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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ㅣ 밀란 쿤데라 전집 1
밀란 쿤테라 지음, 방미경 옮김 / 민음사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밀란 쿤데라 형님의 소설을 처음 만난 건 <무의식의 축제> 였습니다. 출간 쯤에 읽었던 거 같습니다. 재밌고 철학적인 소설이었습니다. 3번째 읽을 때는 마지막 부분에서 작가가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서 직접적으로 말하는 거 같아서 약간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저는 영화나 소설을 볼 때 이렇게 느껴지면 몰입이 깨집니다.
그 후로 밀란 쿤데라 형님의 에세이 1-2권을 재밌게 읽었습니다. 에세이에서 키치라는 단어가 많이 나왔는데 그 때는 키치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읽었던 거 같습니다. 지금은 어렴풋이 압니다.
독서모임에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었습니다. 워낙 유명한 소설이기에 읽어보고 싶은 책이었습니다. 재밌게 읽혔지만 몇몇 부분에서 분노에 가까운 거부감을 느꼈습니다. 소설 속에서 작가가 등장해서 이 인물은 어떻게 만들었고 등등 이런 저런 설명을 해주는 것이었습니다. 몰입이 와장창 깨졌습니다. 그런데 다른 분들은 이 부분에서 크게 거부감을 느낀 거 같지 않더군요. 그 이후로 '아 쿤데라 형님은 나랑 좀 안맞는다' 라고 생각해서 앞으로 그의 소설을 볼 일은 없겠다 싶었습니다.
독서모임에서 <농담>이 선정되었습니다. 예전의 각오는 희미해져서 앞부분 살짝 맛만 보고 결정하자 싶었습니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습니다. 극초반에는 재미가 없었지만 점점 재밌어졌습니다. 상당히 몰입하면서 즐겁게 읽었습니다. <농담>에서는 작가의 개입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농담>은 쿤데라 형님의 첫 소설입니다. 첫 소설을 이렇게 잘 쓰셨다니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습니다.
소설을 읽고 독서모임에서 나눈 이야기들도 흥미로웠습니다. 남자와 여자의 시선이 참 많이 갈리는구나 싶었습니다. 저는 여자 분들의 시선에 공감하기 어려웠습니다.
예를 들어 소설 속에서 어떤 여인이 남자를 덮쳐서 관계를 갖게 되었습니다. 남자는 유부남이었습니다. 남자는 더이상 그녀와 관계가 깊어지는 것을 우려하여 그녀를 떠납니다. 여자 분들이 남자를 욕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마치 남자가 가해자이고 여자가 피해자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이 정당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부남을 덮친 여인은 무죄고 유부남이면서 여인과 관계를 맺은 것은 욕하는 것은 이중잣대입니다.
남자가 회피형이라고 비난하는 것도 동의하기 어려웠습니다. 단순히 여자를 떠났기 때문에 회피형이라고 생각하고 말하는 거 같은데 제가 생각하기에 남자는 회피형이 아닙니다. 스스로 결단을 내리고 떠났습니다. 회피형은 갈등을 일으키기 싫어서 혹은 상대방에게 싫은 소리하거나 상처주는 것을 싫어하고 그런 상황을 회피합니다. 때문에 주도적으로 결정, 행동을 하지 않고 그냥 상황에 그냥 끌려가기 일쑤입니다. 남자가 회피형이라면 여자에게 상처를 주고 떠나기 어려워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어물쩡 어물쩡 관계를 계속 이어나갔을 것입니다. 유부남이 여인이 아닌 부인과 가족을 선택한 것을 칭찬해야 마땅하지 않을까요? 이 부분에서 여인을 선택하지 않고 떠났다고 남자를 욕하는 것은 도대체 무슨 심리인지 모르겠습니다.
가끔 모임에서 여성 분들의 의견을 들으면 이상한 논리에 젖어 있거나 페미니즘에 젖어 잘못된 견해를 갖고 있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쿤데라 형님의 소설은 좀 더 읽어봐도 괜찮을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