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단장 죽이기 1 - 현현하는 이데아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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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나는 하루키의 장편 소설을 애타게 기다려왔는지도 모른다. 그의 신간을 기다리면서 그 기다림을 달래보고자 그의 예전 작품들을 계속해서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1Q84> 이후 7년. 7년 밖에 시간이 안 지났다는 게 신기하다. <1Q84>를 읽던게 10년도 더 넘은 옛날 일처럼 느껴진다. 지난 7년을 돌이켜보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사랑, 이별, 상실이 있었다. 멈출 수 없는 운명의 수레바퀴처럼 계속해서.

 

 이번 작품 역시 훌륭하다. 훌륭한 이데아와 훌륭한 메타포로 무장했다. 늘 그렇듯이 그의 소설은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든다. 그리고 아내와의 이별이 있고 13살의 아름다운 소녀가 있다. 유부녀와 섹스를 하는 주인공이 있다. 그리고 마치 하루키를 닮은 듯한 주인공이 등장한다. 이번에 주인공은 화가다. 화가로써 그림을 그리는 주인공의 방식과 사고가 하루키의 작업 방식과 사고와 닮았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다. 아무튼 이번에도 그는 화가라는 직업과 그림이라는 작품에 대해 더할나위 없이 잘 묘사했다. 마치 그가 음악가와 음악에 대해 묘사해왔던 것처럼.

 

 1권을 읽었고 지금 2권의 중반쯤을 읽고 있다. 엄청난 몰입감이나 긴박감이 있진 않다. 그래도 소설은 부드럽게 술술 읽힌다. 얌전하지만 확고한 저력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초반부는 천천히. 그리고 점점 빠르게.

 

 아직까지 소설의 전체상이 잡히지 않는다. 2권 까지 다 읽어야지 전체상이 그려질 꺼 같다. 어쩌면 예술에 대해 이야기한 소설인지도 모르겠다. 혹은 늘 그래왔듯이 상실과 재생에 대해서. 혹은 역시 늘 그래왔듯이 폭력과 사회시스템에 대해서.

 

 어쨌든 이야기는 폭발한다. 격렬하진 않지만 부드럽게 폭발한다. 이야기는 걷잡을수 없이 흘러간다. 현실에 비현실을 겹쳐서. 주인공은 사건에 휘말리지만 역시 제대로 중심을 잡고 스텝을 밟고 있다. 하루키 소설의 주인공들은 실로 멋지다. 평범해보이지만 신뢰할 수 있는 친구들이다. 제대로 자신의 퍼스낼리티를 가지고 있고 그것을 확고히 지켜나간다.

 

 역시나 부유하고 매력적인 인물이 등장하고 기묘한 감각을 가진 여자 아이가 등장한다. 모든 것이 익숙하지만 새롭다. 그것이 하루키의 매력이다.

 

 주인공은 초상화를 전문으로 그리는 화가이다. 아내에게 갑작스런 이별통보를 받고 방황한다. 그러다 친구 아버지의 집에 거처하게 된다. 친구의 아버지는 유명한 일본화 화가이다. 그는 지금 요양원에 있다. 주인공은 홀로 친구의 아버지의 집에 살게 된다. 그러면서 근처에 사는 이웃 멘시키를 알게 되고 이데아인 기사단장을 만나게 된다. 그러면서 이야기는 확대 된다.

 

 앞으로의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좀처럼 감잡을 수 없다. 어쨌든 흥미로운 이야기 속으로 나를 끌고 갈 것은 자명하다. 글을 쓰다보니 다시 책이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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