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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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즈번드 시크릿'으로 국내에서도 당당하게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리안 모리아티의 신작인

이 책은 피리위 초등학교의 예비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을 둔 엄마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대립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사실 치맛바람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자녀들에 대한 엄마들의 극성은 유별나다고 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특유한 얘기인 줄 알았더니 이 책을 보니 외국도 그리 다르지 않았다.

전작인 '허즈번드 시크릿'에서도 세 명의 여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데

이 책에서도 전 남편의 애와 딸 클로에를 같은 학교에 보내야하는 얄궂은 운명에 처한 매들린,

아들 지기를 둔 20대 초반의 미혼모인 제인, 그리고 부유한 남편을 둔 쌍둥이 엄마 셀레스트를

주연으로 삼아 번갈아가면서 그들의 얘기를 들려주고 있다.

막 아이를 학교에 보낸 엄마들의 극성스런 얘기가 펼쳐지나 싶었는데 

예상 외로 긴장감 넘치는 미스터리 같은 얘기가 그려진다.

 

어디서나 헤게모니를 차지하기 위한 암투가 벌어지곤 하는데

학부모 엄마들 사이에서도 리더격인 엄마들이 생기면서 양대세력을 형성한다.

매들린파와 레나타파로 나눠져 미묘한 갈등을 벌이던 중

제인의 아들 지기가 레나타의 딸 아마벨라를 괴롭혔다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레나타파를 중심으로 지기를 학교에서 퇴학시키자는 서명운동이 진행된다.

퀴즈 대회의 밤 6개월 전과 퀴즈 대회의 밤에 생긴 사건을 번갈아가면서 보여주는데

퀴즈 대회의 밤에 생긴 사건과 관련해선 여러 사람들에 대한 인터뷰 형식으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살인사건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긴 하는데 아이들 때문에 살인까지 저지른 건지 하는 의문이 들어

여자들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에 자연스레 집중하게 되었다.

가장 중심적인 사건인 지기의 아마벨라 폭행사건은 사실 명확하지 않았다.

아마벨라가 지기를 범인으로 지목하긴 했지만 둘 다 확실한 표현을 하지 않은 가운데

레나타파는 지기를 범인임을 기정사실로 하면서 퇴출 분위기를 조성한다.

제인은 설마 지기가 그랬을 거라 믿고 싶지 않지만 지기의 생부가 자신에게 저지른 끔찍한 짓을

생각하면 혹시 하는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한편 매들린은 전 남편 네이선과의 사이의 큰 딸 에비게일이 아빠와 함께 살겠다면서 나가서는

국제사면위원회에 보낼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기 순결을 경매로 내놓는 웹사이트를 개설하

깜찍한(?) 짓을 저지르자 멘붕 상태에 빠진다.

겉으로는 부자인 멋진 남자와 사는 행복한 여자인 셀레스트도 남편인 페리의 가정폭력에 시달리며

그와 헤어질 것인지를 쉽게 결심하지를 못하는데, 지기의 아마벨라 폭행사건의 진실까지 밝혀지면서

여러 사람들의 얽히고 설킨 관계는 퀴즈의 밤을 맞아 폭발하게 된다.

전작에서도 충분히 느꼈지만 여성 작가 특유의 섬세한 심리묘사가 아마도 여성 독자들에게는 크게

어필하는 것 같은데 남자라서 그런지 좀 납득이 안 되는 부분도 없진 않았다.

아무래도 아이도 없는 싱글남이다 보니 부부관계나 아이들 문제 등에 대해선 공감능력이 떨어져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정말 별 것 아닌 것 같은 사건들이 일파만파로 커져가는 상황을 흥미진진하게

잘 그려낸 것 같다. 퀴즈의 밤이 다가오면서 하나 둘 진실이 밝혀지는데 아무렇지 않게 한 사소한

거짓말들이 눈사태처럼 점점 커져 낳은 끔찍한 결과는 어떻게 보면 사필귀정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600페이지가 훌쩍 넘는 분량의 책이고 그렇게 큰 사건들이 담겨져 있는 게 아님에도

정말 정신이 없을 정도로 순식간에 진도가 나가는데, 다양한 성격의 인물들을 배치해

인물들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촘촘하게 설계하고 여자들 특유의 수다스러운 얘기들과 

남자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미묘한 심경변화들을 잘 포착해내어

소설을 읽는 재미를 잘 살려낸 작품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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