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D출판사 서평단에 당첨되어서 <경계>를 봤습니다. 바다, 육지, 하늘, 흙 속, 초원의 경계를 넘나들며 진화해 나간 각종 동식물들을 만났습니다. 역시나 진화를 살펴보는 것은 굉장히 흥미롭고 신비하고 가슴뛰는 경험입니다. 특히나 마지막 장 '초원으로 나선 인류'와 그 인류에 의한 생태계 파괴를 경고하는 책의 마무리가 좋았습니다. 


 진화는 경계에서 이루어집니다. 바다 속 동식물이 육지로 올라오면서 다양한 진화방산이 이뤄졌습니다. 육지에서 하늘로 올라간 곤충, 조류, 포유류가 있었고, 육지에서 흙 속으로, 숲에서 초원으로 경계를 개척해 나간 동물들이 있었습니다. 모두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밀려서 경계 밖으로 내던져진 생물들이었습니다. 많은 동식물이 멸종의 운명을 맞이했지만 일부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했습니다. 그 일부의 치열한 진화의 현장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참고로 애초에 인간이 느끼는 단맛은 몸 안에서 바로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는 설탕이나 엿, 포도당, 과당 등의 단당류나 이당류의 맛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신맛은 또 어떤가? 과일이 썩기 시작할 때는 보통 초산균이나 기타 세균이 번식하면서 산성을 띠게 된다. 이 썩기 시작할 때 나는 특징을 확인하기 위해 우리는 신맛을 느끼는 미각기관을 발달시켰다. 쓴맛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쓴맛을 느끼게 된 것은 야생의 식물이나 버섯 중 독성을 가진 것들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독성물질은 대부분 알칼로이드이기 때문에 이를 확인하기 위해 알칼로이드를 쓰게 느끼는 미각기관을 가지게 됐다. 짠맛은 소금을 확인하고, 감칠맛은 단백질의 주재료인 아미노산을 확인한다. -p235


 아래 글들은 인간에 의한 생태계 파괴를 경고합니다. 


 이제까지의 생물종의 탈출과는 다르다. 바다에서 문제가 생기면 민물로, 민물에서 경쟁이 안 되면 지상으로, 지상에서 포식자에 쫓기면 하늘이나 지하로, 또는 다시 바다로 가며 삶의 공간을 바꾸는 것을 통해서 생물종들이 자신이 처한 멸종의 위기를 극복해냈다면, 인간은 생태계를 벗어나서 먹이를 스스로 만드는 방법으로 문제를 극복하고자 했다. 

(중략)

 이런 인간의 탈출은 기존의 생태계를 배제하는 결과를 낳았다. 인간이 개척한 곳마다 기존의 생태계는 배제된다. 농경지를 일구면 그곳에 살던 식물들이 사라지고, 식물과 함께 살던 동물과 균도 함께 사라진다. 도시를 세우면 숲이 사라지고 숲과 함께하던 동물들이 사라진다. 도로를 놓으면 도로 양쪽으로 자유롭게 오가던 동물들은 고립된다. 항구를 만들면 그 주변의 생태계가 파괴된다. 인간의 영역이 확장될수록 기존에 존재하던 지구 생태계는 줄어든다. 인간의 탈출은 이제 인간의 공습이 되었고, 한정된 지구에서 생태계는 지구상에 그 모습을 드러낸 이후 최초로 영역이 축소되기 시작한 것이다. -p266, 267


 이런 지구 생태계 전체에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엄청난 일이 벌어진다. 약 3만 년에서 1만 년 전 사이에 시작되어 현재도 진행 중인, 인간에 의한 대멸종 사건이다. 

 생태계 내에 강력한 경쟁자가 생기면 경쟁에 진 생물종은 생태계의 경계까지 쫓기게 되고 그 곳에서 새로운 생태계로 자리를 옮기든가, 아니면 종 자체가 사라지는 두 가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그러나 너무나 강력한 경쟁자인 인간의 등장은 생태계의 모든 종들을 경계로 몰아붙이는 것도 모자라, 모든 생태계를 파괴해 나가며 경계를 넘어갈 수 있는 기회까지 차단해 버리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생물들은 지금 엄청난 속도로 멸종해 나가고 있다. 지난 역사 속의 5대 멸종 중 가장 거대한 규모의 멸종이었던 페름기 대멸종보다도 더 빠르게 생명종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번성하는 종은 인간이 선택한 몇몇 가축과 식물, 그리고 인간의 도시에서 살도록 진화한 특정한 생물들뿐이다. -p273


 

 이처럼 인간은 모든 생물들을 생태계 밖으로 몰아내고 있습니다. 그 속도가 너무 급격해서 많은 생물종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멸종하고 있습니다. 


 <경계>는 MID 출판사와 EBS 다큐프라임에서 나온 진화시리즈 3부작입니다. <멸종>과 <짝짓기>도 읽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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