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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코를 위해
노리즈키 린타로 지음, 이기웅 옮김 / 모모 / 202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하나밖에 없는 고등학생 딸 요리코가 누군가에 살해당한 채 공원에서 발견되자 아버지 니시무라
유지는 딸이 임신한 채 죽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딸을 임신시키고 죽인 범인을 찾아내기
위해 혈안이 된 니시무라는 유력한 용의자를 추적하고 그를 죽인 후 자살하면서 수기를 남기는데...
노리즈키 린타로의 작품은 예전에 '킹을 찾아라'를 읽어봤는데 본격 추리소설 스타일이라 딱 내 취향
저격이라 할 수 있었다. 엘러리 퀸을 숭배하는 작가답게 경찰인 아버지와 탐정이자 추리소설 작가인
아들이란 설정을 사용하는 신본격의 기수 중 한 명인 노리즈키 린타로의 작품이라 이 책도 당연히
본격 추리소설일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과는 달리 약간은 독특한 스타일의 작품이었다. 살인범의
수기로 시작하는 설정은 왠지 신본격을 대표하는 '점성술 살인사건'을 연상시켰는데 딸을 임신시키고
죽인 범인을 처단하고 자살하려다 미수에 그친 아버지와 관련해 딸이 다니던 학교에서 부정적인
얘기가 나도는 걸 차단시키려고 노리즈키 린타로를 고용하면서 본격적인 진실 찾기 게임이 시작된다.
수기의 내용 중에 의문을 품게 된 노리즈키 린타로는 감시꾼의 방해를 받으면서도 사건 주변 인물들을
하나씩 탐문하면서 사건의 진실에 조금씩 다가간다. 무엇보다 니시무라 가족에게는 14년 전 교통
사고로 그 당시 임신했던 니시무라의 아내가 유산과 함께 반신불수 상태가 되면서 가족의 불행이
시작된다. 믿었던 딸이 임신한 채 죽자 딸을 그렇게 만든 놈을 죽이고 싶은 아버지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되었지만 그렇게 단순히 끝나지 않을 게 뻔했기 때문에 그 속에 숨겨진 진실이 뭔지 궁금했다.
여기저기 관련자들을 들쑤시면서 진실의 모자이크를 다시 꿰맞춰나가던 노리즈키 린타로은 결국
차마 얘기하기 힘든 충격적인 진실과 마주하게 되고 범인에게 사건을 마무리할 선택의 기회를 준다.
이 부분은 왠지 애거서 크리스티의 '애크로이드 살인사건'과 비슷한 느낌도 들었지만 그걸로 끝은
아니어서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작가의 후기를 읽어 보니 원래 중편을 장편으로 만든 작품이었는데
좀 더 길이만 늘리면 될 거라 만만하게 생각했던 과정에서 작가적 전기를 맞게 되고 말았다고 한다.
생각과는 달리 본격 스타일은 아니고 설마설마 하며 왠지 직감적으로 다가왔던 부분이 진실이 되고
말아 약간은 개운하지 못한 느낌을 준 작품이었는데 '킹을 찾아라'에서 첫 만남을 가졌던 노리즈키
린타로와 훨씬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다. 좀 더 본격 스타일의 노리즈키 린타로의 다른 작품들과도
만날 기회가 어서 찾아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