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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 1 ㅣ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5월
평점 :
국내에 인기 작가 반열에 오른 외국 작가가 여러 명 있지만 화수분처럼 계속 신간을 내놓고 있는 작가는
히가시노 게이고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양대 산맥이 아닌가 싶다. 작년에 '기억'과 '심판'을 읽었는데
이번에는 역시 두 글자 제목의 '문명'으로 찾아왔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전염병 유행으로 인류의
문명이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위기에 처한 가운데 이 책에선 베르베르가 과연 기발한 얘기를 들려줄지
기대가 되었다.
과거 미소 냉전시대에는 핵무기로 인한 인류 멸망 시나리오가 유행했는데 냉전 체제가 붕괴되면서
이제는 다양한 버전의 문명 붕괴 시나리오들이 여러 문화 콘텐츠들에서 등장한다. 이 책에선 요즘 대세인
전염병이 유행하면서 인간들이 죽어나가는 가운데 인간들끼리 죽고 죽이면서 자멸해나가는 상황을
설정하고 있다. 그러면서 설치류들이 인간을 제치고 만물의 영장으로 우뚝 서는 가운데 주인공인 고양이
바스테트가 동료 고양이들과 인간들을 쥐들의 위협에서 구해내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알고 보니 전에
'고양이'란 작품에서 바스테드가 등장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보면 이 작품의 전작이라 할 수 있지만
전작을 읽지 않았어도 내용 이해에는 별로 문제는 없다고 한다. 개와 더불어 대표적인 반려동물인
고양이는 충성스런(?) 개와는 달리 독립성이 뚜렷한 동물인데 이 책에서 바스테트도 인간 주인(?)인
나탈리를 집사라 부르며(어떤 인간들은 스스로 집사가 되기도 한다ㅋ) 주객전도의 모습을 보여준다.
쥐들이 아무리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고 해도 고양이 등 천적들이 충분히 해치울 수 있을 것 같지만
이 책에선 쥐떼들의 인해전술, 아니 서해전술에 인간을 비롯한 모든 동물들이 당해내질 못한다. 시테섬을
근거지로 삼아 쥐떼들이 공격을 막아내고 있던 고양이와 인간들은 쥐들이 시테섬을 포위하고 물길마저
막자 바스테트와 그녀의 애인 피타고라스, 집사 나탈리는 열기구를 만들어 타고 지원군을 요청하기
위해 모험을 떠나 우여곡절을 겪는데 좀처럼 쥐떼들의 공격에 함께 대항할 우군을 얻지 못한다. 멸망
위기에 처한 인류를 대신할 고양이 문명을 세울 원대한 꿈을 꾸고 있는 바스테드는 인간 문명이 쌓은
지식을 흡수하기 위해 피타고라스처럼 제3의 눈(USB 단자 구멍)을 만드는 수술을 받는 걸로 1권을
마무리하는데 과연 바스테드는 쥐떼들의 공격을 물리치고 고양이 문명을 건설할 수 있을지 2권의 내용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