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하스 의자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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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는 한때 가장 친하게 지냈던 일본 작가 중 한 명이었는데 최근에는 좀 사이가 소원해졌다.

'낙하하는 저녁'으로 처음 만난 이후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마미야 형제'까지는 적어도

1년에 한 번 정도는 만났는데 그 이후로는 드문드문 만나다가 작년에 '도쿄타워'로 오랜만에 재회를

했었다. 이 책도 예전에 나왔던 책이 다시 재간행된 것인데 그 당시엔 만나지 못했다가 이번에야 읽어

볼 기회가 생겼다.



제목에 웨하스가 들어가 있어 어린 시절 즐겨먹던 과자 생각이 났다. 안 먹어본 지 너무 오래되어서

요즘도 나오는진 잘 모르겠지만 이 책 제목으로 사용된 웨하스 의자는 주인공에게 행복을 상징했다.

눈 앞에 있지만 절대 앉을 수 없는 의자. 행복해지고 싶지만 영원히 행복할 수 없는 주인공의 비극은

유부남과 불륜 관계에 있는 것에 있지 않나 싶다.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들은 은근히 불륜을 소재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중년에 미술을 직업으로 하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그녀의 애인, 여동생 등 주변

인물들의 얘기를 그려낸다. 그녀는 애인이 있지만 유부남이다 보니 대부분 그녀를 남겨두고 집으로

돌아간다. 그러다 보니 그녀는 늘 혼자 남겨지는 순간들을 견뎌야 하면서도 애인에게 그렇게 집착하지도

않는다. 종종 찾아오는 절망에 제대로 맞서 싸우지도 못하고 자신이 있는 곳에 속하지 못한 스파이라

생각하는 그녀는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고 조용히 죽음을 기다리는 지경에 이른다. 솔직히 주인공의

삶이나 선택에 대해서는 그리 공감이 가진 않았는데 뭔가 좀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자기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뭔지도 잘 모르고 감정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차라리

애인에게서 완전히 벗어나 자기의 주체적인 삶을 사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기도 했는데 복잡한 여자의

마음을 내가 어떻게 알겠는가...그래도 나름의 해피엔딩(?)을 맞이하는데 자기 혼자서도 행복하지 못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 함께 해도 진정한 행복을 누리지 못한다는 말이 떠올랐다. 암튼 에쿠니 가오리의

특유의 섬세한 필치는 여전히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이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역시 사랑은 어렵다는 

단순한 진리를 새삼 실감하게 되었다. 앉을 수도 없는 웨하스 의자를 만들면서 어려운 사랑을 하는 

사람들에게 좀 더 와닿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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