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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쿠바산장 살인사건 ㅣ 히가시노 게이고 산장 3부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4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창기 작품인 이 책은 '백마산장 살인사건'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가 이번에
일본어 제목으로 다시 재출간되었다. 영미권 추리소설이 아님에도 머더 구스가 이용된 동요 살인을
소재로 한 점에서 독특한 면이 있었는데 과연 히가시노 게이고가 어떻게 요리해 내었을까 기대가 되었다.
1년 전 스키장 인근 펜션 머더구스에서 오빠인 고이치가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 후 자살로 처리되지만
여동생 나오코는 고이치가 죽기 직전 자신에게 보낸 '마리아 님은 집에 언제 돌아왔지?'란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의 엽서 등으로 볼 때 고이치의 죽음에 뭔가 비밀이 있을 거라 직감한다. 친구인 마코토와
함께 머더구스 펜션을 찾아가 오빠가 당시 묵었던 '험프티 덤프티' 방에서 보내게 된 나오코는 매년
같은 때 찾아오는 손님들이 마침 오자 오빠가 죽었던 1년 전에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차근차근
조사하기 시작한다. 영국인이 주인이었던 곳이라 그런지 '런던 브리지와 올드 머더구스', '세인트 폴' 등 독특한 이름이 붙여진 방들이 있는 가운데 방들에는 머더구스가 적힌 벽걸이들이 있었다. 나오코의
오빠 고이치는 밀실 상태였던 방에서 독약을 먹은 채로 발견되어 자살로 사건이 종결되고 말았는데
알고 보니 고이치가 죽기 1년 전에도 펜션에 왔던 가와사키라는 남자가 추락사한 사건이 발생해서
뭔가 불길한 느낌이 있던 차에 이번에도 역시 투숙객 중 한 명이 다리에서 떨어져 죽는 사고가 발생한다.
매년 반복되는 사건들이 모두 사고 내지 자살로 종결되었지만 이번엔 나오코와 마코토가 살인사건임을
증명할 확실한 증거를 발견하면서 나오코는 오빠의 죽음도 살인사건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는데
오빠가 각 방에 있는 머더구스를 통해 중요한 진실을 발견했을 거라 생각하며 그 비밀을 풀이하기 위한
본격적인 조사와 추리가 시작된다. 머더구스 속에 숨겨진 비밀이 역시 사건 해결의 핵심 단서여서
나오코와 마코토가 오빠가 발견했을 비밀을 풀어내어 숨겨진 장소를 찾아가지만 이미 누군가 다녀간
뒤였고 이어 3년 연속 일어난 죽음의 진실과 범인에 대한 발표회(?)가 열린다. 아무래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 작품이라 그런지 좀 풋풋한 느낌이 들었는데 밀실과 머더구스 등 다양한 장치들을
설치한 실험은 그가 이후 일본 미스터리의 거장이 되는 자양분이 되지 않았나 싶다. 책 띠지에 "누가
울새를 죽였나? '그건 나'라고 참새가 말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어 반 다인의 '비숍 살인사건'과
무슨 연관성이 있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마지막 장에 문장이 등장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나름의
반전까지 요즘의 능수능란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면서도 역시 '될
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속담을 새삼 떠올리게 해준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