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도인 독실이는 어떻게 기독교인일 수 있을까?

 

 

 

 

 

 

 

 

 

 

 

 

 

 3대 SF 거장 아이작 아시모프의 <아이, 로봇>에서 좋은 구절이 있었는데 북다이제스터님의 리뷰와 연관되는 것 같아서 먼 댓글로 글을 써봅니다.

 

 <아이, 로봇>은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중 '큐티_생각하는 로봇' 이란 단편이 있는데, 아주 재미있습니다. 인간들이 큐티라는 로봇을 만드는데, 큐티는 자신이 인간들보다 더 우월하기 때문에 인간들이 자신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믿지 않습니다. 오히려 에너지 전송장치라 불리는 기계장치가 자신을 만들었다고 '논리적으로' 생각합니다.

 

 도노반의 눈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그렇다면, 제기랄, 어떤 조치든 취해야 하잖아요. 큐티는 우리말도, 책도, 자기 눈도 안 믿잖아요."

 파웰이 씁쓸하게 대답했다.

 "그래. 큐티는 논리를 추구하는 로봇이야, 제기랄. 논리적인 것만 믿지. 그러면 정말 큰 문제가 생기는데......"

 파웰이 말끝을 흐리자 도노반이 재촉했다.

 "자세히 좀 얘기해 봐요."

 "철저하게 논리적인 추론을 제시하는 사람은 무엇이든 증명할 수 있어. 적당한 기준을 선택하기만 하면. 우리에겐 우리의 기준이 있고, 큐티에겐 큐티의 기준이 있는 거지."

 "그렇다면 어서 그 기준을 흔들어요. 내일은 폭풍이 불 거라고요."

 파웰은 지친 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내일이면 모든 게 끝나겠군. 기준은 가정에 근거하고, 신념으로 유지되는 거야. 이 기준을 흔들 수 있는 건 우주 전체 어디에도 없어. 나는 잠이나 잘 거야." -p109 

 

 "기준은 가정에 근거하고, 신념으로 유지되는 거야. 이 기준을 흔들 수 있는 건 우주 전체 어디에도 없어." 신앙도 이런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독실이(혹은 신앙인)는 무신론자와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신이 있다는 가정과 신이 있다는 신념으로 신의 존재한다는 기준이 유지됩니다. 이 기준은 무엇으로도 흔들 수 없습니다. 구체적인 근거가 아닌 가정과 신념으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뉴턴, 제인 구달 등의 뛰어난 과학자들도 신을 믿는다는 사실이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뉴턴은 신이 과학적이고 정합적인 법칙들로 우주를 창조했다고 믿었습니다. 때문에 독실한 신앙인이자 과학자일 수 있었습니다. 신의 존재를 믿는 사람뿐만 아니라, 가이아라던가, 환생, 홀로그램우주론, 관념우주론 등을 믿는 사람들 또한 있습니다. 모두가 가정과 신념으로 유지되는 기준들이기 때문에 반박할 수 없습니다. 믿음은 상당히 개인적인 그리고 어쩌면 보편적인 영역입니다. 저또한 나름의 기준이 있습니다. 그 기준들 또한 가정에 근거하고 신념으로 유지됩니다.  

 

 종교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상과 이론(잘못된 이론)들 또한 이렇게 가정과 신념으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쉽사리 흔들수도 바꿀 수도 없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기준과 가정과 근거를 밝힐 수는 있습니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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