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재미있게 읽고 있는 책입니다. 엣지재단에서 나온 책입니다. 위대한 석학 22인이 인간의 생각, 심리, 도덕성 등에 대해 강연합니다. 엣지재단은 석학들이 한데 모여 자유롭게 학문적 성과와 견해를 나누고 지적 탐색을 벌이는 비공식 모임입니다. 엣지의 회원으로는 리처드 도킨스, 스티븐 핑커, 재레드 다이아몬드, 리처드 니스벳,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필립 짐바르도, 대니얼 카너먼 등이 있습니다.

 

 

 아래는 책을 읽으면서 밑줄 그은 구절들입니다. 

 

 

 

-시몬 슈날

 

  따라서 내가 그 순간에 느끼는 청결감이나 혐오감의 수준 같은 체화된 요인과 마찬가지로, 나 자신이 얼마다 도덕적인가에 대한 생각도 내 판단과 행동에 변화를 줍니다. '도덕적 자기 허용 효과'가 암시하듯이, 자신이 상당히 괜찮은 사람이고 착한 일을 하고 있으며 긍정적인 성품을 지녔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의 긍정적인 성품을 생각해본 적이 없고 자신을 의심하는 사람에 비해 남을 도울 가능성이 적습니다. 

 기본적으로 자신이 상당히 괜찮은 사람이란 확신이 들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그런 생각에 완전히 만족해버립니다. 반면에 자신의 도덕적 수준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남을 돕고 좋은 일을 하려고 합니다. -p61

 

 무릎을 탁 치게 하는 구절입니다. 교도소에 가면 범죄자들이 대부분 자신이 착한 사람이라고 상당히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봐도 평균 이하의 도덕성을 지닌 사람들 역시 자신이 평균 이상으로 괜찮은 사람, 도덕적인 사람,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도덕적 자기 허용 효과' 란 자신이 설정한 도덕적 기준에 근거 하여 자신을 판단하는 것을 말합니다.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서 도덕적으로 적절하다는 느낌을 주는 수준에 도달하면 만족해서 그 수준에 머문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착한 일을 덜하고 자신이 착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착한 일을 한다는 견해는 참 흥미롭습니다. 꼭 도덕성 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것들도 자신의 기준에 부합된다고 생각합니다. 노력하는 사람을 보면 자신이 평범하다고 혹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자신이 천재다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기에 만족하고 안주해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생각의 해부>를 보면서 기존에 알던 학자들을 다시 만나기도 했고, 몰랐던 학자들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읽고 싶은 저자들과 저서가 많이 늘었습니다.

 

 

 

 -빌라야누르 라마찬드란

 

 

 

 

 

 

 

 

 

 

 

 

 

 

 

 

 

 빌라야누르 라마찬드란의 세계적인 신경과학자입니다. <생각의 해부>에서도 그의 강연 부분이 재밌었습니다. 그의 저서들을 읽어보고 싶습니다.

 

 아래는 그의 강연 중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침술과 경락도 뇌의 교차연결의 현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를 누군가 연구해준다면 고마울텐데요.

 

  내가 왼팔을 잃고 헛팔다리현상(실제로는 팔이나 다리가 없는데 있다고 느끼는 현상)에 시달리는 환자이고 당신이 의사라고 해봅시다. 당신이 내 왼쪽 얼굴을 만집니다. 그럼 나는 없어진 손을 누군가가 건드리는 느낌을 받기 시작합니다. 당신이 내 얼굴을 건드리지만, 나는 없어진 손에서 그런 촉감을 느낍니다. 여기를 건드리면 집게손가락에서, 여기를 건드리면 새끼손가락에서 촉감을 느낍니다. 얼굴이 사라진 손의 완벽한 지도인 셈입니다. 어떻게 이런 현상이 가능할까요? (중략) 그런데 뇌에서 얼굴을 담당하는 영역은 손을 담당하는 영역 바로 옆에 있습니다. (중략)

 얼굴에 관련된 입력 정보가 담당 대뇌 피질 조직에서 2센티미터가량 떨어진 손에 관련된 영영까지 침범한다는 걸 실험으로 입증해보였습니다. (중략)

 헛팔다리현상은 신체 절단에 의한 감각 입력 상실로 인해 야기되는 교차연결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p147~149

 

 아래는 급성통증과 만성통증에 관한 글입니다.

