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왕은 어떻게 죽었을까 - 태조에서 순종까지, 왕의 사망 일기
정승호.김수진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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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들의 죽음과 관련해선 아무래도 이덕일의 '조선 왕 독살사건'이 유명한데 이 책에선 독살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조선왕들뿐만 아니라 조선왕 모두의 죽음이 어떠했는지를 추적한다. 왕이면 일반

백성들에 비하면 몸에 좋은 것 먹고 최고의 의사들의 진료를 받으니 당연히 오래 잘 살았을 거라 추측

하기 쉬운데 조선왕들의 평균 수명이 47세라고 한다. 일반 백성들 평균 수명이 40세로 추정되던 시절이니

그것도 장수(?)했다고 할 수 있지만 생각보다는 오래 살지 못했는데 과연 조선왕들의 죽음에는 어떤

원인이 있을지 궁금증을 갖고 책을 펼쳤다. 


조선왕을 장수한 순서대로 나열하면 영조(83세), 태조(74세), 고종(68세), 광해군(67세), 정종(63세),숙종(60세) 순으로 60년 이상 산 왕이 6명에 불과한 반면 40세도 넘기지 못한 왕은 11명이었다. 이 책에선

조선왕들이 생각보다 단명한 이유로 여덟 가지를 들고 있는데, 의학적 한계, 힘들었던 궁중 생활, 

스트레스로 인한 각종 성인성 질환, 선천성 유전자에 의한 유전병, 독살, 음주, 과다한 영양 섭취로

인한 혈액성 염증 질환, 성교에 의한 질병을 제시한다. 뛰어난 무장이었던 태조는 타고난 건강과 운동

으로 장수를 누렸는데 말년에 자식들의 골육상쟁만 아니었으면 오히려 더 오래 살 수 있었을 거라며

저자는 90세 넘게 살았을 수도 있었을 거라 추측한다. 정종도 얼떨결에 왕이 되었지만 격구와 사냥을

즐기며 속 편하게(?) 살아서 그런 게 아닌가 싶었다. 이런 정종을 제대로 왕으로 대접하지 않은 태종과 

세종의 대접이 예의에 어긋났었다며 이런 부도덕한 행위를 한 세종을 존경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까지 저자는 주장한다. 태종이 허약한 체질의 소심한 왕이었다는 의외의 사실과 함께 걸어다니는 종합

병원이라 할 수 있는 세종을 거쳐 종기로 인한 이른 죽음으로 비극을 낳게 된 문종의 죽음을 저자는 감염에 의한 단순한 농양이 아닌 암이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추측한다. 


17세로 가장 단명한 단종은 실록에는 복위를 위한 거사가 실패로 돌아가자 자살한 걸로 되어 있지만

여러 야사에선 세조가 죽인 걸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단종 외에 독살이 아닌 살해된 것으로 보이는

왕으로는 연산군을 들 수 있는데 꽃미남이었던 연산군이 폐위된 후 역질로 죽었다고 기록하고 있으나

주변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전염병에 걸리지 않아 의문을 남겼다. 독살설에 휩싸인 왕들은 예종부터

여러 명이 있는데, 예종은 어머니와 훈구파 대신들에 독살된 것으로 충분히 추정되는 정황들이 있었고,

즉위 8개월 만에 급사한 인종도 계모인 문정왕후에 시달리다가 죽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조선 최악의

왕 중 한 명인 선조에 대해선 저자는 상당히 후한 평가를 하면서 독살설의 구체적인 근거는 없다며

돌연사를 의심했고, 효종은 신가귀가 침을 잘못 놓아서, 현종은 결핵성 복막염으로 사인을 분석했다. 

독살설의 대표적 인물인 경종은 간질을 앓았다고 보고, 정조도 인삼이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치료할 기회를 놓치면서 뇌경색으로 죽은 것으로 추정한다. 고종도 독살이 거의 유력하고 생식불능

으로 추정된 순종도 공식적으론 심장마비가 사인이라 한다. 이 책을 보면 조선왕들이 각종 질병에 

시달리면서 살았음을 알 수 있었는데 아무래도 몸에 좋은 건 다 먹지만 운동은 전혀 안 하고 과다한 

성생활과 왕권을 지키기 위한 스트레스가 건강을 상하게 한 것 같다. 요즘 관점에서 보면 아무리 

왕이라 해도 건강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 장수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그동안 제대로 몰랐던 

조선왕들의 건강상태와 죽음의 진실을 좀 더 충실하게 살펴볼 수 있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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