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그래픽 히스토리 Vol 3: 역사의 배후>입니다. <사피엔스>를 읽었을 때의 감동을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그는 최고의 역사학자입니다. 




 역사의 철칙 중 하나는, 필연적인 것처럼 보이는 일이 당시에는 전혀 예상 밖이었다는 겁니다. -p21 


 로마이 국교로 기독교가 공인된 것은 당시로서는 뜻밖의 일이었다. 로마는 300년 동안 자신을 따르지 않는 유대인을 탄압했다. 



 역사를 선과 악의 투쟁으로 보고 모든 제국을 악당으로 간주하며 제국의 유산을 완전히 거부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쉬워요. 결국 모든 제국은 기본적으로 피비린내 나는 전쟁 위에 세워졌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잔인한 억압을 사용했어요. 하지만 만일 제국이 역사의 악당이라면, 우리는 모두 악당의 자식들이예요. -p122


 우리는 제국이 저지른 악행에 대해 비판하지만 제국이 남긴 좋은 유산에 대해서는 말하길 꺼려합니다. 당장 일본 식민지배가 우리나라에 남긴 좋은 유산을 말한다면 매국노 취급을 당할 것입니다. 로마 제국이 끼친 영향은 어마어마합니다. 물론 제국이 저지른 악행을 옹호하거나 정당하다고 말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예술가와 예술작품에 대해서도 비슷한 점이 있는 거 같습니다. 좋아했던 작품이지만 예술가의 도덕적 결함을 안 후로는 그 작품을 좋아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훌륭한 작품을 부정하고 무시할 수도 없을 때가 있습니다. 


 제국은 공정할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21세기에 새로운 제국을 건설해야 할까요? 아뇨, 조상들의 범죄를 반복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제국은 역사의 경로를 주도했고, 우리의 정체성을 만들었습니다. 수천 년 동안 역사는 인류를 점점 더 통합하는 방향으로 움직여 왔어요. -p127

  

 

 이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점 중 하나는 연출이 좋았습니다. 확실히 시각적인 부분을 잘 활용하고 또한 상징적으로도 활용했습니다.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출연진들이 쉬면서 분장을 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있습니다. 종교가 일종의 분장이라고 말하는 거 같았습니다. 


 

 고타마는 이 학순환에서 벗어날 방법이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즐거움이나 고통을 겪을 때 그 상태를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면 괴로움은 사라져요. 


 고타마: 기쁨을 느껴도 기쁨이 지속되거나 더 커지기를 바라지 않으면, 기쁨을 느끼면서도 마음의 평정을 잃지 않을 것이다. 슬픔을 느껴도 슬픔이 없어지기를 바라지 않으면, 슬프지만 그로 인해 괴롭지 않을 것이다. 슬픔을 슬픔으로, 기쁨을 기쁨으로, 고통을 고통으로 받아들임으로써 네 마음이 모든 걸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하라. -p241 


 고타마: 갈망하지 않으면 괴롭지 않을 것이다. 번뇌는 갈망에서 온다. 번뇌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갈망에서 벗어나는 것이며, 갈망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현재 상태를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p243


 고타마 싯다르타의 말씀은 언제 들어도 좋습니다. 



 3권을 다 읽었습니다. 4권이 나올 때까지 어떻게 기다릴지 모르겠습니다. 갈망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차분히 <넥서스>를 읽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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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 위화, 열 개의 단어로 중국을 말하다
위화 지음, 김태성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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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은 지 2달이 지나서야 리뷰를 쓴다. <작별하지 않는다>의 리뷰를 쓰고 자신감을 좀 얻었다고 할까? 아니 자신감이 아니라 부담을 내려놓았다고 할까? 


 읽고 너무 좋은 책은 리뷰를 쓰기 어렵다. 말로 표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글을 잘 쓰고 싶기 때문이다. 다행히 2달이 지나서 부담이 많이 사라졌다. 그냥 쓰는 거지 머.


 위화 작가를 알게 됐다. 이 책을 어떤 경위로 읽게 되었는지 기억이 안난다. <허삼관 매혈기>라는 책은 전부터 몇 번 들어서 알고 있었는데 위화 작가의 책을 읽는 건 처음이었다.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는 에세이다. 올 해 읽은 책 중 베스트다. 2위는 <작별하지 않는다>다. 


