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갇힌 외딴 산장에서 히가시노 게이고 산장 3부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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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가 도고로부터 산장에 모이라는 편지를 받고 연극 오디션에 합격한 배우 7명이 산장에 모이자 

추가로 도고의 편지가 도착한다. 참석한 배우들에게 이곳이 폭설로 외부와 단절된 산장이라는 설정으로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잘 대처하되 전화를 사용하거나 외부 사람과 접촉하는 사람은 오디션 합격이 

즉시 취소됨을 알리는 내용인데, 이상한 요구에 긴장하며 첫날밤을 보낸 배우들은 밤 늦게까지 피아노

연습을 하던 아쓰코가 사라진 걸 알게 된다. 살인도 설정이라고 생각하고 누가 범인인지를 고민하던

이들에게는 또 다른 살인이 기다리고 있는데...


히가시노 게이고는 워낙 다작을 하는 작가라 계속 신작이 나오는데 순수한 신작도 있고 구간이 새로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이 책이 이전에 국내에 나왔던 책인지는 모르겠는데 90년대 초반에 일본에서 나온 

책이니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창기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산장 시리즈라고도 하는 것 같은데 '하쿠바산장(백마산장) 살인사건', '가면산장 살인사건'과 함께 제목에 산장이 들어가기 때문인 것 같다. 폭설로

고립된 산장은 클로즈드 서클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책에선 자연적, 지리적으로 고립된 상황이

아닌 심리적으로 고립된 상황을 설정한 게 다른 작품들과는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물리적으로는 언제든

외부 세계로 달아날 수도 있고 연락할 수도 있지만 오디션 합격이 취소될까봐 산장에 모인 배우들은

차마 연락을 하지 못한다. 아쓰코가 사라졌을 때도 도고의 지시에 따른 연기라고만 생각하는데 유일하게

다른 극단 출신인 구가 가즈유키는 방을 같이 쓰는 혼다에게 서로를 깨우지 않고는 방을 나갈 수 없도록 

해서 서로 알리바이를 만들어줄 것을 제안한다. 그런 와중에도 둘째 날 밤에 유리에가 역시 살해당해 

사라진 것처럼 보이자 남은 사람들은 이게 실제 상황이 아닌지 점점 공포에 빠지기 시작하는데...


고립되지 않은 산장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인지 아닌지 모호한 사건들의 연속은 기존에 친숙했던 설정의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행보를 보여준다. 시체가 발견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연 실제 살인사건이 일어난

것인지 불분명한 가운데 그 동기마저도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범인 역할에 대해서는 딱 감이 왔지만

드러나는 진실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의외의 것이라 할 수 있었다. 고단수 작가의 계략에 완전히 속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역시나 히가시노 게이고는 진부한 설정도 새롭게 변모시키는 능력자였다.

좀 작위적인 면이 없진 않았지만 전형적인 고립된 산장 설정이 어떻게 변주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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