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의 미래
알랭 드 보통 외 지음, 전병근 옮김 / 모던아카이브 / 2016년 10월
평점 :
품절


 

 일단 알라딘 책소개를 인용해보겠습니다.

 

 

멍크 디베이트라는 행사가 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봄과 가을 연 2회 각 분야의 최고 권위자나 전문가가 국제적인 이슈를 놓고 벌이는 토론회다. 2인 1조를 이룬 참가자들은 '토론 배틀'을 벌인다. 토론 전후로 찬반 투표를 해서 어느 팀이 승리했는지 보는 재미를 준다. 2015년 11월에 실시된 멍크 디베이트를 엮은 책이다.

이날 토론 주제는 인류의 미래. '인류의 앞날에 더 나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찬성 팀에 선 사람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심리학자이자 인지과학자인 스티븐 핑커와 세계적 과학 저널리스트인 매트 리들리다. 여기에 맞서 반론을 펴는 이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알랭 드 보통과, 독보적 경영저술가 말콤 글래드웰이다. 이들 4인이 한 무대에서 인류 최대의 논제를 두고 공개 논쟁을 벌였다.

 

 공개 토론의 현장에서 2인 1조로 팀배틀을 벌어졌습니다. 이름도 쟁쟁한 세계적인 지성인 4인이 맞붙었습니다. 현장의 열기가 전해지는 듯 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이고 빵빵 터졌습니다. 역시 토론에는 풍자와 조롱이 섞여야 제맛인 걸까요? 상대 멘탈을 흔드는 공격에는 말콤 글래드웰이 최고의 공격수였습니다. 매트 리들리는 잘 막아냈고요. 알랭 드 보통과 스티븐 핑커의 설전은 인문학과 과학의 싸움을 축소한 것 같았습니다.

 

 예전에 시이소오님과 곰곰생각하는발님과 했던 토론이 생각났습니다. 아마 시이소오님이 쓴 스티븐 핑커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의 리뷰에 제가 반박 댓글을 달면서 벌어진 토론이었던 것 같습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벌어진 토론이 마치 알라딘에서 벌어진 토론의 연장선처럼 느껴졌습니다.

 

 스티븐 핑커는 주장합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폭력으로 인한 사망자 수의 비율이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때문에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시대는 역사상 가장 안전하고 행복한 시대라고 이야기합니다. 시이소오님과 곰발(이하 곰곰생각하는발님)님은 스티븐 핑커의 주장에 반대하셨고, 저는 찬성하는 입장이었습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벌어진 토론도 이와 유사했습니다. 토론의 주제는 '인류는 계속 진보해나갈 것인가?' 입니다. 스티븐 핑커는 10가지 측면의 통계와 수치를 들면서 인류가 진보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앞으로도 진보할 것임을 이야기합니다. 전세계적으로 볼 때 수명, 건강, 물질적 번영, 평등, 안전, 자유, 지식, 인권, 성평등, 지능 등의 지표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매트 리틀리는 과학적 발전에 따른 혁신이 진보의 가장 강력한 추동력이라고 말합니다. 기술의 발전은 점진적이고 누적됩니다. 기술은 퇴보하지 않습니다. 미래에 갑자기 휴대폰, 인터넷, 컴퓨터가 사라지진 않습니다. 갑자기 천연두가 부활하거나 소아마비, 말라리아 등의 전염병이 창궐하지 않습니다. 

 

 이에 반해 알랭 드 보통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근원적인 불완전성'에 주목합니다. 물질적 번영이 언제나 인간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다고 이야기합니다. 10가지 측면에서는 나아질지라도 그 외의 30가지 측면에서는 여전히 인간이 가진 문제점들은 그대로일 것이라고 반박합니다. 절대적빈곤이 해결되어도 상대적빈곤은 없어질 수 없습니다. 인간의 고통의 대부분은 인간관계로 인한 고통입니다. 질투, 상대적 박탈감, 소외, 불안 등의 인간이 가지고 있는 실존적 문제들은 물질적 번영으로 결코 해결될 수 없는 문제들입니다. 말콤 글래드웰은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블랙 스완' 개념으로 반박합니다. 진보가 가져다준 혜택은 분명 존재하지만 그 반대급부로 위험성은 더욱 커졌습니다. 인류의 복지가 마치 점점 상승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미래에 언제 곤두박질칠지 모릅니다. 화석연료는 지구 온난화를 가져왔습니다. 지구 온난화를 제어하지 못한다면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점임이 분명합니다. 핵전쟁의 위험성은 언제든지 한 순간에 인류를 멸망의 길로 인도할 수 있습니다. 세계의 연결성이 커지면서 전염병에 대한 취약성도 함께 커졌습니다. 스티븐 호킹 외 1000명의 지성들이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만들고 있는 인공지능이 언젠가 우리를 멸망시킬지도 모릅니다.

 

 정말 불꽃튀는 설전이었습니다. 점잖은 토론이 아닌 상대의 멘탈을 흔드는 배틀이었습니다. 이 책은 1장과 2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은 토론의 내용을 그대로 담았습니다. 2장은 토론 전 개개인 각각의 인터뷰 내용을 담았습니다. 책을 훑어보고 의아했습니다. '1, 2장의 순서가 꺼꾸로 된 것 아닌가?' 싶었습니다. 먼저 2장을 읽어서 토론 참가자의 생각을 파악하고 1장을 읽으면 토론내용이 더 이해하기 쉬울 것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습니다. 토론의 현장이 너무나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2장을 읽고 1장을 읽는 방법을 추천하지만 그러실 수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미 토론장에서 세계적인 지성 4명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미 열기가 후끈 달아올라 있습니다. 당신이 첫장을 읽는 순간 토론은 시작되고 유머와 독설이 가득한 지적배틀이 벌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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