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만일까요? 십년에 가까운 세월만에 이 소설을 다시 읽었습니다. 20대 초반에 읽었을 때는 무슨 내용인지도 잘 몰랐던 거 같습니다. 그냥 왠지 소설의 분위기가 신비롭고 그리고 아름다웠습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 감동을 주는 소설이었습니다. 소설을 읽은 후 한동안은 머리 속에서 끊임없이 소설 속 구절이 울려퍼지더군요. "춤을 추는 거야. 음악이 계속되는 한."

 

 <댄스 댄스 댄스>는 하루키 장편 소설 중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이번에도 무척 즐겁게 읽었습니다. 오랜만에 즐겁게 책을, 소설을 읽었습니다.

 

 삶이라는 무대 위에서 우리는 모두 춤을 추는 댄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음악이 계속 흐르고 우리는 춤을 춥니다. 하지만 간혹 우리는 발을 멈출 때가 있습니다. 몹시 지칠 때. 왜 춤을 춰야하는지 모를 때. 슬플 때. 힘들고 괴로울 때.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춤을 멈추게 됩니다. 하지만 하루키는 말합니다. 그럴 때에도 춤을 계속 추라고. 멈추지 말고 제대로 스텝을 밟아가며 계속 춤을 추라고 말합니다. 조금씩이라도 좋으니 추라고. 몸이 굳어버리기 전에.

 

 하루키의 이 말은 저의 내면 속 깊은 밑바닥에 내려앉습니다. 하루키의 이 말을 꼭 간직하고 싶습니다. 훗날 도저히 춤을 출 수 없을 꺼 같을 때 하루키의 이 말을 기억해내겠습니다. 그리고 춤을 추겠습니다. 최선을 다해서.  

 

 아래의 글은 꼭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댄스 댄스 댄스>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입니다.

 

  "춤을 추는 거야" 라고 양 사나이는 말했다. "음악이 울리는 동안은 어쨌든 계속 춤을 추는 거야. 내가 하는 말 알아듣겠어? 춤을 추는 거야. 계속 춤을 추는 거야. 왜 춤추느냐 하는 건 생각해선 안돼. 의미 같은 건 생각해선 안 돼. 의미 같은 건 애당초 없는 거야. 그런 걸 생각하기 시작하면 발이 멈춰버려. 한 번 발이 멈추면 이미 나로선 어떻게도 도와주지 못하게 되고 말아. 그러면 자네의 연결 고리는 모두가 없어지고 말아. 영원히 없어지고 마는 거야. 그렇게 되면 당신은 이쪽 세계에서밖엔 살아가지 못하게 되고 말아. 자꾸 자꾸 이쪽 세계로 끌려들고 마는 거야. 그러니깐 발을 멈추면 안돼. 아무리 한심스럽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그런 데 신경 쓰면 안돼. 제대로 스텝을 밟아 계속 춤을 추어대란 말이야. 그리고 굳어버린 것을 조금씩이라도 좋으니 풀어나가는 거야. 아직 늦지 않은 것도 있을 테니까. 쓸 수 있는 것은 전부 쓰는 거지. 최선을 다하는 거야. 두려워할 건 아무것도 없어. 당신은 분명히 지쳐 있어. 지쳐서 겁을 먹고 있어. 누구에게나 그런 때가 있어. 무엇이고 모두 잘못되어 있는 것처럼 느끼는 거야. 그래서 발이 멈춰버리거든."

 나는 눈을 들어, 다시 벽 위의 그림자를 한동안 응시했다.

 "하지만  춤을 추는 수밖에 없는 거야" 하고 양 사나이는 말을 이었다. "그것도 남보다 멋지게 추는 거야. 다들 감탄할 만큼 능숙하게. 그렇게 하면 나도 당신을 도와줄 수 있을지도 몰라. 그러니 춤을 추는 거야. 음악이 계속되는 한."

 춤을 추는 거야. 음악이 계속되는 한.

 

 

 

 

 

 

 

 

 

 

 

 

 

 

 

 

 

 

 윌리엄 포크너의 <소리와 분노>는 소설 속 주인공이 읽은 책입니다. 주인공은 포크너와 필립 K.딕의 소설은 신경이 어떤 종류의 피곤함을 느낄 때에 읽으면 매우 잘 이해가 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런 시기가 오면 으레 그들의 소설을 읽는다고 합니다. 저도 요즘 신경이 피곤한 거 같습니다. 포크너와 필립 K.딕의 소설이 읽고 싶군요.

