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나를 유혹하지 못했지만 몇몇 문장들은 좋았다. 어쨌든 베스트셀러 작가이고 글솜씨 또한 나쁘지 않다. 책의 맨 앞에 어머니에게 바치는 글부터 마음에 들었다. 


 내 배 속은 음식으로, 내 책장은 책들로 항상 채워주신 어머니에게 바친다.


 "우리가 축구를 사랑하는 이유는 본능적이기 때문이다.

 공이 길거리를 굴러오면 발로 찰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우리가 축구를 사랑하는 이유는 사랑에 빠지는 이유와 같다.

 피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인생은 자기가 신고 있는 신발, 그 이상이다. 나라는 인간, 그 이상이다. 그 모든 것의 총합이다. 다른 무언가에 깃든 나의 조각들이다. 추억과 벽과 찬장과, 커트러리 통이 들어 있어서 뭐가 어디에 있는지 전부 알 수 있는 서랍이다. -p288


 모든 열정은 어린애 같다. 진부하고 순수하다. 후천적으로 터득하는 게 아니라 본능적인 것이기에 우리를 압도한다. 우리를 뒤집어놓는다. 우리를 휩쓸고 간다. 다른 모든 감정은 이 땅의 소산이지만 열정은 우주에 거한다. -p382


 "그런 식으로 목숨을 버릴 각오를 하면서까지 축구를 사랑하는 이유가 뭔지 도무지 모르겠다." 브릿마리는 운동복에 과탄산소다를 뿌리고 맹렬하게 문지르며 나지막이 쏘아붙인다.

 베가는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짓는다. 그러다 머뭇거린다. 

 "아줌마는 그런 식으로 사랑해본 게 하나도 없어요?"

 "하. 없지 나는...... 하. 글쎄다. 잘 모르겠네."

 "축구를 할 땐 아무 고통도 느껴지지 않아요." 베가가 세면대에 담긴 운동복의 등 번호를 빤히 쳐다보며 말한다.

 "어떤 고통?"

 "모든 고통요."                                                                                                       -p384


 새미는 그런 대접을 받을 만한 자격이 없는 친구를 지키러 소도시로 갔고 브릿마리는 똑같은 이유로 집에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용서하지 않으면 뭐가 남을까? 그런 대접을 받을 자격이 없는 연인마저 사랑하는 게 진정한 사랑이지 않을까?   -p4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