 

  급성통증의 기능은 손을 움직이게 만들어서 조직을 손상시키는 원인으로부터 손을 빼내 보호하는 겁니다. 만성통증은 정반대입니다. 손허리뼈가 부러지면 손이 얼어붙듯 일시적으로 '마비' 됩니다. 가만히 있어도 견디기 힘들 정도로 아프지만, 손을 움직이면 더 아픕니다. 따라서 손을 움직이지 않는 게 낫습니다. 급성통증과 만성통증에서의 반응은 왜 이렇게 다른 걸까요? 만성통증의 경우 손을 움직이면 조직의 손상이 더 커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손을 움직이지 않는 건 보호반사입니다. 물론, 상처가 치유되면 손을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고 통증도 사라집니다. 정상적인 경우에는 그렇습니다.

  

 라마찬드란 박사는 끈질기게 계속되는 만성적인 통증의 치료법으로 '거울치료법' 을 개발했습니다. 설명하자면 좀 복잡합니다만 간단히 이야기해서 아픈 손은 가만히 놔두고 아프지 않은 손을 움직입니다. 거울을 통해 보면 마치 아픈 손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뇌가 일으키는 착각을 통해 실제로 통증을 치료하는 방법입니다. 이는 한의학의 '동기요법'과 유사한 면이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도 아픈 쪽의 반대편에 침을 놓고 아픈 쪽을 움직이게 합니다. 침을 맞으면 아픈 쪽의 통증이 줄어듭니다. 그런 상태에서 운동을 시키는 건데 '거울치료법' 처럼 뇌에 학습된 통증과 마비를 조정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티머시 윌슨  

 

 

 

 

 

 

 

 

 

 

 

 

 

 

 <내 안의 낯선 나>는 티머시 윌슨의 저서입니다. 말콤 글래드웰은 이 책을 지난 20년간 발표된 최고의 대중심리학 서적이라 호평했습니다. 티머시 윌슨은 심리학에서 무의식을 해방해준 학자입니다.

 

 상대적으로 간단하게 행할 수 있지만 자기계발산업계가 무시하는 방법, 즉 더 행복해지고 개인적인 문제를 더 잘 극복해내는 방법에 대한 훌륭한 연구들이 있습니다. 내 동료인 제임스 페니베이커가 개발한 글쓰기 훈련법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사나흘 동안 계속 하루에 15분 정도 자신의 문제에 대해 글을 쓰는 간단한 방법으로, 심신의 건강과 행복에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중략) 글쓰기 훈련은 우리가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문제를 직접 재구성해봄으로써 문제를 해결하게끔 만듭니다. 재구성을 위해서는 새로운 관점에서 다른 의미를 찾아내야 하기 대문에 우리는 더 나은 스토리를 생각하게 되고, 그 결과 그 문제를 기억에서 지워버릴 수 있습니다. 글쓰기 훈련은 스토리 편집 기법의 대표적인 예이며, 앞에서도 말했듯이 스토리 편집의 효과는 탁월합니다. -p168

 

 고민과 걱정을 해결하는데 글쓰기 만큼 좋은 방법이 없습니다. 저도 실제로도 사용하는 방법이며 적극 추천드리고 싶은 방법니다. 펜과 종이, 그리고 15분 만 있으면 할 수 있습니다. 꼭 해보시기 바랍니다. 이는 역시 인식의 문제와도 상통합니다. 우리는 자신이 믿는 것을 믿습니다. 심각한 고민이라고 생각하다가도 다른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긍정적인 면이나 이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인식을 바뀌면 세계도 바뀝니다.

 

  자기가치 확인 이론에 따르면 자존감에 위협을 느낄 때, 우리가 해낼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은 완전히 다른 영역에서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p174

 

 이 역시 자기인식의 문제입니다. 저도 돌이켜보면 게임에 빠졌을 때는 삶에서 스트레스에 직면했을 때 였습니다. 스트레스를 회피하고자 게임을 하기도 했지만 좀 더 근본적으로는 현실에서 낮아진 자존감을 게임에서 회복하려고 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게임을 잘합니다. 게임을 하면 게임 세계에서는 남들보다 탁월하게 우월합니다. 그 기분이 좋아서 게임에 그토록 빠졌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게임을 끊었습니다. 가끔씩 할 때도 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게임은 즐겁지만 시간을 많이 빼았습니다. 마약과도 같아서 절제하기도 힘듭니다. 그래서 되도록 자제하고 있습니다. 자기 절제는 단기적인 행복은 줄일지 몰라도 장기적인 행복은 늘려줍니다. 게임 대신에 책을 즐길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큰일입니다. 소개할 내용이 많아서 이만 줄여야겠습니다. <생각의 해부> 꼭 보시길 추천드리는 책입니다. 인간의 심리와 마음에 대해서 큰 통찰을 얻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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