 필립 K.딕은 영화 <블레이드 러너>, <마이너리티 리포트>, <토탈 리콜> 등의 원자자인 SF 소설의 거장입니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도 제목이 재밌어서 어떤 내용인지 궁금합니다.

 

 

  "확실히 그래. 바로 그렇지. 자네 말대로야. 하지만 인간이란 이상해. 한순간에 나이를 먹는단 말일세. 정말이지, 나는 예전엔 인간이란 건 1년, 1년 순서대로 나이를 먹어가는 거라고 생각했었지." 고탄다는 내 얼굴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듯 하면서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 인간은 한순간에 나이를 먹는다고." -p250

 

  공감가는 이야기입니다. 인간이란 정말로 1년, 1년 순서대로 나이를 먹는게 아닌거 같습니다. 어느순간 순식간에 나이를 먹는거 같습니다. 저는 그런 경험이 있는거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지요.

 

 

 이따금 그녀가 부러워졌다. 그녀가 지금 열세 살이라는 게 말이다. 그녀의 눈에는 갖가지 일들이 모두 신선하게 비치리라. 음악이며 풍경이며 사람들이. 그것은 내가 보고 있는 사물의 모습과 아주 다를 것이다. 나 역시 옛날에는 그랬다. 내가 열세 살이었을 무렵, 세계는 훨씬 단순했다. 노력은 당연히 보답을 받아야 하는 것이었고, 말은 보증되어야 하는 것이었고, 아름다움은 그곳에 머물게 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열세 살 때의 나는 그다지 행복한 소년은 아니었다. 나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했으며, 혼자 있을 때의 자신을 믿을 수 있었지만, 당연히 대게의 경우 혼자 있지는 못했었다. (중략) 하지만, 나는 사물의 신선한 모습을 볼 줄은 알았다. 그것은 정말 멋진 일이었다. 냄새가 제대로 풍겼고, 눈물은 진실로 따뜻했으며, 여자애는 꿈처럼 아름다웠으며, 로큰롤은 영원히 로큰롤이었다. 영화관의 어둠은 우아하고 친밀했으며, 여름밤은 끝없이 깊고 관능적이었다. 그러한 초조한 나날을 나는 음악과 영화와 책과 더불어 지냈다." p343-344

 

 이 글을 읽으면서 왠지 저도 열세 살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는 정말 생명력이 몸안에 있었습니다. 팔딱팔딱 뛰는 심장이 튼튼한 혈관을 통해 거침없이 피를 뿜어대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왠일인지 항상 피곤하고 지쳐있는거 같습니다. 고작 서른 둘에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완전 늙은이 같네요.

 

 오랜만에 읽은 책 페이퍼를 씁니다. 역시 유튜브로 스타를 보는 것보다 훨씬 좋네요^^

"예를 들면 하루에 열다섯 곳이나 레스토랑이며 요릿집을 돌고, 내놓는 요리를 한 입씩 먹어보고, 나머지는 전부 남겨놓는 일. 그런 것이 어딘가 결정적으로 잘못되었다고 나는 생각해." -p105

"하지만 나는 뭔가를 느끼는 거야. 뭔가가 나하고 연결되려 하고 있어. 그래서 꿈속에서 누군가 나를 찾고, 나 때문에 눈물을 흘리고 있단 말이야. 필시 무엇인가와 연결되려고 하는 거겠지. 그런 느낌이 들거든. 이봐, 나는 다시 한 번 새출발을 하고 싶어. 그리고 그러기 위해선 자네 힘이 필요한 거야." -p165

"어둡게 생각하는 건 아니야" 라고 그는 말했다. "난 아직도 그녀를 좋아하고 있어. 그저 그뿐이야. 가끔씩 이렇게 생각해. 내가 배우를 그만두고, 그녀도 배우를 그만두고, 둘이서 한가하게 살 수만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 하고 말이야. 패셔너블한 맨션도 필요 없어. 마세라티도 필요 없어. 아무것도 필요 없어. 일정한 직업과 작지만 건실한 가정이 있으면 그걸로 돼. 어린애도 갖고 싶고, 일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친구하고 어느 목로주점에 들러선 술을 마시며 불평을 하지.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면 그녀가 있어. 월부로 시빅이나 스바루를 사지. 그런 생활, 잘 생각해보면 내가 바라고 있는 건 그런 생활이란 말일세. 그녀가 있어주기만 하면 그걸로 돼."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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