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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인문학 - 동물은 인간과 세상을 어떻게 바꾸었는가?
이강원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1년 6월
평점 :
식물들의 활약상에 대해선 '세계를 정복한 식물들' 등의 여러 책들을 통해 이젠 친숙해진 반면 동물들은
상대적으로 좀 소원했던 느낌이 드는데 고양이 문명을 꿈꾸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문명'을 읽으면서
동물들에 대한 관심이 다시 부활했다. 이 책은 역사를 바꾼 동물 이야기라는 컨셉으로 그동안 제대로
몰랐던 동물들의 활약상에 대한 흥미로운 얘기들을 들려준다.
'동물의 왕국', '동물과 인간이 만든 역사', '중국사를 만든 동물 이야기', '세계사를 만든 동물 이야기'의
총 4부에 걸쳐 동물들이 인간의 삶과 역사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보여주는데 먼저 신축년에 맞게
소 얘기로 포문을 연다. 사자 세계에선 인간 세계에서 아빠 찬스, 엄마 찬스가 남발하는 것과는 달리
오직 힘과 능력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기에 자식도 왕 자리를 노릴 잠재적 경쟁자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수사자는 왕을 제외하면 무리를 떠나야해서 자연스레 모계 사회가 되었다.
호랑이나 늑대 등 최고 포식자가 사라진 후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는 사실이나 2인자로 살아가야 하는
표범의 생활까지 흥미진진한 얘기들이 펼쳐졌다.
2부부터는 본격적인 역사 속 동물들의 활약상이 소개되는데 마침 '문명'을 읽은 후라 그런지 고양이와
쥐 얘기가 반겨주었다. 전염병을 옮기는 쥐로 인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던 인류에게 고양이는
그야말로 수호천사라 할만 했다. 개와 고양이는 인류의 식탁을 한층 더 윤택하게 만들어준 동료라고
하는데, 개는 인류의 사냥 도우미로 시작해 가축을 지키는 역할을 했고, 고양이는 식량을 축내고
전염병을 퍼뜨리는 쥐들을 소탕해 기여를 했다. 흔히 사자와 호랑이 중 누가 백수의 제왕이냐는 질문을
하곤 하는데 현실에선 서식지가 달라 자웅을 겨룰 일 자체가 없고, 사자의 라이벌은 하이에나, 호랑이의
라이벌은 용이라고 한다. 3부에선 중국사에 영향을 미친 동물들을 따로 다루고 있는데 지금도 이뤄지고
있는 중국의 판다 외교나 중국인들의 유별난 돼지고기 사랑을 살펴볼 수 있었다. 4부에선 로마 1차
삼두정치의 한 축이었던 크라수스를 죽음으로 몰고간 낙타의 활약상과 수달, 비버, 담비의 모피에
대한 유럽인들의 열망이 미국과 러시아가 대국이 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전혀 몰랐던 사실,
영화 '고스트 앤 다크니스'로도 유명한 식인 사자들의 실제 얘기까지 동물들도 식물 못지 않은 역할을
했음을 잘 보여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