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빌 게이츠 여름휴가 추천 도서, 2015 마크 저커버그 책의 해 추천 도서 율라 비스의 <면역에 관하여>를 읽었습니다. 역시나 명불허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과학은 문학으로 빛난다." 방금 말 제 어록에 하나 추가하고 싶네요. 과학은 문학성으로 더욱 빛이 나는 것 같습니다. 지식도 중요하지만 읽는 재미도 중요하니까요. <코스모스>가 위대한 이유는 그 책에 담긴 높은 문학성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는 듯한 따뜻함과 평온함이 <코스모스>에는 있습니다. 이 책 역시 저자의 목소리, 감정이 생생하게 전달됩니다. 저자의 고민과 걱정, 깨달음이 독자에게 확실하게 전달됩니다. 면역 백신에 관한 의학과 과학지식을 문학적으로 전달하는 책입니다. 저도 추천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우리의 잘못된 지식을 바로잡아주고 아름다운 개념을 전달해줍니다. 면역은 우리가 공동으로 가꾸어야할 정원입니다. 우리는 독립적인 존재임과 동시에 집단의 일부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고 있는 관계입니다. 이것을 아름답게 표현하고 깨닫게 해주는 책입니다.


 















 일단 고전 한 권을 소개합니다. 이 책에 수없이 많은 은유로 인용된 소설입니다. 뱀파이어, 드라큘라의 시초와도 같은 소설입니다. 확실한 재미를 보장하는 고전입니다.


 백신에 대한 오해 중 한 가지는 백신이 세균 혹은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인식입니다. 


 독성학자들은 <용량이 독을 결정한다>고 본다. 어떤 물질이든 과잉으로 쓰이면 독이 된다는 것이다. -p63


 그 역도 마찬가지 입니다. 독도 소량으로 쓰이면 약이 됩니다. 백신이 어쨌든 독이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인식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백신은 굉장히 소량입니다. 우리는 백신이 아니더라도 수많은 세균, 바이러스에 노출된 채로 생활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질을 용량과는 무관하게 안전한 것 아니면 위험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용량이 독을 결정한다>라는 말을 꼭 기억해두시기 바랍니다. 아무리 좋은 물질이라도 과잉이 되면 독이 됩니다. 산소, 물, 비타민, 영양소 등 모든 것이 그렇습니다. 


 그녀는 저널리스트이자 논픽션 작가입니다. 하지만 그녀의 영혼은 시인입니다. 때문에 이렇게 멋진 은유로 가득한 책이 탄생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비록 내 글이 언론을 통해서 발표되긴 해도, 내 마음에서는 내가 언론에 속하지 않았다. 그리고 만일 언론의 반대말이 시인이라면, 나는 둘 다였다. -p77

 

 백신을 맞든 안 맞든, 아기의 생후 첫 몇 년은 면역 속성 교육기간이다. 그 몇 년 동안 아기가 흘리는 수많은 콧물과 아기가 겪는 수많은 열은 면역계가 세균 어휘집을 공부하고 있다는 증거다. -p93


 그녀는 수많은 전문가들을 인터뷰하고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공부를 합니다. 그녀는 자신이 배운 내용들을 아래처럼 멋진 비유로 마무리합니다. 


 그 강의에서 떠오른 하나의 서사란 게 있다면, 그것은 면역계와 그것이 공진화하는 병원체들이 상호 작용을 벌이는 드라마였다. 이 드라마는 가끔 진행 중인 싸움으로 묘사되곤 하지만, 그렇더라도 아파치 헬리콥터와 무인 드론이 동원되는 싸움은 아니다. 그것은 그보다 재치를 겨루는 싸움이다. <그러자 바이러스는 그보다 더 똑똑해져서, 천재적인 꾀를 냈습니다. 우리 전략을 가져다가 우리에게 맞선 겁니다.> 교수는 이런 식으로 말했다. 그의 이야기에서, 우리 몸과 바이러스는 치명적인 체스 게임에 푹 빠져서 서로 겨루는 두 지성이었다. -p94


 백신에 대한 음모론을 좋아하거나 편집증적 의심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해줍니다.


 세지윅은 우리에게 적이 있다고 해서 우리가 꼭 편집증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냉소주의는 타당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슬픈 것이다. 전 세계의 연구자들, 보건 관료들, 의사들로 이루어진 방대한 네트워크가 돈 때문에 아이들에게 부러 해를 끼칠 수 있다는 발상이 아주 그럴싸하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는 건, 자본주의가 우리에게서 실제로 무엇을 빼앗는지를 보여 주는 증거다. 자본주의는 이미 남들을 위해서 부를 생산하는 노동자들을 가난하게 만들었다. 자본주의는 또 시장성 없는 예술의 가치를 박탈함으로써 문화적으로 우리를 가난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우리가 자본주의의 압박을 인간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본질적 법칙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할 때, 모든 사람은 다 소유된 상태라고 믿기 시작할 때, 그때야말로 우리는 진정 가난해질 것이다. -p149


 <생각이 언어를 오염시킨다면, 언어도 생각을 오염시킬 수 있다.> 조지 오웰의 유명한 말이다. -p193


 


 

 












 <캉디드>는 합리주의가 비합리적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인간이 이성을 행사하면서도 결코 계몽되지 못한 상태로 남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p246


 볼테르의 <캉디드>도 꼭 읽어보고 싶은 고전입니다.


 저자는 수전 손택의 책들과 말들도 이 책에서 굉장히 많이 인용합니다. 수전 손택의 책들도 언젠가 읽어보고 싶습니다.



 













 수전 손택의<은유로서의 질병>, 조지 레이코프와 마크 존슨의 <삶으로서의 은유>, 인류학자 브뤼노 라투르의 책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 모두 읽어보고 싶은 책들입니다. 


 마지막은 옮긴이의 말을 소개하며 페이퍼를 마치겠습니다. 이 책에 대해 아주 적절히 소개한 글입니다.


 언뜻 면역과 예방 접종과는 무관해 보이는 이런 이야기들도 결국에는 비스가 깨달은 가장 중요한 결론으로 수렴한다. 그것은 바로 <우리는 서로의 몸에 빚지고 있으며><면역은 우리가 공동으로 가꾸는 정원> 이라는 것이다. -p303


 <면역에 관하여>는 한편으로는 과학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시이며, 무엇보다도 밀도 높은 사고이다. 이런 글을 쓴 비스의 아버지가 의사이고 어머니가 시인이라는 사실은, 너무 공교로워서 오히려 재미없는 농담처럼 들리지만, 아마도 이 아름다운 책에 좋은 영향을 미친 우연일 것이다. -p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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