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진 예금통장 - 고백 그리고 고발 다음 이야기
안천식 지음 / 옹두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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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 변호사가 직접 쓴 우리나라의 사법현실을 고발한 책 <고백 그리고 고발>의 속편이 나왔습니다. 제목은 <찢어진 예금통장>입니다. 저자는 10년 동안 20번의 민사소송에서 모두 패소했습니다. <고백 그리고 고발>에서는 그 과정을 상세히 보여줍니다. 속편에서는 그 과정을 간추리면서 우리나라 사법현실에 대한 비판과 앞으로 추구해야할 방향을 보여줍니다. 때문에 저는 속편이 훨씬 읽기 수월하고 저자의 말씀에 귀기울일 수 있었습니다. 사실 <고백 그리고 고발>은 400페이지에 달하는 상세한 법정자료와 법리가 나열되어 있어서 읽기 힘들었습니다. 속편은 230페이지의 적당한 분량에 10년에 걸친 과정과 저자의 목소리가 빼곡히 담겨있었습니다.

 

 2015년 조사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법원에 대한 신뢰도는 24.2%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OECD 조사보고서를 봐도 우리나라 사법신뢰도는 27% 수준으로 41개국 중 39위라고 합니다. 한마디로 쉣입니다.

 

 '무전유죄 유전무죄' 언제부턴가 법원은 돈과 권력이 있는 자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힘없고 무지한 사람들의 기본권, 재산권을 위협하는 기관이 되었습니다. 국민들은 이미 법조인들의 부정부패를 목격했고 청렴성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는 법관 개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시스템의 문제가 큽니다. 우리나라는 법조인들에게 철저한 독점적 권한을 부여했습니다. 이를 견제하거나 감시하는 장치가 없습니다. '절대권력은 절대부패 한다' 는 말처럼 현 사법시스템에서는 부패가 벌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자신의 판결에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 법관들에게 우리가 그들의 양심과 도덕성만을 믿고 따를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들도 감정을 가지고 있고 각종 이해관계에 얽혀있는 보통의 인간일뿐입니다.

 

 사법부는 국민의 마지막 보루입니다. 국민의 억울함을 풀어줄 유일한 기관입니다. 그런데 그런 사법부가 권력의 시녀가 되어 국민에게 등을 돌린다면요? 끔찍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 끔찍한 일이 현실 속에서 벌이지고 있습니다. 그 10여년 간의 기록이 이 책에 담겨있습니다. 어린아이가 봐도 뻔한 위조문서를 법원은 눈감고 용인해줍니다. 법관은 재산을 빼앗긴 국민이 아닌 재산을 강탈한 대기업의 손을 들어줍니다. 60명의 법관이 모두 눈감고 판결을 내립니다. 이런 일이 자신에게 일어나지 않았다고 눈돌려서는 안됩니다. 다음번에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때 아무리 하소연해봤자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을것입니다.

 

 사법시스템의 각성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의식이 깨어있어야 합니다. 국민이 요구하고 바꿔나가야 합니다. 권력자가 스스로 시정하지 않습니다. 여태껏 역사적으로 보아도 그렇습니다. 미국은 선거제와 배심제, 참심제 등을 통해서 법관의 권력을 견제합니다. 국민이 직접 법관을 투표로 선출하고, 배심제도로써 법 집행을 감시하고 관여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습니다. 법관의 권한을 통제할 안전장치, 감시장치가 전무합니다. 오직 개인의 양심에 맡길 뿐입니다.

 

 우리나라는 문제가 많습니다. 그 문제들을 인식해야 합니다. 인식해야 바꿔나갈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우리나라의 사법현실을 목격하고 인식할 수 있게 해주는 책입니다. 부끄러운 현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직시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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