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이 만난 우리 신화 - 당신들이 나의 신이다
이나미 지음 / 이랑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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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하면 왠지 그리스 로마 신화북유럽 신화같은 서양의 신화를 떠올리기 쉽다.

정작 우리의 신화는 단군 신화를 비롯해 몇몇 건국 신화나 황석영의 소설 '바리데기'로 친숙한

바리데기 정도만 알고 있어 상대적으로 우리 신화에 무심했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 책은 우리의 다양한 신화들을 소재로 해서 심리학적으로 그 속에 담겨진 의미를 풀어내고 있다. 오랜 세월 동안 전해져 내려오는 다양한 신화들을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가 융의 심리학을 기초로

설명하고 있는 이 책에서 다뤄지는 신화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단군신화를 비롯해 박혁거세, 유화부인,

소서노, 석탈해 등 고대 삼국의 건국 관련 신화들이 있는가 하면, 전래 동화로 어릴 때 동화책 등을

통해 봤던 혹부리영감,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우렁각시 등도 있었지만 상당수는 무속으로 전해내려오는

얘기들을 등장시켜 좀 생소한 면도 없지 않았지만 흥미로운 얘기들이 많았다. 

포문을 연 '원천강본풀이'는 예전에 읽은 '세계신화여행'에서 만난 적이 있어 그리 낯설지는 않았는데

주인공 이름조차 오늘이라서 지금의 삶에 충실하라는 메시지를 잘 담아내고 있었다.

세경본풀이나 영감본풀이, 천지왕본풀이, 성주풀이, 장자풀이, 차사본풀이까지 

주로 제주도에서 굿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내용이 많이 등장했는데

제주도 특유의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여성들이 많이 나왔다.

아무래도 저자가 여성이다 보니 좀 여성의 관점에서 신화를 해석하는 느낌이 들었는데,

우리 민족의 건국신화라 할 수 있는 단군신화에서도 가부장제적인 면에 주목한다.

환인, 환웅, 단군의 삼위일체가 전부 남자인 점이나, 신적인 측면은 남성이 가지고

동물적인 측면은 여성이 가진 점 등 나름의 근거를 제시하는데  

전에 읽은 '신화와 정신 분석'이란 책에서 단군신화를 분석한 것과는 사뭇 달랐다.

전세계 여러 나라의 신화들을 소재로 삼아 정신분석학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프로이트와 융의 이론을 바탕으로 풀어냈던 '신화와 정신 분석'에선

 서양과는 달리 극단적인 성적 충돌이나 균열이 거의 없었으며

여신의 악마화 과정 역시 나타나지 않았다는 특색이 있다고 단군신화를 평했는데,

이 책에선 가부장제적인 전승 때문에 저자는 거부감이 든다고 말한다.

이와는 반대로 소서노는 고구려를 세운 인물이자 백제를 세운 신화적 여성으로

현대의 모든 이들에게 귀감이 되는 인물이라고 높게 평한다.

기존에 알고 있던 건국신화류와 전래동화류 외에도 무속을 통해 전해오는 토종 신화들을

만날 수 있어 의미가 있었는데, 상당수는 운명이나 비극, 고난을 극복하고 성숙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어 영웅들을 다룬 한 편의 감동드라마와도 비슷한 느낌도 들었다.

우리 신화를 심리학으로 들여다보면서 역경을 이겨낸 우리 민족의 모습과 함께

신화 속에 숨겨진 다양한 의미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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