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이 묻힌 곳 일본문학 컬렉션 3
에도가와 란포 외 지음, 안영신 외 옮김 / 작가와비평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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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영미나 유럽에 못지 않은 미스터리 강국이라 여전히 많은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개별 작가들의 작품들뿐만 아니라 '흑사관 살인사건' 등 일본 추리소설의 고전 작품들을

소개하는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로도 여러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추리소설만을 전문으로 다루는

게 아닌 일본문학 컬렉션의 세 번째 책인 이 책에선 일본의 유명 작가들의 미스터리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어 과연 어떤 작가의 어떤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을지 기대가 되었다.


총 다섯 작가의 일곱 작품이 실려 있는데 첫 타자는 역시 일본 추리소설의 아버지라 해도 손색이 없는

에도가와 란포가 등장했다.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은 '악마의 문장'밖에 읽어보지 않아 아직 뭐라 평하긴

부족한데 이 책에서 'D언덕의 살인 사건'과 '심리 테스트'란 두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란포의 페르소나

명탐정 아케치가 두 작품 다 등장하는데 'D언덕의 살인 사건'에선 거의 밀실상태에 가까운 헌책방에서

안주인이 살해되는 사건이 나온다. 화자는 아케치를 범인으로 몰지만 의외의 진실이 드러난다. '심리

테스트'는 범인을 처음부터 밝히면서 범인의 완전범죄 계획이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작품이었는데 처음 설정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연상시켰다. 일본의 대표적인 탐미주의 작가인

다니자키 준이치로도 '아내 죽이는 법'과 '비밀'의 두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데, '아내 죽이는 법'은

비슷한 제목의 어떤 작품이 떠오르기도 하면서 그야말로 안 틀키고 아내를 죽이기 위해 온갖 방법을

사용했던 한 남자의 추악한 모습이 밝혀지는 과정을 그렸다. '비밀'은 여자로 분장하고 다니는 걸 즐기던

남자가 예전의 만났던 여자와 재회하면서 묘한 관계를 이어가다가 그야말로 '비밀'을 밝혀내면서 흥미를

잃게 되는 얘기를 들려준다.


'인간 실격' 등으로 유명한 다자이 오사무의 '범인'은 사랑하는 여자와 살 방을 구하기 위해 누나한테

돈을 빌리러 갔다가 끔찍한 짓을 저지른 남자의 방황을 보여주는데 마지막 결말이 좀 허탈해지게 

만들었다. '벚꽃이 만발한 숲에서'는 한 산적의 얘기인데 너무 예쁜 여자를 보자 남편을 죽이고 그녀를

아내로 삼지만 그녀의 끔찍한 요구들을 들어주면서 황폐해져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머리 놀이를 즐기는

여자의 고약한 취미가 좀 섬뜩한 얘기였다. 마지막으로 일본의 국민 작가 나쓰메 소세키가 등장하는데

'도련님'을 읽어봤지만 이 책에 실린 '불길한 소리'는 분위기만 잔뜩 조성해놓고 마지막 마무리는 조금

싱거운 작품이었다. 이렇게 일본의 20세기 초 미스터리 작품들을 여럿 만나볼 수 있었는데 전형적인

미스터리 작품도 있고 좀 변형된 스타일의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미스터리 전문이

아닌 작가들의 실험적인 작품들이 많다 보니 독특한 작품들을 선보인 게 아닌가 싶은데 쉽게 만나기

어려운 작품들을 함께 즐길 수 있어 좋았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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