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의 시대 - 역사를 움직인 12명의 여왕
바이하이진 엮음, 김문주 옮김 / 미래의창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은 예전에 비하면 여권 신장으로 남녀간의 원칙적인 차별은 없는(?) 것으로 여겨지는 세상이

되었지만 불과 몇 십년 전만 하더라도 남녀간에는 엄연한 차별과 성역할에 대한 편견이 존재했다.

특히 나라를 통치하는 정치행위는 역사적으로 볼 때 남자들의 전유물인 것으로 여겨지곤 했는데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남성 못지않은, 아니 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 여왕들이 존재한 건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이 책에선 위대한 업적으로 인류사에 족적을 남긴 12명의

여왕(물론 여왕이 아닌 사람도 있다)들의 흥미로운 얘기를 담고 있다.


 

시대 순으로 12명을 다루고 있는데 첫번째의 영광은 역시 만인의 연인(?)이라 할 수 있는

클레오파트라가 차지하였다. 그녀의 코가 조금만 낮았더라도 세계의 역사가 달라졌을 거란

파스칼의 말이 있긴 하지만 그녀의 미모에 대해선 여러 설이 난무한다.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면 그리 미인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당대의 로마 영웅들인

카이사르와 안토니우스가 그녀의 치마폭에 놀아난 사실만 봐도 그녀에게 치명적인 매력이

있었음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 마치 그녀를 팜므파탈의 대명사인 것처럼 간주하는 경향도 있지만

로마로부터 이집트를 지켜내기 위해 자신이 가진 미모(?)를 무기로 나름의 능력을

발휘한 여왕으로 볼 수도 있지 않나 싶다.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물리치고 해상권을 장악하여 대영제국의 기초를 닦은 엘리자베스 1세나

운(?) 좋게도 '해가 지지 않는 나라'의 주인이 되었던 빅토리아 여왕, 여전히 영국 왕실을 이끌며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는 엘리자베스 2세까지 영국의 여왕들과 스페인 통일의 주역인 이사벨 1세 등

유럽의 낯익은 여왕들의 일생이 흥미롭게 정리되어 있었는데 12명의 여왕(황후) 중

스웨덴 여왕인 크리스티나와 중국의 효장문황후만 이 책을 통해 처음 만나게 되었다.




편저자가 중국인이라 그런지 중국인이 무려(?) 3명이나 포함되어 있는데

중국의 유일무이한 여황제 측천무후는 당연히 포함되어야 할 인물이라 하겠지만 서태후에

효장문황후까지 포함시킨 건 아무래도 좀 무리수를 둔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물론 이 책의 원제에 empresses가 들어가 있으니 편저자가 이들을 넣은 건 문제될 게 없겠지만

(네로의 어머니인 아그리피나도 넣었으니까) 차라리 우리의 선덕여왕 같은 인물을 넣었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물론 편저자가 우리의 여왕이나 왕후들을 알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얼마 전에 읽었던
'역사가 기억하는 세계 100대 제왕'과 비교하면 측천무후, 이사벨 1세,

엘리자베스 1세, 마리아 테레지아, 예카테리나 2세, 빅토리아 여왕까지 6명의 여왕이 두 권에 모두

등장하는데 로마 영웅들에 의지했던 클레오파트라나 직접 왕이 된 게 아니고 섭정을 했던 아그리피나,  

효장문황후, 서태후는 제왕이라 할 수 없고, 크리스티나 여왕은 짧은 제위기간 후 퇴위했기 때문에,  

엘리자베스 2세는 아직 생존해 있는 여왕이기에 세계 100대 제왕에는 실리지 않은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책에 소개되는 12명의 여왕(황후)의 삶을 보면 이 책의 서문에서 정리한 것처럼

탁월한 지혜, 비범한 담력, 불굴의 의지, 명철한 수단 등을 통해 남성 중심의 험난한 세상을

자신들의 능력으로 이겨내고 최고의 자리에 오른 게 아닌가 싶다. 남녀가 평등하게 대접받는다는

현재에도 아직까진 여성이 최고의 자리에 오르긴 힘든 걸 생각해보면

이 책에 소개된 여왕(황후)들이 남성을 능가하는 엄청난 능력을 가진 사람들임은 분명한 것 같다.

하지만 그녀들의 삶이 결코 순탄치는 않았다. 상당수가 여자로서의 삶은 불행한 경우가 많았는데

권력을 이용해 많은 남자들을 거느리기도 하지만(역시 남자나 여자나 권력이 있는 곳에는 많은

이성이 있기 마련인가 보다ㅋ) 자신의 사랑하는 남자와 행복한 삶을 꾸려나간 경우가 드물다는

사실이 안타까움을 주었다. 요즘도 그렇지만 사랑과 성공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여자는 그리 흔하지 않다는 사실이 여자들이 보면 조금 씁쓸한 기분이 들지 않을까 싶다

(물론 남자에게도 두 마리 토끼는 결코 호락호락하진 않지만...ㅋ).

암튼 역사를 움직였던 12명의 여왕(왕후)과의 만남을 통해 그 동안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었던

그녀들의 숨겨진 애환을 흥미진진하게 잘 정리한 책이었는데 아마도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여자들이  

판치는 시대에 고군분투하는 남자들의 얘기를 담은 책이 나오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싶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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