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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숨에 읽는 미술사의 결정적 순간 - 르네상스 시대부터 현재까지 미술사의 50가지 중요한 순간들
리 체셔 지음, 이윤정 옮김 / 시그마북스 / 2020년 1월
평점 :
장구한 서양미술사를 간략하게 정리하기는 결코 쉽지 않지만 터닝 포인트가 될 만한 결정적인 순간들만
제대로 정리해도 서양미술사의 큰 흐름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제목부터 그런 기대를
충족시켜 줄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하는데 르네상스 시대부터 현재까지 미술사의 50가지 중요한 순간들을
포착하여 소개하고 있다.
먼저 르네상스 시대부터 시작하는데 치마부에가 바위에 그림을 그리던 소년 지오토(조토)를 발굴한
순간을 첫 번째 장면으로 선택했다. 얼마 전에 봤던 '난처한 미술 이야기 5'에서도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시작을 조토로부터 시작했는데 다시 복습하는 느낌이 들었다. 기베르티의 피렌체 세례당의 천국의 문
조각, 브루넬레스키의 선 원근법 증명 등 앞선 책에서 봤던 내용들이 연이어 등장해 반가웠다. 이어
얀 반 에이크의 '헨트 제단화' 완성을 지나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 공개, 라파엘로의 교황의 방 벽화
까지 나오는데 르네상스의 3대 거장 중 한 명인 다빈치가 빠져서 좀 섭섭할 것 같다. 뒤러와 티치아노
까지 르네상스 시대를 나름 꼼꼼하게 정리한 후 근세로 넘어가선 성상 파괴자들이 안트베르펜 대성당을
훼손하는 얘기로 시작한다. 베로네세가 종교재판에 회부된 건 처음 알게 되었는데 최후의 만찬 장면을
그렸다가 성경에 등장하지 않는 낯선 것들을 그렸다가 종교재판에 회부되자 제목만 '레위 가의 향연'
으로 바꾼 얘기에 이어 카라바조의 살인사건, 렘브란트의 파산사건 등을 거쳐 루브르 왕궁의 박물관
변신으로 마무리한다.
19세기에선 엘긴 경이 파르테논 대리석을 떼어다 영국 박물관에 전시한 걸 필두로 인상파들이 활개치게
만들어준 튜브형 물감의 등장, 마네의 두 문제작으로 유명한 낙선전 등으로 장식한다. 20세기 초엔
모나리자의 도난 사건이 가장 큰 사건인 것 같은데 그 밖에 입체파의 등장, 나치의 퇴폐 미술전 등이
거론되고 마지막으로 전후에는 액션 페인팅으로 유명한 폴록부터 시작한다. 냉전시대에 CIA가 밀어준
사실로 더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팝아트의 거장 워홀이 친구의 조언으로 달러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흥미로운 얘기도 나온다. 여전히 인기 많은 쿠사마 야요이가 1968년 월스트리트에서 즉흥 누드 공연을
기획한 얘기나 직전에 본 '그림값 미술사'에서도 다뤄진 고흐의 '폴 가셰 박사'의 경매 에피소드까지
나오는데 현대미술에선 역시 설치, 행위 예술 등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이렇게 서양미술사의 결정적
순간들을 정리하면서 서양미술사의 중요한 순간들을 통해 간략하게나마 핵심적인 흐름을 잘 파악하게
해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