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낼 수 없는 대화 - 오늘에 건네는 예술의 말들
장동훈 지음 / 파람북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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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관련한 책들을 즐겨 읽다 보니 정말 다양한 저자들과 다채로운 주제와 소재들을 다룬 책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이번엔 신부가 그림에 대한 얘기를 들려주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아무래도 저자가 신부이다

보니 종교와 관련된 작품들만 다루거나 종교적인 내용이 대부분이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우려도 없진

않았는데 오히려 종교화는 거의 없고 세속화를 다루면서 이와 관련된 저자의 생각의 편린들을 늘어

놓는다.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은 현대문명과 오늘의 사회에 관한 질문을 담은 1부, '지금, 여기'를 살아내야

하는 실존으로서의 인간을 조명한 2부, 상품처럼 소비되고 있는 종교와 교회의 내일을 묻는 3부, 시대와

이념, 신념과 체계, 이상과 현실의 사이에서 힘겹게 피워낸 예술가들의 성취를 담은 4부로 나눠진다.

먼저 1부에서는 에드워드 호퍼, 자크 루이 다비드, 주세페 펠리차 다볼페도, 디에고 리베라의 작품들을

살펴본다. 현대인의 고독이 잘 묻어나는 호퍼의 작품들을 거쳐 나폴레옹의 전속 화가로 유명한 다비드의

작품들을 다루는데, 벨기에 왕립 미술관에서 봤던 '마라의 죽음'도 등장해 반가웠다. 정치적인 성격의

작품들로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나폴레옹의 몰락과 함께 다비드도 쓸쓸히 사라져야 했다. 펠리차는

이 책을 통해 거의 처음 접한 화가인 것 같은데 농민과 노동자들의 삶을 잘 담아내었고 프리다 칼로의

바람둥이 남편으로도 유명한 리베라는 멕시코 벽화운동의 주역이기도 했다.


2부에선 피테르 브뤼헐, 미켈란젤로, 렘브란트와 오노레 도미에가 등장하는데, 농민의 일상을 담아내며

현실과 비현실을 한 화면에 함께 그려낸 브뤼헐과 평생을 투쟁하는 예술가로 살았던 미켈란젤로,

최고의 스타 화가였다가 하루 아침에 몰락한 렘브란트, 현실을 피하지 않으면서도 낭만을 잃지 않았던

조금은 낯선 도미에의 작품들과 만나볼 수 있었다. 3부에선 선교사이자 화가였던 주세페 카스틸리오네를

만나게 되는데 선교를 위해 궁정화가로 활동하면서 청나라 황실을 위해 일해야 했던 그의 특별했던

삶을 알게 되었고, 전에 읽었던 '시인과 화가'를 통해 알게 된 오윤의 민중미술도 소개한다. 4부에선

조토의 블루를 다루는데 예전에 '이탈리아 아트 트립'이란 책에서 상세하게 다룬 적이 있었다. 격변의

시기를 살아가며 스페인 왕실의 궁정화가도 했다가 그때그때의 상황을 담아냈던 고야나 르네상스

변방의 화가로 나름의 자존심을 내세웠던 뒤러를 거쳐 흔히 인상주의에 포함되지만 조금은 결이 다른

작품들을 선보였던 마네로 마무리를 한다. 미술작품들을 보면 화가의 삶은 물론 배경이 되는 시대에

대해서도 엿볼 수 있는데,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잘 몰랐던 얘기들과 거기에 담긴 인간과 세상에 대한

여러 가지 화두들에 대해 다양한 시선을 접할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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