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는 처음입니다만
이시카와 야스히로 지음, 홍상현 옮김 / 나름북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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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레탈리아(노동자 계급) 혁명을 말하는 마르크스 무섭지 않으세요? 우리는 어려서부터 사상교육을 받으며 자랐습니다. 바로 "빨강" 에 대한 공포입니다. 공산주의, 북한, 좌파는 우리에게 피하고 조심해야할 '무엇' 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 표지의 마르크스 할아버지는 귀엽습니다. 전혀 무섭지 않습니다. KFC의 할아버지나 산타할아버지처럼 친근하고 푸짐한 인상입니다. 부리부리한 눈도 아니고 거친 수염도 아닙니다. 손에 무기를 들지도 않고 머리에 뿔도 없습니다. 마르크스는 혁명을 말하는 무서운 사람아니었나요? 불과 우리나라에서도 몇 십년 전만 해도 마르크스의 서적을 읽으면 쥐도 새도 모르게 잡혀가서 간첩이나 공산당으로 처벌받을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쥐도 새도 모르게 실종될 수도 있었습니다. 그게 더 무시무시하지 않으십니까? 책 한 권 읽었다고 감옥간다니요.


 그렇게 마르크스주의나 공산주의는 일반인들에게는 모르는 것을 넘어 두렵고 조심해야할 것이었습니다. 지금도 은연 중에 그런 의식들이 잔존하고 퍼져있습니다. 툭하면 종북이니 좌빨이니 하며 몰아붙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여전히 공산주의라는 유령이 한국을 떠돌고 있습니다.  


 이 책은 위험하지 않습니다. 마르크스는 무서운 사람이 아닙니다. 오히려 모든 노동자들은 마르크스에게 빚을 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에게 감사해야합니다. 그는 국가나 기업, 자본가, 힘있는 사람들 편에 선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노동자, 민중의 편에서 자본주의의 단점을 매섭게 포착하고 비판한 학자였습니다. 학자를 넘어서 사상가, 혁명가였습니다. 그에게 프롤레탈리아 혁명은 책상머리 논쟁이 아닌 현실의 문제였습니다. 


 자, 그러면 그의 사상이 어떠한 것이었는지 간략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회는 여러 층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정치, 법률, 문화 등이 있습니다. 마르크스는 그중에서 가장 하부 구조는 경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경제의 변화가 역사의 발전과정을 추동하는 핵심이라고 파악했습니다. 사회는 고대 노예제 사회에서 중세 봉건제 사회 그리고 근대 자본주의 사회로 발전해왔습니다. 이 사회의 차이는 생산수단은 무엇이며 그 생산수단은 누가 소유하는가 입니다. 그리고 이런 사회의 변화는 계급투쟁의 역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럼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요? 자본주의가 우리 사회의 마지막 모습일까요? 마르크스는 거기에 의문을 던지고 해답을 찾았습니다. 자본주의는 생산수단인 토지, 자본, 공장 등을 자본가가 소유하고 노동자는 자본가에게 종속되어 자신의 노동력의 대가로 임금을 받는 사회체계입니다. 자본가는 노동자에게 적은 임금을 주고 많은 노동력을 얻고 싶어합니다. 아마 직장 생활하시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피부로 느끼실 겁니다. 사장님이 노동시간을 줄여주고 임금을 올려준 적이 있으신가요? 이에 반해 노동자는 당연히 적게 일하고 임금은 많이 받고 싶어합니다. 여기에서 계급투쟁이 발생합니다. 자유시장 자본주의자들은 이런 문제는 시장이 알아서 해결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사장이 임금을 적게 주면 노동자는 임금을 많이 주는 다른 직장으로 옮길테니깐 적정 수준에서 임금과 노동시간 결정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정말 현실은 그런가요? 여러분은 항상 더 나은 조건의 직장으로 옮기시나요? 아니면 현재 직장에 불만이 있더라도 참고 견디시나요? 마르크스는 책상에서 자본주의를 공부하지 않았습니다. 현실을 봤습니다.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노동자들이 아주 적은 임금으로 장시간의 노동을 견디고 있었습니다. 20세기 초엽 프랑스의 노동시간은 주 70시간이었습니다. 주 70시간이면 하루 쉬고 6일 일한다고 하면 하루 12시간의 노동입니다. 점심시간 1시간을 빼면 아침 8시 출근해서 저녁 9시에 퇴근해야 했습니다. 지금 21세기 초엽의 프랑스의 노동시간은 주 35시간입니다. 주 5일 하루 7시간 노동입니다. 과연 이 변화는 자본가들이 노동자에게 선사한 걸까요? 아니면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얻어낸 결과물일까요? 


 자본가 1명과 노동자 1명이 싸우면 노동자에게 승산은 없습니다. 자본가는 그 노동자를 해고하고 다른 사람으로 대체하면 됩니다. 하지만 자본가 한 명이 노동자 다수와 싸우게 되면 자본가 입장도 난처해집니다. 왜냐하면 동시에 많은 사람이 일을 그만두면 공장은 멈추고 손해가 막심하니까요. 마르크스는 이것을 우리에게 알려줬습니다. 노동자들이여 단결하라! 


 마르크스는 이에 멈추지 않고 더 먼 미래를 내다봤습니다. 그가 본 미래는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였습니다. 한 사람이 자본, 생산수단을 독점하지 않고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나눠갖는 사회. 적은 노동시간과 많은 여가시간. 많은 사람이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지 않고 즐겁고 행복한 사회를 꿈꿨습니다. 지금 현재 그런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곳은 북유럽 국가들입니다. 북유럽 국가들은 세금을 많이 거둬들여서 그것을 복지 비용으로 씁니다. 북유럽 국민들의 행복지수는 매우 높습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세금을 많이 거둬서 복지를 늘리지 않을까요? 북유럽 국가들은 거의 50% 를 걷습니다. 만약 당신이 한 달에 200만원을 번다며 100만월을 내야합니다. 만약 당신이 1억을 번다면 5천만원을 내야합니다. 부자일수록 세금을 많이 내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부자들은 세금을 싫어합니다. 사회주의를 싫어합니다. 법인세 등의 세금은 줄이길 원합니다. 소비세 등의 세금은 서민들에게 더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담배세 등의 소비세는 늘려도 좋습니다. 부자 입장에서는 어차피 얼마 안되니까요. 부자일수록 담배를 피는 비율이 줄어듭니다. 


 자본주의 국가는 부르주아 계층이 수립한 사회입니다. 때문에 법과 제도 모두 부르주아 계층이 유리하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것을 바꾸고 싶지 않아합니다. 상속세, 누진세 등의 세금을 늘리는 것을 싫어합니다. 사회주의 평등은 부자들에게 악입니다. 물론 워렌 버핏, 빌 게이츠 등 그렇지 않은 부자도 있지만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일반론입니다.


 마르크스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합니다. 왜 내가 열심히 일하는 대도 먹고 살기 힘든지. 부자들은 전혀 일을 하지 않은데도 왜 계속 부자인지. 금수저와 흙수저는 왜 언제 어디서부터 발생한건지 등 수많은 의문점들을 해소해줍니다. 


 리뷰가 책 내용을 넘어 저의 개인적인 생각이 많이 들어갔습니다. 어조도 다소 격양되었네요. 이 책은 표지처럼 아주 부드럽고 자상한 마르크스 입문서입니다. 해치지 않으니 안심하고 읽으셔도 좋습니다^^ 우리 모두는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를 꿈꿀 의무가 있습니다. 우리 자신뿐만 아니라 우리 자녀들, 다음 세대를 위해서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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