨어지는 걸 목격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윗집은
밀실 상태였는데 바로 냄새를 맡고 밀실수집가가 출현한다. 범인의 교묘한 트릭은 밀실수집가 앞에선
무용지물이었다. 이젠 20년을 건너 뛰어 1985년으로 가는데 유력 인물의 약점을 잡아 협박을 해서
살아가는 기자가 자신의 집에서 살해당한다. 역시 밀실 상태였고 세 명의 용의자가 부각되는데 밀실
수집가가 나타나 범인이 일부러 밀실을 만든 이유를 8가지나 검토한다. 앞선 사건에서 등장했던
인물이 다시 나오는 등 연관성을 이어가는데, 2001년 수면제로 자살을 시도했다 여의사에게 도움을
받았던 가야코가 밀실 상태에서 자신을 구해준 여의사를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는 사건으로 마무리
한다. 역시나 밀실수집가가 등장해 예상 밖의 진실을 들려주는데 어떻게 보면 좀 황당하고 허무한
결말이었다. 암튼 이 책은 다양한 밀실 트릭의 변주를 통해 밀실 사건의 묘미를 극대화하는데 실존
인물이라 할 수 없는 탐정 역할의 기묘한 밀실수집가라는 흥미로운 캐릭터가 재미를 배가 시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