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지 1 - 일탈의 군상들, 개정증보판
시내암 지음, 이문열 평역 / 민음사 / 199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중국의 고전, 시내암의 <수호지>는 <책, 열권 동시에 읽어라>의 저자가 재밌다고 추천한 책 중에 하나이다. 그가 추천한 책들은 아쉽게도 대부분 도서관에 없었다. 다른 책들은 알라딘에서 구입해서 보아야 할 것 같다. 도서관에서 <수호지>를 빌렸고, <이기적 유전자>는 큰맘먹고 구입했다. 모두 역시 탁월한 선택이었다.

 

 솔직히 <수호지> 재미있다. 이상하게 재미있다. 뭔가 지금의 정서랑은 안맞고 말도 안되고 엉망진창인데 재미있다. 역시 고전은 고전이다. <수호지>, <서유기>, <삼국지> 모두 재미있어서 지금까지 전해져 오고 있다. 교훈? 현실성? 그게 뭔데라고 묻는다. 책은 재미있어야 하고, 그게 유일한 존재이유다.

 

 벌써 3권까지 봤다. 이틀에 한 권꼴이다. 2권씩 빌려야겠다. 아니 어쩌면 3권씩. 왜 재미있는지 사실 설명을 못하겠다. 아니 설명하기 두렵다. 이 책은 아주 요란하다. 수많은 영웅호걸들이 (혹은 살인자, 무법자)들이 나온다. 스토리가 마치 릴레이처럼 영웅 호걸 한 명씩 초첨을 맞추며 줄줄 이어진다. 수많은 지류가 모여 커다란 강이 되듯 그렇게 이야기는 흐른다. 어떤 곳에서는 세차게, 어떤 곳에서는 더욱 세차게.

 

 왜 재미있는지 설명하자면, 사실 부끄럽다. 너무나 원초적, 마초적이다. 서양에 그리스로마신화가 있다면 동양에는 수호지가 있다. 페미니스트들이 이 책을 본다면 기겁하고 금서로 지정할 것이다. <수호지>의 정서는 지금의 정서와 아주 멀리 떨어져있다. 아마 그 당시에 남녀평등을 들먹였다면... 그 다음은 상상에 맡기겠다. (내가 절대 남녀평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 시절은 그랬다는 것이다. 의견이 아닌 사실을 말한 것이니 오해하지 마시길)

 

 3권의 무송은 가관이다. 의를 중시한다더니 어느새 살인귀로 변해버렸다. 술에 취해 맨손으로 호랑이를 때려잡고 그는 유명해진다. 그러다 형의 복수를 위해, 또 자신의 복수를 위해 약 25명 가량을 죽인다. 하지만 그는 소설 속에서 영웅호걸로 추대받는다. 어쩌면 현재에도 암흑세계에서는 <수호지>의 논리와 사고관이 자리잡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1권은 노지심이 가장 비중있게 다뤄진다. 땡중 노지심도 참 웃기다. 뭐가 웃겼는지는 잊어버렸지만, 이놈이 술마치고 말썽피우는 것을 보는게 참 재밌다.

 

 사람을 죽여도 관리를 잘 매수하면 귀양가는 정도로 그치는 세계, 지나가는 나그네를 몽환약으로 잠재운 후 만두소로 팔아먹는 주막, 관리들의 부정과 비리, 부패가 판을 치는 세계. <수호지>의 세계인가 아니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인가. 어느쪽인지 아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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