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불가 라틴아메리카
장재준 지음 / 의미와재미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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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아메리카는 아프리카와 함께 우리에겐 멀고도 낯선 지역이다. 전에 읽은 '페루, 안데스의 시간'

이란 책과 '멕시코, 일요일 2시'란 책이 라틴아메리카를 다룬 책들인데 이 책들만 가지고는 턱없이

부족하던 차에 라틴아메리카를 제대로 다룬 이 책을 만나게 되어 그동안 몰랐던 라틴아메리카의 

대체불가한 매력을 맛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되었다.


첨엔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여행 가이드북이 아닌가 싶었는데 중남미 문학이 전공인 저자가 썼던 라틴

아메리카와 관련된 글들을 모은 에세이 성격의 책이었다. '경계, 길 위의 핀 꽃', '아바나, 음악의 섬',

'혁명, 총알처럼 시를 품고', '차스키, 발바닥이 날개였던 잉카의 파발꾼', '슈거노믹스, 설탕으로 빚은

땅'의 총 5장에 걸쳐 라틴아메리카와 연관된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는데 먼저 경계인들의 문제로 

시작한다. 미국과 멕시코 국경은 늘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으려는 라틴아메리카인들로 우글거리는데

트럼프 정권 하에선 국경 통제가 더욱 강력해져서 현대판 만리장성이 건설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와 라틴아메리카는 그리 연관이 없는 것 같지만 이 책에선 경주 얼굴무늬 수막새의 신라 시대 

여인의 미소와 페루 북부 모체 문명이 남긴 사람얼굴모양 토기의 안데스 사내의 미소를 연결시킨다.

쿠바의 음악도 뺴놓을 수 없는데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을 보지 않아서 그 진수를 제대로 알지는 

못하지만 그들의 음악과 '흥'에 대해 글로나마 그 진가를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었다. 


라틴아메리카를 상징하는 인물을 한 명만 꼽으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아마 체 게바라를 떠올릴 것

같다. 그만큼 혁명의 아이콘이 된 체 게바라를 빼놓고 라틴아메리카를 얘기할 수 없는데 이 책에서는

멕시코 혁명 당시 활약한 페트라 에레라와 아멜리아 로블레스의 얘기도 들려준다. 둘 다 여성이지만

남성 이상의 활약을 하였음에도 생물학적 여자란 이유로 홀대받은 아픔을 알려주었다. 잉카에는 조선의

파발 대신 달리는 인간 '차스키'들이 존재했는데 산악 지형에서 그 어떤 통신수단보다 요긴한 역할을

해서 잉카의 헤르메스라 하기에 충분했다. 쿠바를 비롯한 사탕수수 주요 산지들은 '슈거 노믹스'라

부를 정도로 설탕이 경제에 큰 역할을 차지했는데 17세기 바베이도스가 사실상 영국령 아메리카 

식민지들의 비공식 수도 역할을 했음을 처음 알게 되었다. 음식 천국이라는 멕시코는 잘못된 정책으로

옥수수 종주국에서 옥수수 최대 수입국으로 전락하고 말았는데 이 책을 통해 몰랐던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읽다 보니 역시 라틴아메리카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너무 많은 걸 새삼 깨달았는데

좀 더 관심을 갖고 알려고 노력해야 라틴아메리카와도 친해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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