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한때 잘나갔던 로맨스 소설 작가 프랜시스는 새로 쓴 원고에 대해 출판사들의 반응이 냉담하자

기분도 전환할 겸 지인에게 추천받은 이름난 건강휴양지 '평온의 집'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함께 평온의 집을 운영하는 마샤의 힐링(?) 프로그램에 따라 속세에서 벗어난 열흘 간의

잊지 못할 특별한(?)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

 

리안 모리어티의 작품은 이전에 '허즈번드 시크릿'을 필두로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당신이 내게

최면을 걸었나요'를 읽어봤는데 여성작가라 그런지 주로 여성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그들 사이에

생기는 미묘한 갈등과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들을 엮어 흥미진진한 스릴러로 만들어냈다. 이 책은

제목부터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생길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데 왠지 전에 본 한국영화 '완벽한 타인'의

느낌도 났다. 프랜시스 등 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이 모인 '평온의 집'은 우리로 말하면 템플

스테이처럼 문명 세계와는 잠시 떨어져 치유의 시간을 갖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이에 대해 호평도

있지만 그곳에서 끔찍한 경험을 했다는 평도 있어 직접 겪어보기 전엔 무슨 일이 있을지 호기심을

자아냈다. 이 책이 본격 미스터리라면 클로즈드 서클이 되어 외딴 곳에서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나겠지만

리안 모리어티의 전작들을 볼 때 그 정도의 사건이 벌어지진 않을 것 같아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지

궁금했다. 먼저 이곳에 온 9명의 면면이 흥미로웠다. 람보르기니를 몰고 온 젊은 부부 벤과 제시카,

일가족이 함께 온 나폴레옹, 헤더, 조이, 잘 생긴 변호사 라스, '평온의 집'에 오기 전 프랜시스가

미리 만나 연쇄살인범으로 오해한 토니, 남편을 젊은 여자에게 뺏기고 딸들과도 떨어져 지내며

살을 빼러 온 카멜까지 각자 이곳에 오기까지 나름의 사연들을 갖고 있었다. 당연히 처음부터 자기

얘기를 늘어놓진 않는데 마샤의 독특한(?) 프로그램에 따르게 되면서 자기도 모르게 완벽한 타인이었던 

사람들 사이에 조금씩 유대감이 생기기 시작한다. 마샤가 점점 수위를 높이며 폭주를 하기 시작하자

저절로 하나로 뭉치게 된 9명은 결국 힐링이 아닌 생존을 위한 처절한 사투를 시작해야 했는데... 

 

완벽한 아홉 명의 타인들에게 과연 무슨 일이 생길까 기대를 했는데 '평온의 집'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조금은 예상을 벗어난 방향으로 향했다. 아홉 명 사이에 엄청난 갈등이 벌어지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오히려 갈등의 국면은 엉뚱한 곳에 있었고 아홉 명들은 완벽한 타인에서 서서히 친해진 사이가

되고 만다. 역시 고난을 같이 겪게 되면 특별한 사이로 발전하기 마련인데 이 책에선 힐링을 위해

일부러 찾아간 곳에서 벌어지는 황당한 일들이 결국에는 사람들 사이에 잠복해 있던 문제들을 수면

위로 드러내어 뜻하지 않게 해소되는 방향으로 이끌어냈으니 방법은 좀 달랐지만 목적은 달성을

한 것 같았다. '평온의 집'을 찾은 9명은 물론 이곳을 운영하는 마샤와 야오까지 여러 사람들의 시선을

넘나들며 이야기를 끌고가는 리안 모리아티의 능수능란한 솜씨는 여전했는데 어떻게 보면 단순한

소재와 설정들로 쉽게 600페이지에 육박하는 얘기로 만들어내는 그녀의 능력은 이 책에서도 역시

빛을 발했다. 각자의 사연들이 얽히고 설켜 일어나는 얘기들을 하나로 엮어내는 리안 모리아티표

스릴러의 재미를 다시 한 번 맛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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