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세계대전사>를 리뷰해주세요.
1차세계대전사 (양장)
존 키건 지음, 조행복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제1차 세계대전은 세계대전이라는 이름 그대로 여러 나라가 개입되어

수많은 사상자를 만들어낸 인류 최악의 사건 중 하나였다.

하지만 히틀러가 나치를 통해 끔찍한 만행을 저지른 제2차 세계대전에 비하면  

우리의 관심도 떨어지고 그에 대한 자세한 연구도 적은 편이다.

 

이 책은 가장 뛰어난 전쟁사학자 중의 한 명으로 손꼽히는 존 키건이

제2차 세계대전에 이어 제1차 세계대전의 발단과 전개, 그리고 그 마지막 순간까지를  

수많은 자료를 바탕으로 생생하게 재현해 낸 책이다.

 

제1차 세계대전의 발단은 역시 분쟁의 화약고였던 발칸 반도에서 벌어진 암살사건이었다.  

사라예보를 방문했던 오스트리아의 황태자 페르디난트가 암살되자 오스트리아는 암살자 처벌을  

요구하면서 세르비아의 주권에 위협을 가한다.  

사실 이 두 나라 사이의 국지적인 문제로 한정될 수 있었던 이 사건은 오스트리아ㆍ헝가리가  

동맹국인 독일에게 지원을 요청하고, 세르비아는 자신들의 큰 형님 뻘인 러시아에 의지하면서  

러시아와 동맹관계던 프랑스와 영국이 개입되어 전 유렵이 전쟁의 포화에 휩싸이게 된다.  

암살 사건 이후 거의 한 달 정도의 소강기간이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 때 강대국 간의 외교적 수완이  

잘 발휘되었더라면 수백, 아니 수천만명을 죽음으로 내모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암튼 발단은 오스트리아ㆍ헝가리와 세르비아가 제공했지만 전쟁의 주역은 역시 독일과 프랑스,  

러시아, 영국이었다. 영국 등 다른 나라들이 산업혁명을 바탕으로 일찌감치 해외에 식민지를 개척하여

제국주의 열강으로 자리잡은 이후 후발주자였던 독일은 이미 다른 나라들이 차지한 틈을 비집고  

들어가기가 벅찼다. 당시 국력으로는 충분히 세계 최강을 겨룰 능력이 되었지만 이미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여러 나라들에게 밀려 자신의 몫을 제대로 차지 못하는 점에 대해 늘 불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독일은 내심 이미 전쟁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슐리펜 계획이 이를 잘 증명해준다.

독일은 지정학적으로 프랑스와 러시아 사이에 끼여 있어 양 국가와 동시에 전쟁을 치르기엔  

여러 모로 불리한 점이 많았다. 그래서 슐리펜은 프랑스를 단기간에 굴복시키고 군대를 동부전선으로  

옮겨 러시아를 물리치는 계획을 세웠는데 이것이 바로 슐리펜 계획이었다.

전쟁계획은 대부분 계획으로만 그치기 때문에 서랍 속에 잠자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마침 발칸반도에서 전쟁의 빌미가 생기자 독일은 옳다구나 하고 슐리펜 계획을 실행에 옮기게 된다.

 

하지만 전쟁은 독일의 계획대로 되진 않는다. 예상 외로 프랑스의 저항이 거셌던 것이다.  

영국의 지원군 등이 독일의 전진을 가로막자 서부전선은 교착상태에 빠지고 만다.  

결국 독일은 동부와 서부 양 전선에서 모두 싸워야 하는 상태에 빠지게 되는데  

아무리 그당시 독일이 강국이었다고 해도 사람이나 물자가 무한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동맹국에선 사실상 독일 혼자 싸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지만

연합국 측에는 프랑스, 영국, 러시아를 비롯해 마지막에 참전하는 미국까지  

사람이나 물자 동원 능력이 동맹국을 압도했다.

결국 초반에 우세했던 전쟁의 여세를 몰아붙이지 못하고 질질 끌던 독일은  

4년만에 연합국에게 항복하고 만다.

 

이 책에선 전쟁의 시작부터 주요 전투들을 사실감 넘치게 재현해내고 있는데  

끔찍한 사실은 몇 만, 몇 십만의 병사들이 의미도 없이 죽어갔다는 점이다.  

전쟁 후의 상황을 보더라도 도대체 누구를, 무엇을 위한 전쟁이었는지 알 수가 없는데  

그런 무의미한 살육전으로 수백만명이 자신의 목숨을 내놓아야 했다는 사실은 전쟁의 잔혹성을

여실없이 드러냈다. 몇몇 국가의 탐욕이 아무 죄 없는 생명들을 사지로 몰아넣은 것이다.  

중간중간에 흑백 사진이 곁들어져 있는데 사실 전쟁의 참혹함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전쟁에 끌려나온 사람들의 지친 모습은 느껴졌지만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그런 긴박함이  

느껴 지지는 않았다. 물론 그런 순간에 한가롭게 사진을 찍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암튼 이 책을 등장하는 여러 권력자나 장군들에겐 병사들은 그냥 소모품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평시에나 살인사건이 충격적인 사건이지 전시에는 오히려 얼마나 많이 죽이느냐에 따라

영웅이 되는 상황이니 수만, 수십만의 목숨 정도야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른다.  

작은 땅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사람을 죽도록 만들어도 상관없는 것이  

바로 전쟁의 속성이니까 말이다.

 

마치 제1차 세계대전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상황을 경험하고 확인한 것처럼  

저자는 전쟁을 생생하게 재구성해냈다. 어떻게 수많은 자료를 이렇게 잘 정리해냈는지  

감탄할 정도라 할 수 있었다.

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전쟁사학자라 그런지 온통 군대들의 교전과 이동, 작전에 치우치고 있어  

그쪽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상당히 지루한 느낌을 받을 것 같다.  

그리고 교착상태에 빠지긴 했지만 계속 대치하던 서부와 동부의 전선이 순식간에 무너지면서

독일이 항복하게 되는 전쟁의 후반부가 좀 엉성한 느낌이 들었다.

용두사미라는 느낌이 든 것이 나만은 아닐 것 같다.

암튼 그동안 잘 모르고 있었던 제1차 세계대전의 원인과 전개, 그리고

결말을 특히 군사적인 면에서 생생하게 알 수 있게 해 준 책이었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1차세계대전의 원인부터 시작해서 끝까지 군사적 측면의 

모든 자료를 집대성하고 있는 책이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 '2차 세계대전사'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전쟁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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