 이 에세이집은 열 개의 단어로 중국을 이야기한다. 저자의 어린 시절 기억들이 녹아있다. 저자는 어린 시절 문화대혁명을 겪었다. 문화대혁명에 대해서 세세히 알게 됐다. 그러고보니 한강 작가의 책도 그렇고 위화 작가의 책도 그렇고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문화대혁명의 끔찍함이야 많이 들어봤지만 책으로 보니 다른 느낌이었다. 끔찍함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어린이의 시선으로 그려낸 이야기다보니 비판적인 면보다 풍자적, 해학적인 면이 많았다.


 그렇다. 이 책 배꼽빠지게 웃긴다. 오랜만에 만나는 빼곱킬러였다. 그런데 배꼽빠지게 웃다가 어느 순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정말 그렇다. 정말 웃다가 울게 하는 책이다. 그리고 어마어마한 감동도 준다. 이렇게 이야기하면서도 '이게 말이 되나?' 싶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천재라고 계속 생각하면서 봤다. 이런 필력을 가진 작가가 또 있었나 싶다. 


 이 책은 중국에서는 금서다. 세계 최고의 이야기꾼 위화의 글을 꼭 만나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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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하지 않는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장편소설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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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동안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소식에 기뻐하며 지냈다. 유뷰트에서 관련 영상들을 계속 찾아보며 국뽕에 젖었었다. 우리나라 작가가 노벨상을 타다니. 뜻밖이고 감개무량했다. 맨부커상 이후 <채식주의자>를 읽었을 때 대단한 작가라 생각했다. 충분히 상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후 <소년이 온다>를 읽고 너무 힘들어서 그녀의 책을 읽지 않았었다. 


 노벨상 수상 후 한강 작가의 책을 읽고 싶었다. 일주일 기다린 끝에 <작별하지 않는다>를 받았다. 초반부는 생각처럼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고 흥미도 생기지 않아 걱정했지만 점점 책에 빠져들었다. 


 기분탓인지 작가의 필력이 전보다 좋아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장이 아름다웠다. '이게 노벨상 수상 작가의 문장이구나' 하며 감탄하며 읽었다. 


 소설은 제주 4.3 사건을 다룬다.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사건의 전말에 대해 무지했다. 1947년을 시작으로 발생한 사건이니 나에겐 너무 먼 사건이었다. 


 주인공을 따라서 사건을 점점 알게 되면서 경악스러웠다. 글로 읽던 것을 멀리서 보게 되고 점점 가까이 가서 보게되는 느낌이랄까? 누군가의 가장 고통스러운 기억을 들여다보게 됐다.  


 슬프고 몇 번 눈물이 날 뻔 했지만 눈물이 흐르진 않았다. 오래전에 <소년이 온다>를 읽었을 때는 울었다. 아니 울지 않을 수 없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왜 눈물이 나지 않았을까? 책을 읽은지 시간이 좀 지나서 설명할 수가 없다. 그 때는 설명할 수 있을 거 같았는데. 주인공과 저자의 결의가 느껴져서였을까? 소설 속 주인공은 울지 않는다.


 소설을 읽고 작별의 뜻을 찾아보았다. '인사를 나누고 헤어짐. 또는 그 인사' 이별과 작별의 차이점은 이별은 수동적이고 작별은 능동적이라는 것이다. 이별은 당할 수 있지만 작별은 당할 수 없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것은 나의 의지다. 결코 작별할 수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 역사 속 아픔과 고통을 파헤쳐서 소설로 쓴 작가. 


 작가는 <소년이 온다>를 쓰고 너무 고통스러웠다고 한다. 살기 위해서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다시 한 번 고통을 마주한 저자의 의지가 감탄스럽다. 누구보다 고통에 예민한 사람이 무엇보다 큰 고통을 견디며 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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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찍어내는 제왕, 연준 - 미국 중앙은행은 어떻게 세계 경제를 망가뜨렸나
크리스토퍼 레너드 지음, 김승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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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시 격언 중에 "연준에 맞서지 마라" 라는 말이 있다. 연준은 연방준비제도의 준말로 미국 중앙은행이라 생각하면 된다. 여느 중앙은행과 같이 돈을 찍어내거나 금리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연준이 막강한 것은 미국이 세계 경제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달러를 맘껏 찍어낼 수 있는 곳이다. 


 증시나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금리와 통화량이다. 연준은 이것을 조절하는 곳이기 때문에 절대적 권한과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잘 작동했을 때는 경제의 구원자, 수호자가 될 수 있지만 잘못 작동하면 경제의 파괴자가 될 수 있다. 


