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성 작가님의 <최소한의 한국사>를 읽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짚어주는 좋은 책입니다. 20만 부 기념 광복에디션이 참 이쁩니다.
<삼국사기>에는 "검이불루 화이불치" 라는 말이 쓰여 있습니다. 백제가 첫 수도인 한성을 디자인할 때 적용한 원칙이예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문장인데 해석하면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다'라는 뜻입니다. 얼마나 멋있습니까? 저는 럭셔리를 표현할 때 이렇게 이야기하거든요. 진정한 럭셔리란 바로 이런 거라고 말입니다. -p50
백제는 문화강국이었습니다. '검이 불루 화이불치' 라는 말 참 멋집니다.
성덕대황신종은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가장 큰 종으로 1997년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정밀 측정한 결과 무게가 18.9톤으로 확인되었다. -p115
18.9톤이라니 저 무거운 것을 어떻게 옮겼을 지 참 신기합니다.
거란의 침략을 받았을 때 불심을 모아 만든 <초조대장경>이 불타고, 아파트 30층 높이였던 황룡사 구층목탑도 잿더미가 되었습니다. -p151
고려 때 몽골의 침략을 받아서 일어난 일입니다. 30층 높이를 보고 오타라 생각했습니다. 3층을 잘못 적었나보다 하고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오타가 아니었습니다. 80m 가량의 높이였다고 하더군요. 옛날 사람들의 기술력은 참 놀랍습니다.
세종은 우리 글자 훈민정음의 창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의 말이 중국말과 달라 한문 글자와는 서로 통하지 않으므로 어리석은 백성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있어도 마침내 제 뜻을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내가 이를 딱하게 여기어 새로 스물여덟 글자를 만드니, 사람들로 하여금 쉽게 익혀 날마다 쓰는 데 편하게 하고자 할 따름이다"
그리고 이 문자를 만들게 된 원리와 이론적 근거, 실제 운용 예 등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 책 <훈민정음>을 만들도록 했다. 세계 문자사에서 문자를 만들고 그 원리 등을 기록한 설명서가 함께 있는 경우는 <훈민정음>이 유일하다. 위의 사진은 우리가 흔히 <훈민정음>이라고 부르는, 국보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는 <해례본>이다. -p220
세종대왕은 정말 놀라운 분입니다. 오늘날 언어학자가 모두 세계 최고의 언어로 한국어를 꼽고 있습니다. 세종대왕은 세계 역사상 가장 뛰어난 언어학자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문자를 만들고 이 원리까지 밝히다니요. 세계사에 유일한 일입니다.
제주도에서는 제주4.3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좌익 세력인 남로당과 일부 주민들이 5.10총선거와 단독정부 수립에 반발하며 무장봉기를 일으켰는데, 미군정이 무차별 진압을 한 거예요. 제주도에 투입된 군인과 경찰들은 한라산 중턱에 원을 그리고 그 아래로 내려오지 않는 사람들은 무조건 죽였습니다. 농사를 짓고 말을 키우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떠나기는 쉽지 않았어요. 이 과정에서 제주도 민간이 10만 명이 학살됐습니다. 봉기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도 빨갱이로 몰려 죽었지요. 살아남은 사람들은 정해진 구역을 벗어나지 못했고, 서로를 감시하며 살아야 했어요. 말 그대로 역사의 비극입니다. -p321
올해 제주4.3사건을 다룬 한강 작가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었습니다. 10만 명이라는 숫자는 다시 봐도 충격적입니다. 가슴 아픈 비극입니다.
화려한 성장의 이면에는 저임금에 시달렸던 노동자들의 희생이 있었습니다. 1970년에는 전태일 분신 사건이 발생합니다. 근로기준법 준수를 주장하며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인 전태일이 요구한 것은 대단한 게 아니었습니다. 하루에 10-12시간만 일하게 해달라는 것, 일주일에 한 번만 쉬게 해달라는 것이었어요. -p335
역사를 보면 안타까운 일, 비극 투성입니다. 전태일이 요구한 것은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될 정도로 소박한 요구입니다.
9차 개헌 이후 13대 대통령 선거가 실시됐습니다.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분위기 속에서 치러진 만큼 야당에게 무척 유리한 선거였지요. 하지만 야당은 이른바 삼김이라 불리는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사이의 후보 단일화에 실패했어요. 결국 선거는 여당 후보인 노태우와 야당 후보인 김영삼, 김대중의 3자 대결이 되었고, 개표 결과 노태우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습니다. -p344
후보 단일화의 실패를 아쉽게 생각했지만 한 편으로는 단일화를 하지 않아도 이기리라 생각했을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전두환이 6월 민주항쟁으로 물러나고 정권교체가 당연하리라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 누가 광주학살을 일이키고 군사 쿠데타를 일이킨 전두환의 오른팔에 투표하리라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아마 지금 알고 있는 사실과 그 때 알려진 사실들이 많이 달랐던 모양입니다. 그 당시 5,18이 폭동이라고 다들 알고 있었을테니까요.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고요.
역사 이야기 참 재밌습니다. 한국사를 관통하는 이런 책 보고 싶었는데 너무 만족스럽습니다. 최태성님의 책은 앞으로 계속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