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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을 찾아라 ㅣ 노리즈키 린타로 탐정 시리즈
노리즈키 린타로 지음, 최고은 옮김 / 엘릭시르 / 2013년 7월
평점 :
우연히 만나 의기투합한 네 명의 남자는 노래방에서 창단식(?)을 거행하고 서로가 처치하고 싶은
사람을 대신해서 살인하기로 약속한다. 표적의 이니셜이 적힌 네 장의 카드를 뽑아 서로 죽일 사람과
순서를 정한 후 실행에 옮기기 시작하는데...
2013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10 1위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을 가진 이 작품은 사중 교환살인이라는
한층 진화된(?) 살인기법을 선보인다. 교환살인 하면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열차 안의 낯선 자들'이
떠오르는데 이젠 몇몇 작품에서 써먹어서 그런지 좀 진부한 느낌이 들지만 이 책에선 한층 복잡하고
정교한 4중 교환살인으로 완전범죄를 꿈꾸는 자들의 범행과정과 이들의 계략을 밝혀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일본에야 워낙 많은 미스터리 대가들이 있다 보니 아직까지도 만나보지 못한 작가들의
작품이 수두룩한데 이 책의 저자인 노리즈키 린타로는 이름은 들어봤으나 이번에 첫만남을 가지게
되었다. 가네곤, 유메노시마, 이쿠루, 리사, 이렇게 4명이 서로 엇갈리게(두 명씩 짝이 안 맞게)
표적을 정해 다른 사람의 목표물을 대신 처치해주는 작업이 시작되는데 첫 번째 타자인 유메노시마는
이쿠루의 돈 많은 구두쇠 삼촌인 A를 이쿠루가 준 정보로 바탕으로 이쿠루 삼촌이 설치해 놓은 덫을
간신히 피해 살해하는 데 성공한다. 다음 표적인 Q인 히나코는 우울증을 앓고 있는 은둔형 주부로
거액의 생명보험에 가입된 상태라 자살을 위장한 살인으로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유력한 용의자였던 스토커나 강력한 동기가 있는 남편 기요시 모두 알리바이가 있는 상황이라
노리즈키 총경과 아들인 탐정 노리즈키는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한다. 본격 미스터리의 거장인
엘러리 퀸에 대한 오마주로 경찰인 아버지와 탐정인 아들을 내세워서 사건을 검토하는데
범인들의 예상보다 일찍 교환살인의 가능성을 알아차린다. 게다가 범인 중 한 명이 일찌감치
사고로 사망하면서 범인들의 계획에 큰 차질이 발생하여 과연 이 상태에서 중단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는데 남은 범인들은 나름의 출구전략을 세워 법망을 빠져나갈 대담한 시도를 한다.
기본적으로 범인들이 칭하는 닉네임과 실제 이름이 서로 다르다 보니 중간에 막 헷갈리기도 했는데
역시나 작가는 독자들이 속기 쉬운 덫을 단단히 설치해놓았다. 흔히 하게 되는 선입견으로 인해
잘못된 쪽으로 유도되는 심리를 절묘하게 이용한 듯 싶었다. 범인들과 탐정의 두뇌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흥미진진한 얘기가 펼쳐져 왜 여러 상을 수상한 작품인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노리즈키 린타로와는 첫 만남이었는데 충분히 좋은 인상을 받은 것 같다. 엘러리 퀸과 유사한
스타일이라 그런지 더 친근한 느낌이 들었는데 다른 작품들도 조만간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