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두꺼운 과학책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사실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렸을 때 다 읽을 거라고 기대는 안했습니다. 도서관에서 빌리고 싶은 책이 있으면 일단 빌리고 봅니다. 두꺼워도 일단 빌립니다. 다 읽든 읽지 못하든 상관하지 않습니다. 다 읽지 못하고 반납한 책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재밌는 책은 즐겁게 끝까지 읽게 됩니다. 엣지 재단의 책들을 다 구입해서 보고 싶은 심정입니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저자와 많은 책, 그리고 인간의 생각에 대해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꾸준히 읽어 나가고 싶은 분야입니다.
필립 테틀락
-예측에서 승리하는 법
<머니 볼> 이란 영화를 알게 되었다. 컴퓨터만 아는 괴짜가 야구계의 노련한 스카우터들 보다 더 정확한 예측을 해내서 성공하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브래드 비트도 만나볼 수 있고 재밌고 좋은 영화라 기대됩니다.
"삶은 되돌아볼 때에야 이해되지만, 앞을 바라보며 살아야 한다." -p205
위는 키르케고르의 말입니다. 멋진 말이라서 소개해봅니다.
게리 클라인
-통찰
아래는 통찰에 대한 글이다. 자신의 모순과 고정관념을 깨닫고 교착상태에서 벗어나는 것. 거기에 통찰이 있다.
실험 대상자들은 막다를 길에 이르고 교착상태에 빠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고정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상황에 부적절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걸 깨달아야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때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 다시 말하면, 내 시각을 고착시키고 있는 것을 찾아내야 합니다. 그래야 교착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p229
이처럼 다른 사람이 통찰에 이르도록 돕는 것은 그에게 통찰을 강요하거나 뭔가를 말로 설명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생각에서 어떤 모순이 있다는 걸 스스로 깨닫고 그 순간에 사고모형이 자연스레 변할 수 있도록 경험할 기회를 주는 겁니다. 내 생각에 이런 식으로 다른 사람을 뒷받침해주는 재능은 훌륭한 선생이 갖춰야 할 덕목인 듯합니다. 훌륭한 선생은 학생이나 동료가 통찰을 얻도록 깨달음을 주는 사람입니다. -p234
대니얼 L.에버렛
-회귀성과 인간의 생각
내게 대니얼 L.에버렛은 <생각의 해부>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학자이다. 노엄 촘스키의 보편문법에 반기를 들다니! 그의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그는 촘스키보다 더 뛰어난 학자로 훗날 기억될 것이다. 그에게서 진짜 과학자의 품격이 느껴졌다. 아래의 글은 그의 그런 모습을 잘 보여준다.
나는 정교하게 설계된 실험으로 회귀성에 대한 내 주장을 검증하고 싶습니다. 내 영향권 밖에 있는 학자들로부터 피라항어 문법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받고 싶습니다. 피라항어 문법을 독자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학자가 많아지면, 내 주장을 믿는 사람들이 늘어날 거라고 확신합니다. 내 주장이 옳다는 게 증명될 테니까요. 내 주장이 틀렸더라도 검증 자체는 중요합니다. 어떤 식으로든 검증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반면에 내 주장으로 뭔가를 새롭게 찾아낼 가능성이 있다는 증거가 발견되면, 다른 언어들, 즉 어떤 이유로든 오랫동안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아 피라항어와 유사한 상황에 있는 다른 언어들을 연구해야 할 겁니다. 또한 언어가 과거의 생각과는 다를 수 있다는 가능성에 비추어 기존 언어들도 재검토해야 할 겁니다. 지금 우리가 분류한 범주가 최적의 범주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p321
부연설명하자면 노엄 촘스키는 인간에게는 보편문법이 존재한다고 주장합니다. 모든 언어에는 공통된 문법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중에 언어에서 창조력의 핵심적인 도구는 '회귀성'입니다. 회귀성이란 하나의 구절이 동일한 유형의 다른 구절에서 다시 사용될 가능성입니다. 예를 들면 '존의 형제의 집'에서 명사인 '집'은 명사구인 '형제의 집'에 쓰였고 '형제의 집'이란 명사구는 다시 '존의 형제의 집' 이란 명사구 안에 쓰인 셈입니다. 이러첨 인간의 언어는 끝없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존의 형제의 집의 개의 다리의 털의 부드러움의 등등. 하지만 피라항어에는 이러한 회귀성이 없습니다. 피라항족은 존의 형제의 집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존은 형제가 있다. 형제는 집을 가지고 있다. 라고 말합니다. 피라항족은 상당히 독특한 문화와 언어를 가지고 있습니다. 책을 읽어보시면 분명 흥미로우실 겁니다. 피라항족에는 수가 없고 따라서 계산도 없습니다. 그들은 궁극적인 경험주의자입니다. 때문에 그들에게는 신이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이것으로 <생각의 해부> 소개를 마칩니다. 인간의 마음과 심리, 직관과 감정, 도덕감정, 의사결정, 문제해결 등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 즉 인간의 생각에 대해 관심 있으신 분들께 강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