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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1 (특별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발한 상상력이 넘치는 작품으로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가 중 한 명이 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이 나왔다. 한동안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뜸했던 것 같아 확인해 보니 마지막으로 읽은 책이 2017년
'잠'이어서 약 3년만의 재회라 할 수 있었다. 늘 흥미로운 소재로 그동안 생각하지 못햇던 얘기들을
만들어내는 그의 재주로 볼 때 이번에도 뭔가 기막힌 얘기가 펼쳐지지 않을까 기대가 되었다.
최면사 오팔의 전생 체험 공연에 피험자가 된 역사 교사 르네 톨레다노는 오팔의 인도에 따라 자기
전생에서 가장 영웅적인 삶을 살았던 109번째 삶의 주인공 이폴리트 펠리시에의 모습을 보게 된다.
이폴리트는 1917년 세계 1차 대전이 한창이던 와중에 사병으로 활약하고 있었는데 독일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다 칼에 찔려 죽게 된다. 전생의 충격적인 장면을 체험한 르네는 최면에서 깨어나자마자
바로 공연장을 부리나케 떠났지만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스킨헤드 청년을 만나 칼로 공격을 받게
되자 몸싸움을 하다가 스킨헤드가 칼에 찔려 죽고 만다. 멘붕 상태에서 본의 아니게 살인자가 되어
시체를 강에 버린 르네는 학교 수업에서도 발전된 크레타 문명을 질시한 그리스인들이 크레타섬을
파괴하고는 테세우스 신화를 만들어냈다며 논란을 일으킨다. 평소와 달라진 자신의 모습이 최면 실험
때문이라고 생각한 르네는 오팔을 찾아가 다시 한 번 전생의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하고
이번에는 평화로운 나라에서 나이 지긋하게 살다가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노환으로 생을 마감하는
모습을 보게 해달라고 부탁하는데...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에서 핵심 설정은 전생과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윤회를 기본 원리로 하는
불교와 불교가 전파된 동양 문화권에선 비교적 익숙하지만 서양에선 드문 소재라 할 수 있는데 그것도
단순히 전생의 기억을 떠올리는 게 아니라 전생의 인물과 직접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불교식
윤회관을 가졌다 하더라도 전생과 소통하는 건 가능하지 않은데 전생 체험의 재미를 맛본 르네가 반복
전생 탐험에 나서면서 이제는 자유자재로 전생을 넘나들게 된다. 결국 자신의 첫 번째 전생까지 찾아가
보는데 전설 속의 아틀란티스인인 게브와 만나게 되면서 새로운 세상에 완전히 눈 뜨게 된다. 하지만
그가 죽인 스킨헤드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되고 타협안으로 정신병원에 감금
되지만 거기서 멀쩡한 기억을 말살시켜려 하자 다시 탈출을 시도한다. 전생과 소통하랴 경찰의 추적을
피하랴 종횡무진하는 르네가 앞날이 과연 어떻게 될지 궁금해서 어서 빨리 2권을 만나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