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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의 시체 ㅣ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47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설영환 옮김 / 해문출판사 / 1989년 5월
평점 :
며칠 전에 애거서 크리스티의 '회상속의 살인'(원제 '다섯 마리 아기 돼지')을 읽었는데
황금가지에서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출간 기념으로 그녀의 대표작을 '에디터스 초이스'란 컨셉으로
출간한 10권 중 이제 안 읽고 남은 마지막 책이어서 과연 어떤 내용일까 기대가 되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미스 마플이 등장하는 작품이었는데 '예고 살인'과 함께
'에디터스 초이스'에 선정된 미스 마플이 등장하는 작품이라 과연 이 작품에선 미스 마플이 어떤
활약을 할 것인지 궁금했다. 사실 미스 마플이 등장하는 작품 중에선 '열세 가지 수수께끼'가
더 유명한 것 같은데 이 책이 선정된 것은 좀 의외라고도 할 수 있었지만 그만큼 뭔가 특별한 게
있지 않을까 더 호기심이 일었다.
밴트리 대령의 서재에서 정체불명의 여자 시체가 발견되면서 얘기가 시작된다. 밴트리 대령을 비롯한
그 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누군지도 전혀 모르는 여자의 정체는 호텔에서 댄서로 활동하던
루비 킨이라는 18살 여자였는데 왜 그녀가 밴트리 대령의 서재에서 죽어 있었는지 별다른 단서가
없어 사건은 미궁에 빠지고 만다. 루비 킨의 신원을 확인해준 그녀의 사촌이자 같은 호텔에서
댄서로 활동하던 조세핀 터너에 의해 루비 킨이 콘웨이 제퍼슨이라는 부유한 노인의 총애를 받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는데 자녀를 불의의 사고로 잃고 며느리인 애들레이드와
사위 마크 개스켈과 살고 있던 제퍼슨이 루비 킨을 양녀로 삼으려고 했던 사실이 드러나자
며느리와 사위에게 의심이 갔지만 알리바이가 있어 수사의 진도가 나가지 않던 차에
차에 불탄 시체가 발견되고 시체의 신원이 실종된 여고생 패밀라 리브스로 추정된다.
서로 연결점이 없어 보이는 두 사건을 연결 짓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미스 마플이 본격적으로
개입하여 숨겨져 있던 사건의 연결고리를 밝혀낸다. 범인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돌발변수가 개입되면서
사건이 상당히 꼬인 측면이 없지 않았는데 미스 마플이 차근차근 단서들을 모아서 범인을 잡기 위한
덫을 설치하고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다. 이 책은 기존에 봐온 작품들과 좀 색다른 부분들이 있는데
애거서 크리스티가 쓴 서문도 있고, 작품 중간에 스스로를 인기 추리소설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는
등 작품 자체를 흥미롭게 하는 요소들이 곳곳에 포진되어 있었다. 제목이자 핵심 소재라 할 수 있는
'서재의 시체'를 작가 스스로 '클리셰'에 해당한다고 얘기했는데 딱히 어느 작품에서 다루어서
상투적이라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암튼 마을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알면서 사람에 대한 뛰어난
통찰력을 보여준 미스 마플에겐 어떤 재료를 가져다주어도 잘 요리해낸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입증한 작품이었는데 포와로에 비해 미스 마플의 사건해결방식에는 왠지 좀 적응이 안 되었다.
이제 황금가지의 '에디터스 초이스'와 '푸아로 셀렉션', 애거서 크리스티 본인이 선정한 베스트10까지
애거서 크리스티의 대표작이라 할 만한 작품들은 거의 빼놓지 않고 다 읽은 듯 한데 아직 남아 있는
작품들도 분명 그녀의 이름값은 충분히 할 것으로 보여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행복한 고민을 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