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은밀한 취향 - 왕과 왕비의 사적인 취미와 오락
곽희원 외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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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가까운 과거인 데다 조선왕조실록 등 무수한 기록을 남긴 기록의 왕조여서 그런지 조선왕실을

다룬 책들도 다양한 관점에서 만나볼 수 있다. '심리학으로 보는 조선왕조실록'이나 조선왕들의 건강과 

죽음을 다룬 '조선의 왕은 어떻게 죽었을까' 등을 통해 조선왕실을 다양한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었는데

이 책은 특이하게도 조선왕실의 사적인 취미와 오락에 주목한다. 한 명을 제외하곤 국립고궁박물관의

학예연구사들이 쓴 글들을 모은 이 책에선 5장에 걸쳐 그동안 잘 몰랐던 조선왕실의 흥미로운 취향에 

대한 얘기를 들려준다.


먼저 동물애호가들이 나오는데 조선의 고양이 집사라 부를 만한 숙종부터 왕이 되기 전 뛰어난 무장이던

이성계의 여덟 마리 준마 얘기 등이 나온다. 말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조선 전기에는 일본의

원숭이 선물을 반겼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다. 아무래도 동물보다는 꽃이나 나무를 키우는 

게 훨씬 수월할 것 같은데 꽃 중의 왕이라 불리는 모란은 왕실의 여러 행사에 사용되는 병풍에 들어가는

등 선호되는 꽃이었다. 얼마 전에 다녀온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기획전시인 '안녕, 모란'을 통해 

모란이 조선왕실에 어떤 의미였는지 잘 알 수 있었다. 폭군의 대명사 연산군도 꽃에 취미를 가졌고

태조와 세조도 유달리 꽃을 아끼고 사랑했다고 한다. 효자인 문종은 앵두나무를 심어 소갈증(당뇨병)을

앓던 세종이 따먹게 했고, 정현왕후(성종의 계비이자 중종의 모친)는 순무로 답답한 속을 달랬다고 

한다.


동식물에 이어 본격적인 취미생활이 나오는데, 고종과 순종은 나라가 위태롭거나 뺏긴 상황에서도 

옥돌(당구)을 즐겼고, 세종의 여동생 정선공주의 남편 의산군은 공주가 병들고 죽어도 쌍륙에 빠져

지내다가 세종에게 혼이 난다. 사냥을 즐겼던 태종은 사냥가는 문제로 신하들과 갈등을 빚었고 건강

문제로 주로 갔던 온천행도 왕이 맘대로 갈 수 없었다. 효종과 인선왕후는 소설 읽기를 즐겼고 숙종은

그림에도 일가견이 있었다. 영조는 충신의 초상화를 이용해 왕권강화를 노렸고 헌종은 인장 애호가

였다. 마지막 장에선 도자기와 관련된 여러 얘기들이 나오는데, 프랑스와 수교 기념으로 도자기를 주고받은 거나 화장품을 담는 데 사용된 도자기와 술잔과 옥잔의 얘기를 들려준다. 왕실에 있으면 

취미생활은 맘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예상 외로 여러 가지 제약이 적지 않았는데 그래도 다양한 

취미를 즐기며 소소한 즐거움을 누린 조선왕실의 몰랐던 면모를 제대로 보여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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