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은 어떻게 무너지는가
정유경 지음 / 시공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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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의 대부분의 시기는 왕이 통치했기 때문에 왕을 중심으로 역사를 서술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의 역사를 다룬 책들도 대부분은 왕조와 왕을 중심으로 얘기가 전개되어서 '태정태세문단세'로

시작하는 조선왕조 왕들의 이름 외우기처럼 왕들의 이름과 그들의 족보를 외우는 게 역사공부의 큰

비중을 차지하곤 했는데 이 책은 우리에게 조금은 낯선 유럽의 여러 나라들을 중심으로 왕위를

둘러싼 치열한 권력 다툼을 크게 16개의 사례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시작은 잉글랜드를 정복한 윌리엄 1세가 포문을 여는데 이미 알고 있는 단편적인 사실이었지만

이 책에선 잉글랜드의 시조라 할 수 있는 앨프레드 대왕부터 '정복왕' 윌리엄이 헤이스팅스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기까지의 잘 몰랐던 우여곡절을 잘 풀어내었다. 가부장적인 우리의 역사에선 부자관계

아니면 형제 등 남자 위주의 왕위계승이 일어나지만 그래도 유럽에서 여자에게도 남자 상속자가 없을

경우 원칙적으로 왕위를 승계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특히 우리와 완전히 차별화가 되는 부분은

왕위승계권을 가진 여자와 결혼한 남편이나 그 자식들에게도 왕위를 승계할 권리가 있었다는 점인데

우리의 경우 외척으로 사실상 권력을 누리는 예는 있었지만 직접 왕위에 오른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과

비교가 되었다. 권력은 부모와 자식간에도 나눌 수 없다고 하는데 왕위를 놓고 혈투를 벌이는 사례가

계속 등장했다. 전혀 몰랐던 시칠리아의 왕위를 둘러싼 혈투를 비롯해서 프랑스의 왕위계승권을 두고

영국과 프랑스가 무려 100년 동안 벌인 백년전쟁과 카스티야의 이사벨과 아라곤의 페르난도가

우여곡절 끝에 결혼하면서 오늘날의 에스파냐로 통일되기까지의 긴박한 과정 등이 관련 인물들을

그린 컬러 화보와 함께 잘 정리되어 있었다. 특히 이사벨 여왕의 얘기는 그나마 전에 읽었던

'여왕의 시대'를 통해 낯설지 않아서 쉽게 이해가 되었다. 문제는 이 책에서 다루는 왕위쟁탈전에

너무 많은 나라들의 왕가들과 인물들이 관련되면서 막 헷갈리고 정리가 잘 안 된다는 점이었다.

유럽의 왕가들이 서로 결혼으로 얽히고 설키면서 족보가 엄청 복잡해진 데다 근친혼의 영향인지

후사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여러 나라를 한꺼번에 물려받는 카를로스 5세 같은 인물도 있었고

스웨덴처럼 왕을 혈통과는 무관하게 외국인을 초빙하는 경우까지 있었다. 유럽이 주를 이뤘지만

인도나 오스만 제국의 사례까지 역사상의 치열했던 왕위계승의 사례들을 총망라해서 왕조역사의

교과서로 해도 손색이 없는 책이었는데 블로그 활동을 통해 다른 사람들이 알기 어려운 부분들을

잘 정리해낸 저자의 노력이 돋보이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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