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점 9

 감독 잭 스나이더

출연 헨리 카빌, 벤 애플렉, 에이미 아담스, 제시 아이젠버그, 갤 가돗, 로렌스 피시번, 제레미 아이언스

 장르 액션, 모험, 판타지, SF 


 

 배트맨 vs 슈퍼맨. 저만 그런지 잘 모르겠지만, 남자들은 vs를 좋아합니다. 권투에서는 '타이슨과 무하마드 알리가 붙으면 어땠을까?' 부터, 축구에서는 '펠레나 마라도나, 혹은 메시중에 누가 최고인가?' 까지. 남자들은 vs에 열광합니다. 제일 재미있는게 쌈구경이라고도 하지 않습니까. '배트맨 vs 슈퍼맨' 이보다 매력적인 떡밥이 있을까요? 하지만 떡밥이 클수록 위험한 법입니다. 관객들의 기대치가 올라가고 기대하는 것이 한정되기 때문입니다. 만약 타이슨과 무하마드 알리의 싸움을 보러갔는데 싸움은 안하고 둘이 이야기하다가 조금 싸우다가 화해하면 관객들은 표를 던지면서 환불을 요구할 것입니다. 


 저는 <배트맨 vs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의 개봉을 기다렸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개봉하고 나니 워낙 악평들이 많아서 보기 싫어지던군요. 괜히 봤다가 배트맨에 대한 환상(놀란 감독의 배트맨)만 깨질까봐 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최근 개봉작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보니 왠지 마블시리즈가 보고싶더군요. 벤 애플렉의 배트맨은 어떨까 궁금하기도 하고 시원한 액션영화가 보고 싶기도 했습니다. 저는 <맨 오브 스틸>을 재미있게 봤습니다. <맨 오브 스틸>도 워낙 악평이 많아서 기대하지 않고 봤는데 만족스러웠습니다. 전투, 액션씬이 꼭 맘에 들었습니다. 그런 액션을 기대하며 이 영화를 뒤늦게 보았습니다.


 일단 제가 준 높은 평점에서 알 수 있듯이 개인적으로 굉장히 만족스러웠습니다. 특히 막판 전투씬은 10점 만점을 주고 싶습니다. 원더우먼의 등장과 배경음악은 압권이었습니다. '이게 히어로물이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신나더군요. 영상미도 좋았습니다. 화끈했습니다. 때문에 아쉬웠습니다. "이게 히어로물이지!!" 하는 느낌이 영화 끝나기 전에 왔기 때문입니다. 그전까지는 히어로물이 아니었습니다. 


 감독판으로 봐서 기존 2시간 30분의 러닝타임에서 30분이 추가된 3시간짜리 영화였습니다. 초중반부가 조금 지루하긴 했습니다. 굉장한 슬로우 스타트 영화였습니다. 영화 <300>의 잭 스나이더 감독은 무슨 생각으로 영화를 찍었을까요? 그가 추구한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분명 DC스타일의 코믹 히어로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뭔가 한 단계 수준높은, 예술성있는 영화를 찍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히어로영화가 아닌 그냥 영화를 찍고 싶어하는 것 같았습니다. 때문에 관객들은 적잖이 당황스럽습니다. 고담시티짱(배트맨)과 메트로폴리스시티짱(슈퍼맨)의 싸움 구경하러 갔는데, 하라는 싸움은 안하고 범죄스릴러물처럼 흘러갑니다. 관객들이 '뭐야, 뭐야? 제내 언제 싸워' 하면서 팝콘을 다 먹어갈 무렵, 뒤늦게 화끈한 액션씬이 펼쳐집니다. 정말 화끈합니다. 마지막 액션씬 덕분에 저는 만족스러웠지만, 이 영화에 많은 그리고 한정된 기대를 안고 간 관객들은 당황스럽고 실망스러웠을 것입니다. 초반부에 뭔가 임팩트있는 액션씬이나 히어로 영화틱한 무언가가 필요했습니다. 관객들의 눈과 마음을 빼앗고 영화에 몰입시키고 즐길 수 있게끔 하는 무언가가 필요했습니다. 그랬다면 이 영화는 아주 다르게 다가왔을지도 모릅니다.


 영화를 순차적이지 않게 편집했으면 어땠을까요? 배트맨과 슈퍼맨의 대결씬을 (전부는 아니더라도) 초중반부에 넣어 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 둘이 왜 싸우는지, 왜 싸워야하는지를 하나씩 풀어나가는 거죠. 아니면 배트맨이나 슈퍼맨의 활약씬을 하나 넣었어야 합니다. 초반에 '와장창' 하는 것이 있었어야 하는데, 그게 없어서 실망한 관객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지금의 전개도 만족하지만 다른 식으로 편집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흥행과 재미를 위해서요. 초반에 배트맨의 어린 시절 과거이야기는 이미 많이 봤기 때문에 진부했습니다. 이 부분은 과감히 삭제했어야 합니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볼까말까 망설이는 분들에겐 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초반에는 열심히 팝콘이나 맛있는 간식을 드시면서 느긋하게 보시다보면 중후반부(2시간 이후부터)는 만족스러우실 겁니다. 아참! 개연성에 관한 부분들은 한 3수 정도는 접어두시고 보는 것이 좋습니다. 한시간을 재미있게 보기 위해 2시간을 참고 기다려야하는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그 한 시간이 워낙 화려하고 멋지기 때문에 저는 용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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