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 안의 낯선 자들 버티고 시리즈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홍성영 옮김 / 오픈하우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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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열차에서 만난 가이와 브루노는 자신들이 처한 사정 얘기들을 나누다가

각자 어려운 상황에 처했음을 알게 된다. 건축가인 가이는 아내인 미리엄이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후 이혼을 요구하고 있어 곤란한 상황이고, 브루노는 부유한 집안의 아들이지만 아버지를

미워하는 것을 넘어 죽이고 싶어하는 상황으로 서로의 고충을 알게 되는데,

거기서 브루노는 한 발 더 나아가 서로의 골칫거리를 해치우는 기발한 제안을 한다.

브루노가 자신이 미리엄을 처치해줄테니 가이에게 아버지를 처리해달라는 황당한 제안을 하자

가이는 설마 진심일까 생각을 하지만 결국 끔찍한 악몽이 시작되는데...


열차에서 낯선 사람과 만남을 가질 때가 있다. 보통은 옆 자리에 있는 사람과 별 다른 얘기를 안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때론 모르는 사람과 이런저런 얘기들을 주고받을 때도 있다.

영화 '비포 선라이즈' 같은 운명적인 만남을 기대해보기도 하지만

현실은 그냥 잠시 스치고 지나가는 사이에 불과할 뿐이다.

이 책에서도 우연히 열차 안에서 만난 남자 브루노로 인해 가이의 인생이 완전히 변하는 얘기를

담고 있는데 과연 처음 만난 사람과 그런 얘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건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다시 만날 일이 없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오히려 자신의 마음 속 얘기를 털어놓을 수도 있는데,

우연히 만난 브루노에게 미리엄에 대한 속마음을 내비쳤다가 가이는 정말 곤란한 상황에 처하고 만다.

남의 아이를 임신한 것도 모자라 이혼을 요구하는 미리엄에 대한 속상한 마음을 표현한 정도였는데

만사가 삐딱한 브루노가 아버지에 대한 완전범죄를 실현하기 위해 미리엄을 살해한 후

가이에게 자기 아버지를 죽이라고 협박하면서 끔찍한 고통이 시작된다.

사실 가이 입장에선 정말 황당할 수밖에 없는데 브루노가 자신이 그의 아버지를 죽이지 않으면

미리엄 살해의 공범으로 만들겠다고 하니 뾰족하게 협박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었다.

이 작품에서 시도한 방법인 교환살인은 실제 상황이라면 정말 기막힌 완전범죄가 될 수도 있는

상당히 효과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었는데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쌍두악마'에서 사용된 트릭의

원조가 바로 이 작품이 아닌가 싶다(물론 '쌍두의 악마'를 읽은 지가 오래되서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ㅋ).

문제는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두 사람 사이에 전혀 연관점을 찾을 수 없어야 하고

서로 자기의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해야 하는데, 서로 호흡과 마음이 잘 맞아야 하고 이후

상대방에게 살인범이라는 약점을 가지게 되는 위험부담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느냐가 관건인 것 같다.

이론상으로는 그럴 듯 한 계획이지만 혼자서 범행을 저지르는 것보다 훨씬 많은 변수와

파트너에 대한 신뢰를 영원히 지속할 수 있는지가 쉽지 않아서

현실 속에서는 그리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 같다.

암튼 이 작품 이전에 이런 트릭을 사용한 작품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기발한 발상의 작품을 선보인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리플리 시리즈로도 유명한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데뷔작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는데

그녀의 다른 작품들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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