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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폴 투르니에 지음, 소승연 옮김 / IVP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큰 기대하지 않고 봤는데 재미있게 읽은 책입니다. 스위스 의사 폴 투르니에가 쓴 책입니다. 비밀에 관한 고찰이라고 할까요? 평소 비밀의 의의나 비밀이 인격형성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참신했습니다.
어린아이가 비밀을 갖게 되는 순간부터 이 책은 다룹니다. 성장하면서 어린아이는 부모에게 비밀을 갖게 됩니다. 그 비밀을 자신이 선택한 누군가와 나눕니다. 이 책의 더 나아가 결혼과 신앙생활에서의 비밀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특히 결혼 생활과 비밀 챕터는 공감이 많이 됐습니다.
이 책과 함께 소노 아야코의 <약간의 거리를 둔다>를 읽었습니다. '비밀'과 '약간의 거리', 그것은 인간관계에서 꼭 필요합니다. 그 약간의 거리를 못 견디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연인 사이에서는 흔히 작은 비밀이라도 참지 못하고 모든 것을 공유하기를 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부모 자식 사이에서도 마찬가지고요. 그것은 어쩌면 전체주의 사회의 비밀경찰과도 다를 바 없습니다. 한 개인 비밀을 갖지 못하는 것은 자유를 갖지 못하는 것입니다. 자유가 없으면 그 개인은 독립성을 가질 수 없습니다. 타인의 자유와 독립성을 지켜주기 위해 '약간의 거리'와 '비밀'은 필요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비밀을 간직하고 남에게 감추는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숨김과 내어 줌의 끝없는 순환고리를 이야기합니다. 숨길 줄도 알고 적절한 때에 적절한 사람에게 비밀을 내어 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비밀을 내어주는 상대도 잘 선택해합니다. 되도록이면 입이 무거운 사람이 좋겠지요.
저는 이 책을 보고 제 자신의 단점이나 비밀을 타인에게 내어 주는 것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단점과 치부를 드러내는 것은 꼭 부끄러운 일만은 아닌거 같습니다. 보다 인간적인 모습으로 다가가고 보다 깊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비밀을 내어줄 줄도 알아야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