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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달콤한 고통 ㅣ 버티고 시리즈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김미정 옮김 / 오픈하우스 / 2017년 7월
평점 :
품절
사랑했던 애나벨이 자신이 잠시 떠나 있는 사이에 다른 남자와 결혼하자 데이비드 켈시는
애나벨에게 편지를 종종 보내면서 그녀가 자신에게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
데이비드는 주말마다 요양원에 있는 어머니를 보러 간다는 핑계로 애나벨과 함께 보내기 위해
윌리엄 뉴마이스터라는 가명으로 마련한 집에 가서 그녀와 함께 하는 달콤한 상상을 즐기던 중
데이비드에게 경고하러 총을 들고 찾아온 애나벨의 남편 제럴드를 넘어뜨려 죽이고 마는데...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책은 그녀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열차 안의 낯선 자들'을 인상적으로 봤는데
이 책은 왠지 피츠제랄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연상시키는 부분이 많았다.
먼저 다른 남자와 결혼한 여자를 잊지 못하고 그녀 주위를 맴도는 남자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부분이 많은데 이 책의 주인공 데이비드도 자신이 아닌 다른 남자와 결혼한 애나벨에게 계속 편지를
보내면서 그녀가 곧 자신에게 돌아올 거라는 근거 없는 확신을 가지고 생활한다.
매주 하숙집에서 떨어진 곳에 다른 이름으로 집을 마련해놓고 애나벨과 주말을 함께 보낸다는 상상
속에 사는 독특한(?) 남자였는데 답답한 편지로 애나벨과 연락하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그녀가
사는 집에 직접 찾아갔다가 남편을 자극하고 돌아온다. 아내에게 계속 추근대는 남자를 가만히 보고
있는 남편이 어디 있겠는가. 애나벨의 남편 제럴드는 데이비드가 다시는 애나벨에게 연락을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데이비드를 찾아갔다가 결국 주말에만 보내는 데이비드의 아지트까지 가게 된다.
결국 데이비드와 제럴드는 실랑이를 벌이다가 데이비드가 제럴드를 죽이고 마는데, 자신과 애나벨과의
관계가 드러나면 살인으로 의심받을 걸 두려워 데이비드는 가명인 윌리엄 뉴마이스터로 사건을
신고하고 일단은 정황상 정당방위를 인정받아 풀려난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데이비드를
짝사랑하는 하숙집 여자 에피가 데이비드가 주말에 만나러 간다는 어머니는 이미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데이비드의 거짓말은 하나씩 드러나게 되고 데이비드는 자신이 바로 윌리엄
뉴마이스터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여러 공작을 꾸미는데...
이 책을 읽는 내내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데이비드라는 남자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신을 버리고 다른 남자와 결혼한 애나벨에게 왜 그리 집착하는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았는데
심지어 주말마다 그녀와 함께 보내는 상상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면 딱 환자 수준임을
알 수 있었다. 한편 애나벨도 데이비드가 유부녀인 자신에게 연락을 계속하면 확실하게 관계를
정리를 해야 하는데 자꾸 여지와 빌미를 주다 보니 데이비드가 계속 희망을 버리지 못하게 만든
것 같다. 제럴드가 죽고 경찰이 자신을 주목하지 않자 데이비드는 이제야 애나벨이 자신에게
돌아올 거란 희망에 부풀어 오르지만 애당초 혼자만의 착각 속에 살던 데이비드에겐 오히려
제럴드 사건과 관련한 의혹만 점점 좁혀져오고 결국 파국으로 치닫고 만다. 데이비드란 남자의
부질없는 집착이 불러온 비극을 흥미롭게 보여준 작품이었는데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특유의 심리
묘사와 한 여자에 대한 일그러진 사랑을 했던 한 남자가 어떻게 파멸해가는지를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