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과 책 제목을 들어본 터라 서점에서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에릭 호퍼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철학자다. 그는 평생을 정처없이 떠도는 생계형 노동자의 삶을 택한 철학자다. 나는 한편으로는 그의 삶이 부럽게 느껴졌다. 여행, 사유, 노동, 철학이 하나가 되는 삶. 이 책은 돈에도 사랑에도 명예에도 얶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삶을 살다간 노 철학자의 자서전적인 에세이다.

 

 

 약자 속에 내재하는 자기 혐오는 일상적인 생존 경쟁에서 유발되는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한 에너지를 드러낸다. 약자들에게서 분출되는 강렬함은 말하자면 그들에게 특수한 적응력을 부여해주는 것이다. -p76

 

 에릭 호퍼는 니체와 상반되는 사유를 펼친다. 강자만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약자들도 강자가 할 수 없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역사 속에서 개척자들은 도망자, 실패자, 흉악범인 경우가 많았다. 그들은 약자였지면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을 해냈고 개척을 해냈다. 여기서 나는 한 발짝 더 나아가 사유해본다. 그들은 본래 있던 곳에서는 약자였지만 새로운 환경에서는 강자로 변모한 것이 아닐까? 새로운 환경에서는 그들이 곧 주인이고 강자였다. 당장의 생존 투쟁에서 살아남아야했던 그들은 강자가 될 수 밖에 없었고 강자였던 것은 아닐까?

 

 

 책에서 저자가 몽테뉴의 에세이에 빠져서 탐독하는 장면이 나온다. 몽테뉴의 저서를 다시 접해보고 싶다. 전에 읽다가 매력을 느끼지 못해서 말았는데 다시 도전해보고 싶다.

 

 H.G 웰스의 SF 소설들도 읽어보고 싶다. 그의 저서 중에는 <타임머신> 등의 SF 소설과 문명비평 분야의 저서들이 있다.

 

 

 

  

 

 

 

 

 

 

 

 

 

 

 

 

 

 

 

 

 

 

 

 

 

 

 

 

 

 에릭 호퍼의 저서 중에 대표작 격인 <맹신자들>도 읽어보고 싶다. 나치의 이념을 추종했던 대중들의 심리에 대해 고찰해볼 수 있는 저서이다.

 

 (나치를 위시한 모든 대중 운동의 본질을 다룬 '좌절한 이들의 심리학'. 그 무렵 미국 학계에서 주류를 이루던 정신분석 패러다임에서 벗어난 사회 철학의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행복이란 거의 없다. 나이 든 사람들은 그 중에서도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었을 때는 더욱 그렇다는 것을 증언하고 있다. 노년에 자신의 생을 되돌아본 많은 위인들은 자신들의 행복했던 순간들을 합쳐보아야 채 하루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p166

 

 "난 생계비를 벌기 위해 하는 일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에요. 우리는 일이란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해요. 이 세상에는 모든 이들이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의미가 있는 일이라는 건 있을 수 없어요. 산타야나는 일이 의미 있기를 요구하는 것은 인간의 몰염치라고 말했어요. 당신도 알다시피, 산업 사회에서는 수많은 일이 끝내고 나면 별 의미가 없는 그런 것을 요구하지요. 내가 하루에 6시간씩 1주일에 5일 이상 일을 해서는 안 되며, 일이 끝난 뒤에는 실질적인 생활이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에요." -174

 

 나는 그의 의견에 완전히 동조할 수는 없다. 극소수이긴 하지만 일을 통해 보람과 행복을 느끼고 의미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현실적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일은 단지 돈벌이일 뿐이다. 그런 돈벌이에 인생의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해서는 안된다. 하루에 6시간씩 1주일에 5일 일하고 나머지 삶은 온전히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비현실적이면서도 나름 실현 가능한 이야기처럼 들린다. 적어도 모든 사람이 가치있고 의미있는 일을 해야한다는 주장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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