 이 책은 연준의 탄생부터 코로나 이후인 2021년까지의 연준의 역사를 다룬다. 주연급의 몇몇 인물들을 조명함으로써 몰입도를 높인다. 


 내가 생각하는 이 책의 주연은 3명이다. 첫번째, 호니그다. 그는 연준의 정책에 유일하게 반대표를 계속해서 던진 인물이다. 그의 의견과 이 책의 저자 의견이 동일하기 때문에 진주인공으로 볼 수 있다. 연준이 금리를 내리고 돈을 찍어내면 인플레이션이 온다. 인플레이션은 물가를 올리거나 자산가격을 올린다. 인플레이션은 빈익빈부익부를 가속화한다. 낮은 금리로 인해 위험자산으로 투자된 돈은 버블을 일으키고 경제를 망가뜨린다. 2000년 IT버블, 2008년 금융위기 등이 있다. 


 진짜 문제는 경제를 붕괴시키는 연준과 은행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은행이 위험한 투자 등으로 문제를 일으켜도 파산하게 둘 수가 없다. 연쇄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 구제해준다. 구제하는데 국민들의 세금이 들어간다. 


 호니그는 연준은 이런 정책들에 반대한다. 연준은 의원성질환처럼 무리한 개입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연준이 일으킨 문제는 장기적인 시차를 두고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단기적 사고로는 올바른 대처를 할 수 없다. 


 두번째 주인공은 연준의장들이다. 폴 볼커, 앨런 그린스펀, 벤 버냉키, 재릿 앨런, 제롬 파월로 이어지는 연준 의장들의 금융정책들을 세세히 이야기해준다. 폴 볼커는 금리를 올려서 인플레이션을 잡은 인물이다. 나머지 인물들은 경제를 구제한다는 명목으로 금리를 내리고 무리한 양적완화를 함으로써 경제 문제를 일으킨 주범들이다.


 세번째 주인공은 존 펠트너다. 그는 임금 노동자이다. 연준의 정책이 어떻게 일반 노동자에게 영향을 끼치는 지 그를 통해 보여준다. 그는 성실하고 훌륭한 사람이지만 임금은 오르지 않고 제조업 공장이 문을 닫음으로써 일자리를 잃고 있다. 내 집 마련은 요원하다. 그는 능력있고 열심히 일하지만 세상은 그에게 친절하지 않다. 


 

 현 의장 제롬 파월은 연준의장이 되기 전에는 연준의 정책에 비판적인 인물이었다. 하지만 연준의장이 되면서 그의 입장은 180도 바뀐다. 우리가 모르는 로비나 정치적 힘이 있는 것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제롬 파월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고 섣불리 금리를 내리지 않고 잘하고 있는 거 같다. 

 


 투자자라면 반드시 읽어봐야할 필독서다. 세계 경제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추천드리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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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출 수 없는 우리 1 - 인간은 어떻게 지구를 지배했을까 멈출 수 없는 우리 1
유발 하라리 지음, 리카르드 사플라나 루이스 그림, 김명주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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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가 쓴 어린이를 위한 책이다. 어린이뿐 아니라 성인이 읽어도 훌륭한 책이라 생각한다. 유발 하라리는 동서고금의 역사학자를 통틀어 가장 뛰어난 역사학자가 아닐까 싶다. 역사를 꿰뚫는 통찰의 면에서는 단연 최고가 아닐까?


 스토리텔링 능력은 말할 것도 없다. 어린이들도 쉽고 재밌게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세상에 이런 역사 학자가 또 있었나?


 제목도 참 잘 지었다. <멈출 수 없는 우리>. 역사의 수레바퀴는 좀 처럼 되돌리지 어렵다. 생물의 진화와 유사하다. 육상생활을 하다가 바다로 돌아간 동물은 고래 뿐이다. 역사는 통합의 길로 가고 있다. 세계는 점점 연결되고 있다. 자연파괴와 대멸종은 멈출 수 있겠지?


 1권은 인간이 어떻게 지구를 지배했는지 석기시대부터 농업혁명 이전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2권은 농업혁명 이후 어떻게 불평등이 시작되었는지를 다루고 있다. 


 보고 또 봐도 좋을 책이다. 3권도 출간될까? 시리즈가 계속 나왔으면 좋겠다.


 유발하라리의 <사피엔스 그래픽 히스토리> 3권을 재밌게 읽고 있다. <넥서스>도 읽고 있는데 얼른 이어서 읽어야겠다. <사피엔스>도 다시 읽고 싶다. 나의 최애 작가 중 한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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