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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열의 교양 - 알고도 모른 척해야 하는 지위의 법칙 ㅣ 세계척학전집 7
이클립스 지음 / 모티브 / 2026년 8월
평점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세계척학전집 시리즈는 지금까지 6권이 나왔는데 그중 3~6권인 '훔친 부', '사랑은 오해다'. '싸움의
교양', '초월자의 조건'까지 4권을 읽어봤다. 해당 주제와 관련된 여러 저명 인사들의 책의 핵심
내용을 잘 요약 정리해줘서 쉽게 읽기 어려운 책들의 정수만을 맛볼 수 있었다. 새로 나온 7권인
이 책은 책 제목대로 서열에 대해 제대로 가르쳐준다. 어떻게 보면 자연의 질서라고도 할 수 있는
서열은 인간 세상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데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 같아서
과연 이 책에선 어떤 내용들을 알려줄지 기대가 되었다.
프롤로그에서 서열과 관련해 인간만이 하는 짓이 '안 하는 척'한다는 걸 주지시킨 후 '각인', '판독',
'도취', '초연'의 네 파트로 나누어 서열과 관련한 다양한 얘기들을 들려준다. 먼저 프란스 드 발의
'침팬지 정치학'은 당연히 가장 강한 자가 모든 걸 지배한다고 생각했던 동물계의 서열에 대한
선입견을 완전히 꺠주었다. 사폴스키도 초원의 왕이 오히려 자리를 지켜야 하는 스트레스 때문에
힘든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줬는데 물론 서열 아래로 내려갈수록 스트레스가 더 심해지지만 2등이
1등보다 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게 흥미로웠다. 다른 사람의 인정을 원하는 인간의 욕망을 다루는
여러 사람들의 글들을 통해 새삼 남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인간의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인류
최초의 무기가 뒷담화(가십)란 얘기도 흥미로웠는데 어쩌면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 수도 있기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수컷 공작의 화려한 꼬리는 어떻게 보면 포식자에게 좋은 먹잇감이 되는
치명적인 약점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럼에도 생존하고 있다는 살아 있는 증거로 작용하는
핸디캡 원리를 제대로 가르쳐주었다. 명품들이 값이 비싼 이유도 그런 낭비도 감당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고, 클래식 등 문화적 취향도 결국 구별짓기의 결과물이었다.
요즘은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능력주의가 원래는 디스토피아의 상황으로 설정된 것이라는 점,
성경의 첫 번째 살인자 카인이나 대부분의 살인자들이 살인 이유가 자신이 무시당했기 때문이란 점
등 총 24편의 글을 통해 그동안 잘 몰랐던 서열과 관련한 여러 원리들을 배울 수 있었는데 서열은
여전히 작동하지만 능력이나 취향으로 세탁되어 더 교묘하게 세상을 조정하고 있음을 잘 가르쳐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